[쟁점] 노조법 2·3조 개정의 의미와 한계-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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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노조법 2·3조 개정의 의미와 한계-최혜인

윤효원 21 09.18 19:10


[쟁점] 노조법 2·3조 개정의 의미와 한계



최혜인 (노무사, 법무법인 여는) 



1. 들어가며 


2025.8.24.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가결됐습니다(이하 ‘노란봉투법’ 또는 ‘개정 노동조합법’이라 함).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들에게 법원은 수십억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노란봉투에 담긴 작은 성금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노란봉투법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19대 국회인 2015년입니다. 그리고 20대 국회, 21대 국회에서도 연이어 노란봉투법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법 개정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21대 국회는 2023년 11월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가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고, 2024년 8월에도 본회의에서 가결했지만 반복된 거부권 행사로 또다시 폐기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8월, 노란봉투법은 다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과 자본의 첨예한 대립 속에 태어난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과연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계의 염원처럼 원·하청 교섭의 길을 열고 노동조합 활동을 확장하는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요? 혹은 사용계의 우려처럼 산업 현장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들까요?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2.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 개괄 


이번에 개정된 부분은 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입니다. 노동조합법 제2조는 정의 규정으로, △사용자 정의(2호), △노동조합 정의(4호), △노동쟁의 정의(5호)가 개정됐습니다. 노동조합법 제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규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는 경우가 구체화됐고 손해배상 책임 비율, 감면 청구권, 손해배상 책임 면제 등의 내용이 신설됐습니다. 


(1) 실질적 지배력을 가졌다면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 : 제2조 제2호


먼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사용자 정의 부분입니다. 개정 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정의 규정과 유사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인 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단체교섭 당사자이자 부당노동행위 책임의 주체로, 법의 취지에 따라 사용자 정의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하청, 도급, 위탁 등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는 근로조건 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임에도 근로계약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개정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 내용을 법조문에 담아, ‘노동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원청, 도급, 위탁 등 명칭을 불문하고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로 정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강조하는 ‘사실상의 사용자’는 형식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개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사용계는 앞으로 노동조합이 무분별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거라며 우려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미 판례로 확립된 법리가 법조문에 들어간 것뿐이어서 내용상 변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하청노동자는 고용불안 때문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원청을 상대로 투쟁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더라도 대공장 중심입니다. 결국 이 법은 불안정한 고용형태, 작은 사업장 노동자 등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들을 구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2)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도 단결권 보장 : 제2조 제4호 


두 번째,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노동조합 정의 부분입니다. 개정 전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해고자가 가입되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 취소를 통보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기업별 노동조합임을 전제했을 때만 적용이 가능합니다.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은 조합원 가입범위를 특정 기업 소속으로 한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이미 구직 중인 자나 일시적 실업 상태에 있는 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 


개정 노동조합법은 해당 규정을 삭제해 해고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단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느낌입니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결과로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다고 해도, 누굴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을까요?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 중 단지 단결권만을 보장한 내용이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조합이 교섭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으려면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할 것입니다. 


(3)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동조합법 : 제2조 제5호 


세 번째,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입니다. 개정 전 노동쟁의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했습니다. 노동쟁의 대상은 조정 대상이나 쟁의행위 목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개정 전 노동쟁의는 미래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어 임금체불, 부당징계, 구조조정 등은 인사·경영권이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습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과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추가했습니다. 이로써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나아가 사용자가 단체협약 중 ‘임금·복리후생비, 퇴직금’, ‘근로 및 휴게시간, 휴일, 휴가’,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을 명백히 위반한 때에도 고소·고발 등이 아닌 쟁의행위를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경영사항이라도 근로조건과 관련됐다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판례로(대법원 1992.5.12. 선고 91다34523 판결),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또한 개정법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무엇인지 해석이 분분할 수 있어 또다시 법률 분쟁으로 비화될 것이 우려됩니다. 


(4) 손해배상 청구 제한 : 노동조합법 제3조 


네 번째, 노동조합법 제3조입니다. 개정 전에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이었습니다. 해당 규정이 세분화되면서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 제1항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사용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 활동은 당연히 법률에 따른 것으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없었고,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면책된다는 전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내용상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 제2항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민사 면책된다는 내용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정당방위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민법 제761조 제1항과 같은 내용으로, 새롭게 개선됐다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 제3항은 개별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더라도 부진정연대책임이 아닌 노동조합에서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정도 등을 고려해 조합원별로 각각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손해배상청구를 노동조합 탈퇴 수단으로 악용했던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이 역시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를 조문에 명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의2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해,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를 하더라도 배임죄 소지가 없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배임죄는 제3자에게 이익을 줬을 때 성립하는 것으로, 애초에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할 리는 만무했습니다.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지만, 사용자가 배임죄를 핑계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갈 구실을 없앴다는 점에서는 개선점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종합적 평가 


개정 노동조합법은 원청과 교섭하지 못해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이 형해화된 현실, 손해배상 청구를 노동조합 탄압 수단으로 악용하는 현실 속에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현실을 바꿀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판례로 확립된 법리를 확인하는 수준의 개정이며, 개정 이후에도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습니다. 원청 사용자와 교섭하려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를 찾아야 하고, 사용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정당한 쟁의행위 또는 노동조합 활동이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것들은 법률 분쟁의 영역입니다. 언제부턴가 노동조합을 만들면 그것이 합법 노동조합인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교섭 상대방을 제대로 찾아갔는지, 쟁의행위를 하면 합법 파업인지 법률적 판단을 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면 법원으로 가야 하는 비정상적인 현실입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이용해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을 무력화하려 합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쟁점까지 보태진다면 원하청 단체교섭은 더욱 묘연해질 것입니다.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노란봉투법 운동이 일었지만, 노동계의 기대와 사용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의 성과는 희미하지만, 한계는 뚜렷합니다. 종합하면 안타깝게도 헌법상 노동3권은 노동조합법에 의해 오히려 제한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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