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서]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의 성과와 필요성-(박용철)

e노동사회

[인왕산에서]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의 성과와 필요성-(박용철)

윤효원 294 04.01 09:43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의 성과와 필요성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지난 15년 동안 지속되어 온 ‘노사관계전문가과정’ 사업이 금년부터 전격적으로 폐지되었다. 2024년에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여러 부처의 사업이 축소 또는 폐지되었지만, 특히나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이 폐지되었다는 사실에 사업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상당한 의미와 성과가 있고, 애착이 많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시행된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산업현장의 노사문제를 합리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용·노사관계전문가를 양성하여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을 도모하고, ‘각 지역별 노사관계단체 및 지도자들의 참여와 연대를 통한 네트워크 활성화와 인적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는 지난 6년간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을 운영하면서 ‘노동자’의 시각에서 접근하되, 노사관계 전문성 향상을 위한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160여명의 노사관계전문가를 배출했다. 특히,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수행한 프로그램은 다른 기관과 달리 전임자가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노동조합이나 교육혜택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영역에서부터 노사관계전문가를 양성해왔다. 


2023년 수강생의 경우 사용자 측의 참여로 7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단협을 체결한 사례(코레일관광개발)도 있었고, 개별사업장이나 동일한 업종의 기관에 매몰될 수 있지만, 유사한 기관, 성격이 전혀 다른 기관, 규모가 다른 기관 등의 사례와 최근 노사관계 이슈를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서 넓은 시야를 갖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의견(보건의료노조, 화섬노조 등)을 다수의 참가자들이 제기하기도 하였다.


교육 자체의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상생의 노사관계는 물론이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반과 장(場)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익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참가자들의 평가를 청취하면서 생각한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의 필요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환경변화 등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노사관계와 관련 정책, 환경변화와 미래사회, 작업장 민주주의 등에 대한 광범위한 주제를 30여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이 유일할 것이다. 실제로 수강생들은 교육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내용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교육수강생들은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주제와 이슈들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함께 토론하고,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이를 통해 각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둘째, 참가자간 상호 교류와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대상을 보면, 기업・공공기관의 인사·노무 담당자, 노동조합 간부 및 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 사용자단체 및 산업 및 직종별 대표단체의 고용노사관계 업무 종사자, 고용노동행정 업무 종사 공무원 등 다양한데, 노사는 물론 다양한 기관의 종사자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수업참여시 토론을 통해 상호 교류가 가능하며, 아울러 국내외 연수 등을 통해서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소속기관 외에도 다양한 기관의 노사관계 관련 사례 및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교육과정 참가자들은 이러한 상호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 측면에서 상당한 만족감은 물론, 폭넓은 상호 교류와 공동 활동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이해관계자간 다양한 문제해결의 기반 제공, 나아가 사회적 대화의 장(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효과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부족한 이해관계자간 대화와 상호이해와 협력, 그리고 대화의 장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노사관계, 고용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의 참여나 주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상호 협력할 때만이 가능한데,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과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관의 참여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인식의 폭을 넓히고,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 아니, 다수의 사람들은 교육의 성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육을 후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획득만이 아니라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여러 가지 사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볍게 보거나 소홀히 했을 때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학습(교육)의 목적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노동, 고용, 기후, 4차 산업혁명과 정의로운 전환 등 여러 가지 심각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하고 어려운 부분이 바로 상호이해와 협력, 사회적 대화・합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의 단초를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이 보이지 않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러 가지 성과와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하루아침에 사업을 폐지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게 사실이다. 모든 교육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그 효과는 서서히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것이다. 교육의 이러한 본질적인 측면을 무시해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상호이해와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은 바로 이렇게 중요하고 필요한 교육이고, 어떤 정부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해야 하고, 확대해야 하는 교육이다. 그런데 그것을 별다른 고민 없이 폐지한 것이다. 특별히 기대하지는 않지만, 현 정부에서 이러한 점을 다시 한 번 숙고하길 바랄 뿐이다. 현 정부에서 회복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지난 6기 수료식에서 노사관계전문가과정이 계속되길 고대하는 참가자들의 기대와 아쉬워하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어린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4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