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김태일·안종순·이주하·최영준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한국 경제·사회의 축소판: 자영업
자영업자 하면 시장상인이나 음식점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조금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주위에 이웃 혹은 동네주민일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 및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 살펴보겠다. 먼저,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부채를 보자. 부채 중 가계부채를 보면 주택담보 부채와 생계형 부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생계형 부채의 대표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은퇴 후 퇴직금에 은행 빚을 보태 창업을 하였지만, 장사가 여의치 않아 원금까지 잃는 경우가 다수다. 두 번째로는 장시간 근로 문제다. 음식점, 커피숍, 편의점 등 밤늦게까지 매장을 여는 곳이 많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저녁 늦게까지 매장이 운영되어 편리한 일이지만,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자영업자와 종업원 입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자영업자들을 ‘self employed'를 번역하여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이라고 책제목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자영업자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그들은 누구인가
자영업자는 근로자를 1인 이상 고용하고 있거나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 또는 1인 이상 동업자와 함께 사업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종업원이 몇 천 명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도 자영업자이고, 아파트 상가 채소가게 주인 부부, 개인택시 기사, 농부도 자영업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큰 사업체의 사업가나 농부는 당연히 관심대상이 아니며, 그렇다고 소규모 점포운영자나 행상인 등 영세 자영업자도 아닌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다. 이들의 규모를 간단히 살펴보면, 전체 자영업자 669만 명 중에서 1·2차 산업 종사자와 서비스 업종 종사자 가운데 5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를 제외한 432만 명, 그리고 이 432만 명에 속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134만 명, 합쳐서 566만 명 정도가 이 책에서 관심을 두는 가장 넓은 의미의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다.
자영업에서 드러나는 우리 경제·사회의 문제점들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살펴보기 전, 일반적인 자영업자들이 가진 몇 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한국경제의 뇌관이라고 하는 증가하는 부채이다. 자영업 가구 수는 임금근로자 가구 수 보다 훨씬 적다. 그럼에도 자영업 부채 규모는 2016년 9월 말 한국은행 기준 464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1,227조 원의 약 40% 가까이 달한다. 부채규모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자영업의 특성상 소득변동성이 커서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부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였다. 급증원인으로는 신용카드 활성화와 소비자 대출 활성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외환위기로 인한 내수침체를 소비진작으로 활성화하려는 데 있다. 하지만, 정부 혹은 기업이 해야 할 투자를 일반 가계에 맡아버려 부채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로 조세갈등이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금 중 하나는 ‘부가가치세’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금액에는 본래 상품 가격에 10%가 부가가치세로 붙는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처럼 일반적으로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자영업자들이 반발한다. 왜냐하면 부가가치세를 소비자가 내는 세금임에도 자영업자 본인이 부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부가가치세가 인상되어도 인상분만큼 그대로 소비자에게 부담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인 구조인 셈이다.
세 번째로 임대료·권리금 문제이다. 한국에서 자영업 생존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워낙 심할뿐더러 경기마저 안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로 치솟는 임대료 및 권리금과 허점 많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도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권리금 피해는 주로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건물주가 별다른 이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한다던지,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요구할 경우 기존 임차인은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무방비상태로 쫓겨나야 했다. 그래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2015년에 법이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기준 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는 여전히 임대료 인상 제한에서 제외되었고 재건축이나 철거로 발생하는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되었다.
2001년 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핵심내용은 임차인에게 5년 간 재계약을 할 수 있도록 ‘계약 갱신 청구권’을 보장했다는 것, 그리고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폭을 9% 이내로 규제했다는 것이다. 임대인의 계약 갱신 거부나 과도한 임대료 인상으로 내쫓기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의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환산보증금으로 인해 소액 임차인에게만 적용되고 임대료가 비싼 경우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증금과 임대차 갈등은 주로 상권이 발달해서 임대료가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정작 필요한 경우는 제외하고 분쟁의 여지가 크지 않은 경우만 보호한 셈이다.
네 번째로 갑·을·병 관계이다. 오랫동안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할 경우 대부분 치킨, 커피, 편의점 등 별다른 기술과 경험 없이도 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유명 프랜차이즈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유명 가맹업체들은 가맹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넘치고, 본사는 갑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본사와 가맹주의 관계는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점주는 어려워지지만 본사는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가맹 희망자가 줄을 서다 보니 점주의 수입은 더욱 더 줄고 본사와의 부당한 갑을관계가 고착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건설·제조업 그리고 제2금융권 정도에 머물던 재벌그룹들이 2000년대 이후 음식·숙박·소매 등 전통적인 영세 자영업자 밀집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진출은 분명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경쟁이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전통적인 영세 자영업 밀집 분야에 진출한 배경은 2006년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고유 업종제도가 폐지되고 나서부터이다. 이 제도의 폐지 후 기업형 슈퍼마켓과 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로 가격경쟁을 주도해 소상공인에게 압박이 가해졌다. 그만큼 자영업의 고충이 더 커졌다.
마지막으로 공적 보호의 사각지대이다. 사회보험제도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책’이다. 사회보험제도는 흔히 ‘4대보험’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에게 4대보험은 임금근로자와 달리 포괄하는 범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다르다. 왜냐하면 자영업자는 스스로 고용주이므로 해고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자영업자는 실업보험 가입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 2012년부터 자영업자도 고용보험 제도에 가입대상이 되었지만 가입률은 저조하다. 산재보험의 경우 자영업자는 본인이 고용주이므로 대상이 아니다. 또한 퀵서비스와 같은 특수고용직 역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사고 시 스스로 금전적 부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가입대상이 아니거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용형태: 특수고용노동자
특수고용직은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의 근로 유형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특수고용직를 판단하는 기준은 ‘근로자성’이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는 통상 ‘사용종속성’과 ‘경제종속성’의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하거나, ‘조직종속성’을 더하는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사용종속성은 사용자로부터 지휘를 받는지 여부, 사용자가 근무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는지로 판단된다. 경제종속성은 근로 제공관계가 계속적이며 사용자에게 존속되어있는지 여부, 제 3자를 고용해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지 여부, 근로자가 재정적 위험을 부담하는지 여부, 그리고 보수가 유일한 수입의 원천인지 등으로 판단한다. 조직종속성은 노동이 기업 조직 내로 통합되는지로 판단한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노동법에 의한 보호를 받기 힘들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위탁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일반 근로자의 주 40시간과 달리 특수형태근로자는 낮은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고 주말근무도 흔하다. 세 번째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이므로 사회보험제도의 혜택에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산재보험의 경우 특수고용직 중 일부 업종에만 적용되고, 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경우 지역가입자로서 스스로 가입해야 한다. 따라서 가입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기술진보, 변화하는 노동시장, 그리고 ‘신’자영업 시대
제조업과 인터넷 혁명을 넘어선 4차 산업혁명은 현재의 노동시장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데 학자들 혹은 전문가들 등 간의 이견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기술진보로 인한 자영업의 일자리와 관련된 전망들을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자영업과 특수고용직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우버(Uber)와 같은 공유 차량서비스를 인터넷과 연결해 콜택시업을 하는 경우와 자율 주행 트럭을 통한 무인운행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트렌드와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교해볼 때, 자영업이 저숙련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일자리들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유형의 자영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프리랜서’의 증가가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아마존’을 예로 볼 때, 아마존이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윙에 다양한 단기 일자리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에어앤비’와 같이 자신의 집을 활용해 소득을 올리는 등 새로운 형태의 자영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배달의 민족’이라는 플랫폼 아래 여러 형태의 식당과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가 새로운 고용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는 자동화와 인간의 일자리가 공존하는 시나리오다. 예를 들어, 자동화를 통해 음식이나 물건을 원하는 장소로 배달을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등의 추후 서비스는 기계들이 하기 힘들다. 다른 예로는, 3D프린터를 통한 일자리사업이다. 1인 창업주가 이 기계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형식이다.
자영업이 나아가야 할 길
앞에서는 자영업을 통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살펴보았고, 자영업의 미래를 3가지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자영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겠다. 먼저, 직업훈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교육열이 높음에도 저숙련 일자리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이 핵심인재 위주의 인력관리 및 인적자원개발 투자에 집중함에 따라,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여성, 중장년층 등은 교육이나 인적자원개발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앞으로는 기술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 예상됨으로, 직업훈련의 기회를 정부차원에서 접근할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준비된 창업’이 아니면 자영업을 하지 못하게 권고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정부도 개별 자영업자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효용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 따라서 ‘백화점식’ 보여주기 방식이 아닌 실제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계지원을 통한 자영업 활로개척이나 창업실패 시 다른 업체에 일정기간 취업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안전망을 확충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