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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4년 9월25일 오후 4시~6시
*발표: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성장과 활동(유형근, 이화여대 연구교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조합원 의식과 상태(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토론: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하윤정 알바노동조합 조직팀, 김직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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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112차 노동포럼 ‘청년 노동운동 현황과 과제: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깊이 들여다보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노동포럼의 주제로 ‘청년 노동운동’을 기획한 이유는 세계화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여성‧이주‧청년 등 고용형태는 다양해진 반면, 기존의 전통적 노동운동으로는 이들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발언하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 역시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를 통해 청년층 불안정노동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노동조합을 통해 한국에서 불고 있는 청년 노동운동의 현황을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유형근 이화여대 연구교수로부터 발표를 듣겠습니다.
유형근)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두 조직의 현황과 주요 활동, 함께 생각해볼 지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조직을 알아보기 위해 2014년 4~6월까지 청년유니온 상근활동가 7명, 알바노조 상근활동가 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더불어 두 노조로부터 다양한 문서자료를 받아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발표문은 중간 단계의 초고로 향후 완성된 형태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우선 두 조직의 현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에 출범했고, 알바노조는 정식 명칭이 아르바이트노조지만 편의상 알바노조라고 부르겠습니다. 조직형태는 둘 다 일반노동조합입니다. 서울청년유니온이 2012년 3월에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알바노조는 2013년 8월에 받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 자격은 만 15~39세의 비정규직․정규직․구직 중인 노동자이며, 알바노조는 모든 노동자입니다.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청년유니온을 기획한 핵심멤버 4명은 개별가입 유니온 형태의 청년 노동운동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대학교를 다니고 학생운동의 경험이 있는 세대입니다. 청년유니온 형태의 운동을 제안했던 사람은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실 보좌관으로, 청년실업 의제가 조직노동과 시민운동에서 주변화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청년 ‘당사자 중심’의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민하는 차에 우연히 접한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 사례를 벤치마킹했습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규합했습니다. 학생운동의 경험이 있었던 이들 4명은 대학 졸업 이후 사회운동의 전망을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생계유지와 학자금대출 상환 등의 압박 속에서 주변 노동시장의 불안정 노동자로 살아가다가 청년운동을 해보자고 2009년 4월경 의기투합했습니다. 이후 노조, 청년회, 진보정당 등을 접촉했으나 자신들의 생각과 기존 노동․운동단체의 문제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학생운동의 경험이 있는 지인들, 온라인 카페 ‘안티2MB’ 회원 등과 함께 2009년 8월 청년유니온(준)을 결성하고, 2010년 3월13일에 창립총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조합원은 42명, 발기인은 224명이었습니다.
알바노조는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김순자 후보 선거본부의 알바노동자 권리찾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계기가 되어 설립됐습니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12월 말에 본격적인 단체 설립 논의가 이어져 2013년 1월2일 ‘알바연대’(공동대표 김순자, 허영구)가 결성됐습니다. 알바연대는 이후 5월에 노조 설립신고를 냈고 8월7일에 설립신고증을 받았으며, 여전히 독립적인 조직으로 알바노조를 후원하는 외곽 지원단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선 당시 김순자 후보 선본에서 선거활동의 일환으로 알바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본 성원들은 자신들의 대표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과 알바노동자 간의 접점을 찾고 선거 이후에도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비정규 불안정노동운동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알바노조의 초기 인적자원은 캠프에 결합한 사람들이었으며,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현재도 알바노조 수입의 2/3 이상은 알바연대로부터의 후원이라고 합니다.
캠페인의 전형 만들며 조직 안착한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부터 주요 활동 내용을 보겠습니다. 청년유니온 1기의 주요 활동은 최저임금운동이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설립 당시 내부 주체들의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청년세대론’의 입장에서 청년실업, 대학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청년 불안정노동을 대변하는 노조로 활동할 것인지의 문제의식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습니다. 정체성을 확립한 계기는 2010년 4~5월의 편의점 알바 실태조사입니다. 이들은 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고, 최저임금연대로부터도 호응을 얻으면서 활동의 고유성을 만들어갔습니다. 또한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캠페인 등 캠페인의 전형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청년유니온 이슈파이팅의 전형성이 이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자30분 배달제 폐지 캠페인에서 잘 드러납니다. 오토바이로 피자를 배달하던 청년이 2010년 12월 배달 사고로 사망하자, 청년유니온은 이 제도를 폐지시키기 위해서 민간서비스연맹,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과 온라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도미노피자 본사는 30분 배달제를 폐지시켰고, 이 사례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자 청년유니온은 이런 방식을 통해 당사자들의 처우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다른 사례는 2011년 여름에 진행한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캠페인입니다. 청년유니온의 한 조합원이 알바를 하면서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에 문의한 결과, 본사조차도 주휴수당 지급에 대해 몰랐다고 합니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연대와 결합해 기자회견을 하고 지방고용노동청에 프랜차이즈업체를 고발하는 등 주휴수당 지급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와 교섭을 해서 주휴수당을 받아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군데에서 노동상담이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청년유니온에 소위 ‘떼인 돈’을 받아주는 노동상담 업무가 안착됩니다. 캠페인의 잇따른 성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잠재적인 조합원인 청년들도 청년유니온을 찾아왔습니다. 조합원 수는 2011년 3월에 210명에서 이듬해 497명으로 늘어났고, 재정적 수입이 늘어나면서 조직이 안착됐습니다.
지도부 전원 사퇴와 ‘바보회’로 리더십을 교체하다
청년유니온은 1기 지도부 전원이 2년의 임기를 마친 뒤 사퇴하고 2기 지도부를 새롭게 꾸렸습니다. 정치적 진출과도 관련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20대 당사자들이 실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부의 문제의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30대 초․중반의 1기 지도부는 “후배들에게 청년유니온을 넘겨줘야 한다”며 1기 2년차에 차기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인 일명 ‘바보회’를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2기 지도부를 구성했으며, 이것은 전통이 되어 2기 지도부도 3기 지도부를 구성할 때 ‘신바보회’를 조직했습니다.
청년유니온 2기의 실무 역량은 1기 때보다는 분명히 취약해졌습니다. 청년유니온은 2012년의 총선, 대선의 국면에서 우여곡절을 거치며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 2012년 3월에 서울청년유니온이 설립신고필증을 받고, 이후 서울시와 정책협약 관련 협의를 반년 넘게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2013년 1월 「서울특별시-서울청년유니온 청년 일자리 정책 협약서」로 나타났으며, 이는 청년유니온이 지방정부로부터 청년 세대의 대표자로 인정을 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조조직화와 관련해서는 2기가 출범하면서 언론을 통한 이슈화와 더불어 특정 업종, 직종의 직접 조직화를 주요 사업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시도한 것이 ‘미용실 스태프 조직화’ 사업입니다. 당시 청년유니온의 조직팀장이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자료조사와 업계의 관행 등에 대한 본격적인 실태조사와 노동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몇몇 미용 프랜차이즈업체 스태프들의 고용조건이 일정 부분 개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초 목표한 조직화는 실패했습니다. 직종의 특성도 있지만 청년유니온의 조직화 역량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는 향후 활동방식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2기에서 또 중요한 것은 청년을 대표하는 노조로서 위상을 갖기 위해서 벌인 사업으로, 취업준비생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YBM사의 토익시험 독과점 지위 남용에 따른 높은 응시료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올해 초에 3기 지도부가 시작되면서 평균 연령층은 20대 초중반으로 더 젊어졌습니다. 노조를 둘러싼 환경 역시 변했습니다. 노조가 합법화됐고 조합원이 900명에 달하며 전국단위 노조가 됐습니다. 3기 지도부 1년차의 슬로건은 ‘청년이 만드는 새로운 노동운동’입니다. 기존의 사업방식을 계승해 새로운 전망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색을 하는 상황입니다.
알바노조가 난관을 극복하고 개별 교섭을 하기까지
알바노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알바노조는 조직 대상이 비정규 불안정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유동성이 높은 알바노동자이기에 잠재적인 조합원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알바노조가 존재를 알리게 된 것은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이후 열악한 인적자원과 재정자원 하에서 가장 효과적인 행동 전술로 ‘퍼포먼스가 가미된 기자회견’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2013년에 40여 차례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자, 개별 상담이 증가했고 이는 조합원 증가와 재정 수입의 증대로 연결되었습니다.
알바노조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지난해에는 기존의 최저임금운동 단체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했으나, 올해부터는 정식으로 최저임금연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알바노조가 자신감을 얻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2013년 5월1일의 ‘알바데이’ 집회 및 거리행진이었습니다. 150명 가량을 독자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내부 주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알바노조의 주요 활동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 1만원’입니다. 알바연대 시절에 주요하게 한 ‘알바5적’ 캠페인은 당시 ‘갑을관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알바노동자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개별적 교섭의 경험도 두 차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휴수당 문제가 있었던 ‘레드아이’라는 액세서리 프랜차이즈업체와 교섭을 맺어서 해당 조합원의 처우를 개선시켰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을 맺어서 레드아이에 고용된 모든 알바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했습니다. 두 번째는 가톨릭대 재학생이 학교 근처 삼겹살 프랜차이즈점을 대상으로 제기한 것으로, 시위를 벌이고 법적 고발을 거쳐 결국 알바노조가 업체와 협약을 맺고 교섭을 이뤄냈습니다. 이 두 차례 경험을 통해 알바노조는 일반노조로서 어떻게 교섭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하며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법을 적용시킬 수 있는지 사례를 쌓았습니다.
현재 알바노조의 조합원들은 300여 명 정도로 이 중 학생운동 활동가나 학생조직을 통해 가입한 사람은 100여 명입니다. 나머지 200여 명 정도는 알바노조의 활동을 접하고 개별적으로 가입한 조합원들입니다. 노조 내부는 후자에 속하는 200여 명에 대한 파악이나 이들을 어떻게 노조활동에 참여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알바노동자의 조직화는 어떤 경로를 통해 할 수 있는지의 고민이 있습니다.
전인미답의 운동을 하다
두 조직의 운동의 의미와 관련해 저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운동이라고 봅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그럴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일반노조형태로,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지역일반노조운동과 비교할 때 지역일반노조운동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거나 정체된 반면,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는 왜 단기간에 성공했는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유니온의 등장은 90년대 학생운동의 몰락 이후 ‘포스트-IMF 세대’의 청년들이 졸업 이후 사회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운동의 전망을 열 것인가라는 자기 고민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알바노조의 경우에도 진보정당운동의 위기 속에서 비정규 불안정노동의 활로 모색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저는 두 노조가 ‘변방의 북소리’와 같다고 봅니다.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변방에서 이 두 조직이 크게 북소리를 울리며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는 거죠.
또한 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인데, 이들이 주로 얘기하는 키워드는 ‘당사자성’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대적 당사자성이 아니라, 청년층이 처한 불안정노동자로서의 위치, 당사자성을 체감하는 이들이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는 거죠. 알바노조의 경우 ‘프리케리아트(precariat, 불안정 계급)운동’의 전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현 가능한 정책의 대안보다는 명확한 운동 정체성의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노조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 NGO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노동조합이지만, 이슈파이팅 위주의 활동 방식은 NGO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상당한 수의 조합원들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가 아닌 후원의 형식으로 조합비를 냅니다. 교섭사례를 살펴봐도 이들이 조직하려는 부분은 한국의 노사관계 지형상 정례적인 임단협을 통한 교섭이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 조직이 ‘쿼지 유니온(quasi-union, 유사-노조)’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두 조직이 이슈파이팅․여론전 대 조직화․교섭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이를 이항대립으로 고민하기보다 이들이 대변하려는 노동시장의 특성이 급박하게 변하기에 이에 맞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전술적 유형성을 갖는 조직으로 남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김종진) 발표에 앞서 이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에 관심을 갖던 차에 두 노조에 제안해서 조합원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니 자체 자료 축적이 잘 되지 않는 것 같고, 노조 내부에서 조합원에 대한 파악이 잘 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전인미답의 운동을 하고 있기에 이들 노조를 연구자의 시각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사는 2014년 두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조사기간: 2014년 7월15일~8월20일) 진행했으며, 조합원 총 1,204명 중 463명(청년유니온 363명, 알바노조 100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습니다. 저는 이게 두 단체 조직력의 최대치라고 봅니다. 거꾸로 말하면 향후 두 조직에 있어 나머지 조합원에 대한 관리 유지가 중요한 문제라는 거죠.
조합원 속성 보니…수도권 거주하는 평균 28.5세 엘리트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두 조직을 살펴보면, 인구학적 속성은 평균 연령 28.5세(청년유니온 29.7세, 알바노조 24세)이며, 남성(61.1%, 청년유니온 61.2%, 알바노조 60.8%)이 여성(38.9%, 청년유니온 38.8%, 알바노조 39.2%)보다 다소 많았습니다. 미혼의 비율은 86.7%이며(청년유니온 84%, 알바노조 96.9%)이며, 조합원 거주 지역은 수도권(75.7%)이 비수도권(24.3%)에 비해 3배 정도 많습니다.
특이한 점은 학력이 높다는 점입니다. 대학 졸업 이상이 89.7%(대학 73.2,%, 대학원 16.5%)로 엘리트 중심의 노조입니다. 대학원 재학 이상 조합원이 15% 정도 된다는 것은 자칫 과거 정당의 ‘쁘띠부르주아’ 운동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보면 직장을 가진 비중이 청년유니온은 67%이고, 알바노조는 27%로 이질성이 존재합니다. 청년유니온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직장을 다니며 운동의 전망을 표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취업한 사람의 사업장 규모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람이 30%, 취업 규칙이 비치되지 않은 10인 미만은 27%, 노사협의회가 설치되지 않은 직장의 비율인 14%를 더하면 거의 70%가 이해를 대변하는 창구가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단체가 청년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조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시간도 극명합니다. 청년유니온은 전일제 풀타임의 비율이 78.8%이고, 알바노조는 34.3%로 내적 이질성을 보입니다. 직업 분포도 청년유니온은 전문직이 44%, 사무직이 29% 정도인 반면 알바노조는 서비스직이 24.8% 정도입니다. 소득은 알바노조가 월 84만 원을 받는데 비해 청년유니온은 월 164.3만 원을 법니다.
조합원 10명 중 8명은 “매스미디어 보고 가입했어요”
조합원의 기본 속성과 가입 이유를 보면 알바노조는 작년에 출범했기 때문에 청년유니온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조합원 가입 시기를 2013년부터 보겠습니다.
두 노조는 가입 경로가 특이합니다. 언론에서 소식을 접하고 가입했다는 비율이 10명 중 8명 정도입니다. 주위 권유를 통한 가입률은 8.3% 정도에 불과합니다. 알바노조의 경우 촛불집회 참여자의 경험,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노조에 가입하는 비율이 2~3배 정도 높습니다.
노조 가입 경로 중 85%가 대학 졸업자이기에 학생운동의 경험이 궁금했습니다. 총학생회, 단과대 대표 경험이 있는지를 보면 70% 정도는 소모임 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학생회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가입하는 비율은 알바노조가 더 높습니다.
다음으로 조합원의 사회활동 참여도(5점 척도)를 보겠습니다. 두 단체의 종교단체 참여도는 5점 만점에 1.74점입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 참여도는 3.09점이고, 정당정치단체 참여도는 2.51점입니다. 취미․문화모임 참여는 젊은 세대이다 보니 2.81점입니다. 정당정치 참여도는 알바노조가 더 높습니다. 두 집단의 내적 이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노조가 마련한 행사에 조합원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임원 선거 참여도는 3점 정도로 절반인 것으로 나오는데, 기획사업이나 집회 참여는 좀 저조합니다. 노조의 규모가 커진 뒤 후원 성격으로 가입한 수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 내부운영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대체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합원의 참여 기회가 열려 있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청취․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조합원과 노조의 의사소통도 대체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합원의 눈으로 보는 노조의 사업 평가
알바노조와 청년유니온의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알바노조 사업에 대한 조합원 평가(5점 척도)를 보면, △최저임금 1만원․전체 알바노동자 보호사업(4.14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체불임금․노동 상담 등 개별권익보호 사업(4.10점), △밀양송전탑, 세월호 문제 등 사회적 이슈 활동(3.98점), △야간모니터링 등 알바노동자 직접 캠페인 사업(3.71점), △반성폭력, 대들보, 노동법 등 교육사업(3.58점) 순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청년유니온의 지난 몇 년 동안의 사업에 대한 조합원 평가(5점 척도)를 보면, △노동상담 등 권리구제 사업(3.99점), △불합리한 청년노동환경 문제제기와 개선(3.97점), △정책요구, 투표독려 등 정치참여 활동(3.78점), △청년 일자리 및 실업문제 등 정책 제시(3.59점), △조합원 및 후원회원 확대사업(3.25점), △청년 주거, 안정, 결혼 등 생활안정 활동(3.11점) 순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향후 노조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핵심사업(1, 2, 3순위 의견 합계)으로 △불합리한 청년노동환경 문제제기와 개선(30.6%, 1순위 의견 62.5%), △청년 일자리 실업문제 정책 제시(21.9%, 1순위 의견 14.6%), △노동 상담 등 권리구제 사업(13.1%, 1순위 의견 4.7%) 등을 꼽았습니다.
다음으로 조합원의 노조 지향과 인식(5점 척도)을 살펴보겠습니다. 청년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노조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동일시’(4.22점)하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또한 ‘노조가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경제적 효과성의 믿음’(3.79점)도 갖고 있었고, ‘노조의 대정부, 대사용자의 상대적 교섭력 우위’(3.30점)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반영하듯 ‘노조 활동에 대한 개인 헌신’(3.48점) 의향도 높았습니다.
노조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향후 두 청년 노동조직은 기존 노동조직과 마찬가지로 ‘노조 역할과 기능 정립’의 측면에서 몇 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조언하자면, 첫 번째로 청년들의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력(규모, 교섭)과 정치적 힘(정당 연계 혹은 관계) 모두를 확보해 노조의 힘을 발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화에 대해서는 양 노조 모두 동일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정치적 힘에서는 두 노조 간에 차이가 있죠. 어떻게 전국 단위로 조직화할지도 고민일 것 같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화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알바노조는 대학교 캠퍼스 중심입니다. 이것이 향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조직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두 노조의 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조사 수거율은 노조 건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3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향후 조직 관리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 조합원의 교육수준과 직업 분포도를 보면 계급구조상 쁘띠부르주아 성향의 노조 활동과 의식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습니다. 두 노조는 임노동관계를 형성한 노조 활동이 아니라, 청년 노동․비정규직․서비스․아르바이트․최저임금 등 초기업적이고 보편적인 노동 문제에 착안하는 준․유사 사회운동 성격의 노동운동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작업장 안팎의 문제에 대해 관심과 문제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자칫 정치․사회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면 두 노조 내부에도 과거 프랑스 노조에서 나타난 ‘적대적 비참여(hostile non-participation)’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넷째, 현시점에서는 노조 조직확대가 일정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일정한 시점에서는 탈집중화 문제로 조직 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나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정부기구에 초대받을 경우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노조 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선거 시기에 정치세력화나 정치적 연합문제에 대해 이견과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섯째, 저는 두 노조가 함께할 수 있는 의제(어젠다)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두 노조의 주요 조직 대상이 20~30대 청년으로 중복되기에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노동운동 전체 차원에서 보면 고민의 지점입니다. 부정적인 경쟁관계가 아니라 긍정적 관계를 모색하면서 활동하는 청년운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토론>
정준영) 청년유니온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정준영입니다. 두 분의 발제 잘 들었습니다.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의 내부 구성원에 대해 노동‧사회운동의 맥락에서 양적 조사를 포함한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최초의 일입니다.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반갑고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청년유니온, 지역일반노조운동을 뛰어넘다
첫 번째 발표에 대해 우선 ‘개별구제형’ 노조인지, ‘산업규제형’ 노조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앞서 대다수의 지역일반노조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청년유니온은 활동의 범위와 그 사회적 영향력이 지역일반노조운동의 일반적 경험을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조합원에 대해 노동 상담과 권리구제를 수행하고,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등의 사례에서 보듯 산업 전반의 제도와 관행 개선을 목표로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것은 조직된 힘과 재정‧인적 역량이 취약한 상태에서 ‘일점돌파(一点突破)’의 집중 지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청년’과 ‘노동’의 결합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청년세대 담론의 특징은 ‘타자에 의한 규정’입니다. 세대집단 내에서 발생한 공동의 경험과 성찰에 의한 세대정체성 확립이 아니라, 정치기획과 같은 외부의 필요에 의해 드러난 측면이 있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과 ‘노동’이라는 상징을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청년노동’의 담론을 확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사 노동조합’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저희도 지금까지는 노조인지, NGO 인지 정체성 토론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3기 집행부에 이르러서는 노조의 기본 방향을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으로 설정했습니다. 초기업별 노조로서 사회 전체를 활동 무대로 삼고 노동자 집단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가치에 합의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재정적․조직적 힘을 형성하는 것으로 노조의 의미와 역할이 확대될 수는 없을지 고민 중입니다. 이는 학술적 규정을 넘어서는 노조운동의 지평을 어떻게 넓혀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고전적‧고정적인 노조의 개념을 적용하여 두 단체를 굳이 ‘유사 노동조합’이라고 파악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이들이 노조로서 교섭권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현행 노동관계법의 제도적 한계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년유니온이 말하는 사회적 역할과 과제
두 번째 발표와 관련해서는 조사 내용 중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현재 취업상태인 비율이 67.2%이고 전일제 풀타임의 비율이 80%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높으며 전문직 및 사무직 종사자가 많다고 쁘띠부르주아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조합 내의 이질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청년유니온의 향후 핵심과제에 대한 의견에서 ‘청년의 불합리한 노동환경 문제제기와 개선’과 ‘청년 일자리 실업문제 정책 제시’가 상위에 올랐습니다. 청년유니온이 그간 정책기획 사업으로 수행한 업종별 근로조건 실태조사와 고발 및 캠페인, 법 적용 확대 및 근로기준 확보와 제도․관행 개선 등에 대한 정책적 개입 요구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유니온의 사회적 역할과 향후 전망 및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세대별 특성이 있기에 청년들이 처음 사회에 나와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 구직활동 중에 노동을 ‘권리’로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생애 첫 노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삶에서 노동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으로서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하고, 청소년유니온을 출범시켰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청년유니온의 기본 역할은 ‘청년의 삶’이라는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청년노동의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내 노조로 진입 이후 새로운 조직화 및 교섭 모델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고민입니다. 내용에 있어서는 민간영역의 단체교섭 모델을 만들더라도, 개별 사업장 상대가 아닌 주요 서비스업종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하는 등 업종 내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서울시와의 사회적 교섭 사례와 경험을 내용적‧지역적으로 확대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노동의 목소리를 적극 개입시킴으로써 청년 일자리‧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수단을 확보하려 합니다. 아울러 전체 노동운동의 강화에 일조하는 것을 목표로 양대노총, 특히 산별노조들과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극적인 연계사업을 통해 청년층이 많이 종사하는 특정 업․직종별 노동시장에 대해 청년유니온의 고유한 접근방식과 기존 산별노조의 자원과 전략이 결합된다면 분명히 성과를 남길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정체와 관성을 피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며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혁신의 과제들을 끊임없이 도출하면서 기존에 청년유니온이 고유하게 만든 운동들은 보다 낮은 곳으로, 더 열악한 곳으로, 주변의 주변으로 향해야 합니다. 사회적 관심과 노동권의 사각지대, 무법지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채 고통 받는 노동현장의 청년들을 만나고, 이들의 구체적인 삶과 노동을 드러내는 일, 그것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지지를 동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작은 성과와 승리의 경험들을 계속 축적할 것입니다. 그것이 청년유니온이 잃지 말아야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윤정) 알바노조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가입한 첫 노조입니다. 첫 노조에서 집행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제 활동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알바노조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하반기는 어떤 기조로 활동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특히 평가 기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노조는 통상적으로 일정한 시기에 임단협을 하고, 결렬되면 파업을 하는 고유한 사이클이 있는데 저희에겐 아직 그런 것이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알바노동자를 조직해서 이들이 파업하거나, 사업장에서 교섭하는 방식의 이상적인 모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실제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슈파이팅을 해서 조합원 수가 많아지면 그것이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알바 노동자들을 더 만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난 이후에 어떤 길로 갈지 좀 더 고민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공통성을 형성하고 ‘노조’의 길을 가기 위해
현재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수도권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고, 지역에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조합원 수가 많은 것보다 진보정당, 시민단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작은 사업부터 시도해서 전국 단위의 조직이 되고자 합니다. 실제 상반기에 평가를 하면서 그간 알바노조 성장의 동력이 된 이슈파이팅을 포기하더라도 300여 조합원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개발하고 조직 관리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합원이 300명이 넘다 보니, 이후 노조 총회의 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도 듭니다. 대의원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단순히 대의기구를 운영하는 정도의 회의체계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조 내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야겠다는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의 공통성은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알바노동자는 다양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다양한 경로와 경험을 갖고 있는데 단순히 알바라는 것만으로 조합원을 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조합 내에서 공통성을 형성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려 합니다. 최근 알바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노동법에 관심을 가진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입니다. 공통성을 확보한다면 비조합원들도 참여할 수 있고, 조합원들이 알바노동자라는 정체성뿐만 아니라 다른 알바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고 그들을 위해 활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희망연대노조의 사례처럼 같은 사업장에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공통성을 확보하고 노조의 힘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지역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역 거점을 만들기 위해 홍대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교섭이나 노사정위에 향후 알바노조에 참여할 경우 첨예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실제 그런 기회는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 고민해볼 것 같습니다. 또한 교섭과 관련해서 하나의 교섭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기존의 교섭을 강제하는 것은 노조의 힘 즉, 조직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고민이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가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포함해 권리구제 사업을 많이 진행해서 최근 청년 알바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소식을 접해 가입한 조합원들을 활동 조합원 혹은 집행부로 만들기 위해 이들을 조직, 교육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알바노조는 당분간 노조와 NGO 사이에서 존재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갈 길에 대해 많은 시도와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알바노조만의 길을 개척해낼 수 있을 거란 낙관을 해봅니다.
김직수) 반갑습니다. 김직수입니다. 저는 청년노동운동을 세대 문제로 보기보다 새로운 유형의 불안정 노동자층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노조운동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반노조운동은 기존 노조운동의 기업별 관행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기업별 경계로 묶을 수 없는 유동적 노동자들의 조직화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운동이 직종별 운동을 거치고 나아가 노동시장 규제력까지 갖출 수 있는 산업별 운동으로 확장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산별운동은 기존의 기업별 조직이 전환하는 형태로 형성되어 온 데다 기업별 조직 내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괴리 또한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노조운동은 기존에 조직화 자체가 미비했던 주변적 직종을 중심으로 조직화를 시도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직종별 운동을 바탕으로 산업별 수준의 운동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전망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된 측면이 있는 거죠. 그나마 노동시장의 유동성이 낮고 현장 기반의 조직화가 가능한 공공서비스부문은 부분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간 최저임금 투쟁이 청소노동자들의 직종임금 투쟁의 성격을 띠어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는 현장 기반의 조직화가 거의 불가능한 유동적 노동시장의 불안정 노동자층을 대변하고자 하는 시도로 봐야 합니다.
청년노조운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기존 노조운동에 대해 청년노조운동이 갖는 의미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인정’과 ‘분배’의 두 차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존 노조운동은 초기의 청년노조운동을 세대론에 기반한 인정투쟁으로 국한해 봤으나, 이들을 재평가한 계기는 청년노조운동이 각종 캠페인과 사업을 통해 불안정 노동문제가 인정과 분배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노조운동 내에서 젠더, 인종, 고용형태의 신분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상하게 된 과정과도 연관이 됩니다. 이후 청년노조운동이 초기의 인정투쟁 중심 접근에서 교섭 등 분배투쟁의 중요성을 스스로도 인식하고 강조하는 경향 또한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청년노조운동의 조직확대 기반을 보면, 온라인(SNS) 중심인데 이것이 일종의 인정의 논리에 바탕하고 있는 데 반해 조직의 확대와 성장, 대안적인 운동 방향 제시, 기존 노조운동의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향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분배 측면의 효과성을 확보해야합니다. 한편으로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모두 조합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연결의 과잉’, ‘관계의 결핍’ 경향에 주목해야 하며, 조합원 간의 결속력은 높아졌지만 관계성이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청년 불안정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기에는 미래 전망문제가 포함됩니다. 기존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 가입을 고려하는 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청년노조에 대해 서비스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이런 부분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사회적 문제제기, 제도개선 투쟁 등 영향력 강화를 통한 멤버십 강화가 조직의 외연확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청년노조운동이 총연맹과 산별연맹과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비정규노동운동이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노조운동 전반에서 투쟁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비정규노동운동과의 연대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 두 조직의 핵심은 도시 지역, 민간서비스 부문의 청년층으로, 이들이 겪는 불안정 노동시장의 문제들이 공공서비스부문의 주변적 노동자층의 문제나 제조업부문의 대기업 사내하청, 중소영세사업장 문제 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여기에는 지역활동 강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시민들의 우호적 여론이나 청년노동 문제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식뿐만 아니라, 지역 내 기존 노조의 활동을 사업장 밖으로 이끌어내서 이들과 협력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질의응답>
유형근) 질의응답에 앞서 두 단체를 굳이 ‘유사 노동조합’이라고 파악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사 노조’라는 용어는 미국의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학자가 만든 것입니다. 미국도 조직률이 하락하고, 기존 제조업 중심의 노동시장이 민간서비스 부분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노조로 이해를 대변하기 힘든 층이 너무 많이 늘어난 거죠.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프로그래머들을 예를 들면 이들을 노조로 규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니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업무에서의 고충이나 문제점을 서로 공유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아니지만, 쿼지 유니온이 아니냐고 한 것입니다. 이는 사업장 단위의 임단협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노조운동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또한 청년유니온, 알바노조의 상당수 조합원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 보장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은 채 시민․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조합에 가입해 재정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조 지도부도 이를 알기에 새로운 운동의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나가려고 하는 것 자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쿼지 유니온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입니다.
참여자) 청년유니온이 설립되기 전인 2008년에 촛불집회가 있었고, 2010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잖아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겠지만 두 사건이 노조 설립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준영) 시기적으로 보면 청년유니온은 촛불집회, 지방선거 사이에 창립했습니다. 저는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선배 세대들은 대중의 거리 진출 이후 어떻게 청년운동을 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청년운동도 어려움을 겪고 학생운동도 대학 내에서 몰락하는 과정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였기에 문제해결을 위해 이런 형태로 노동운동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흐름이 있었을 겁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정당들이 청년세대의 담론 부각과 동시에 득표 전략의 하나로 ‘당신의 정치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며 진보적인 청년들이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청년유니온이 청년노동의 상승세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유형근) 저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사회에서 청년들이 조직을 만들어서 자신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최초이지 않을까요. 80~90년대 학생운동은 자신들의 이슈를 갖고 싸우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이 불안정노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갖고 당사자 운동을 조직한 것은 IMF 외환위기가 가져온 한국의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사회운동의 장을 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운동사 측면에서도 두 조직의 의미를 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집회의 영향과 관련해서 이 자리에 계신 청년유니온 3기 위원장도 당시 촛불집회를 목격하고 사회의식을 갖게 되어 청년유니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압니다. 일반 조합원 수준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활동가 측면에서는 분명한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2010년 지방선거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은 청년유니온에 굉장히 유리하고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조성해줬다고 봅니다. 만약 그 변수가 없었을 경우 정치적 대표성이나 상징적 대표성의 차원에서 청년유니온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약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참여자) 앞서 토론에서 청년 당사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권리를 자각하는 것이 노조 초기에 강한 정서적 결합․응집력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두 조직의 설립과정에 그런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의 조합원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주휴수당 지급 캠페인이 언론에 노출되면서입니다. 커피빈에서 5억 원의 체불된 임금을 청년들에게 직접 지급했다는 성과가 알려지자 조합원이 급격히 늘었죠. 물론 당시 조합원으로 가입한 청년들이 체불된 주휴수당을 받고 그 수혜자로서 청년유니온을 찾아온 것인지, 아니면 청년유니온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에 동의해 노조를 찾게 된 것인지는 데이터를 좀 더 분석해봐야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권리 인식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질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하윤정) 알바노조의 경우에도 청년노동자의 권리찾기 캠페인이 알려지면서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문제를 해결해주면 조합원으로 가입하거나 지인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사견으로는 알바연대 시절 최저임금 투쟁에서 조합원들의 응집력이 많이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최저임금 투쟁 시기에 벌인 활동들이 유의미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저희 내부에서도 타성에 빠진 최저임금운동 진영에 새로운 자극을 줬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이후 활동하는 조합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청년노동운동이 일종의 새로운 실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주신 발표자와 토론자 및 참석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제112차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