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정략적 판결이었다. 그 결과 노사관계의 대립과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은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사용자에게 무기를 쥐어 주었다.
2014년 임단협은 행정부와 사업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사용자와 이에 맞서는 노동자의 대응으로 매우 뜨거운 여름을 맞을 것이다.
1. 통상임금 논쟁의 본질
통상임금의 산정범위를 둘러싼 법리적 논쟁의 이면에는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저임금 체계가 존재한다. 즉 사용자는 시간 외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정상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보다 낮게 지급하기 위해, 기본급을 낮게 유지하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확대하여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어왔다. 노동자는 통상임금 비중이 낮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생활 유지를 위해 연장, 휴일, 특근 등 시간 외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이유는 가급적 법정근로 이상의 장시간 근로를 제한하고자 하는 취지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시간 근로를 시킬 경우에는 정상근로로 받을 수 있는 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의 취지와 반대로 통상임금 적용범위를 축소했고, 사용자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도입하여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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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사업장, ‘을’ 노동자 임금조건]
① 회사가 통상임금에 포함한 임금 150만 원(기본급 130 + 수당 20)
②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임금 125만 원(상여금 통상급의 600% + 수당 50)
③ 주 40시간 근무, 토요일 무급, 일요일 유급휴일 → 월소정근로시간수 209시간
▶ 회사 적용 통상시급 : 7,177원(150만 원/209시간)
▶ 근기법에 따른 통상시급 : 13,157원(275만 원/20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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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을’이 결근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근무한다면 상여금을 받는 달과 상여금이 없는 달을 평균해서 월 275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는다. 만약 ‘을’이 1시간 동안 야간근무를 하게 된다면, ‘갑’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해야 하므로 19,735원[13,157원+(13,157원×0.5)]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을’이 1시간 야간근무를 하면 ‘갑’ 회사는 10,765원밖에 지급하지 않는다. ‘갑’은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대부분의 수당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을’의 통상시급은 7,177원이고 가산임금 50%는 3,588원밖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라는 예규를 만들어 사용자를 지원한 셈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임금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갑’의 주장대로라면 정상적인 주간 근무는 시간당 13,157원을 받는 반면, 야간근무는 시간당 10,765원만 받기 때문이다. 즉 정상근로(주간근무)보다 추가근로(야간근무)에 대한 임금이 오히려 낮은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규정에 역행한다.
결국 ‘갑’ 회사의 노동자들은 노동의 피로도가 심해지고 사고발생 위험률이 높아지는 초과노동을 법정노동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해야 한다. 반면 사용자는 법정노동시간보다 싼 임금으로 초과노동을 시킬 수 있으므로, 굳이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해 신규채용을 하기보다는 기존의 적은 인원으로 장시간 초과노동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통상임금 정상화 투쟁은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것이며, 연장근로를 제한하여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일자리를 나누는 투쟁이다.
2. 통상임금과 관련한 경과 및 문제점
통상임금 문제의 경과
1988년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라는 예규를 만들어 고시했다. 내용의 핵심은 대부분의 수당 및 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근로의 대가를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위법하게 편취할 수 있도록 예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각종 수당을 포함시키더니 2012년 3월29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 판결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장했다. 노동조합은 사법부 판례에 맞게 임단협을 개선하자고 사용자에게 제안했지만 이는 거부됐고, 결국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은 급증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댄 애커슨 GM(제너럴 모터스)회장이 현재 한국GM에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하자, 이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정부 부처 장관과 사용자 단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신뢰할 수 없으니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개최해서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3년 9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고, 같은 해 12월18일 선고가 있었다.
판결의 핵심 내용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간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하면서도, 노동자 측의 노사합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 요건”을 갖추었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이미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한국GM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이미 언급했듯이 판결의 핵심 내용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점이다. 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합의(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나 관행도 포함)를 했고, 통상임금 추가 지급으로 인해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는 ‘신의칙’을 우선 적용해서 사용자에게 지급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궤변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강행규정은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에 위배된 행위의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한다. 그리고 강행규정은 해당 규정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 여부를 불문하고 적용된다. 신의칙을 이용하여 강행규정을 위반한 노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 내에서 작동돼야 할 신의칙이 법질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합의의 당사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견해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7다17482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신의칙은 강행규정에 앞설 수 없다.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으로 노동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나 사용자가 그 강행규정에 저촉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한 경우에, 신의칙을 내세워 사용자의 그릇된 신뢰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에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에 기초해 국민의 대표자가 강행법규로써 보장한 권리를 노동자가 법에 따라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의 문제점
사용자를 위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고시한 고용노동부는 이번엔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이하 지침)을 만들었다. 법적 효력은 없는 지침일뿐이지만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법위에 군림했듯이 이 지침도 법위에 군림할까 두렵다.
지난 1월23일 발표한 지침은 사용자를 위한 지침이다.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지침의 핵심적인 3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 판결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에 대해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함께 고정성을 부인함으로써 통상임금 적용을 배제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침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있는 임금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전합 판결을 왜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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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초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근로자가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없음을 주지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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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에 있어서 중도 퇴직자에게 일할계산을 해주지 않을 경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함에도 오히려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통상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다.
둘째, 지침은 정기상여금과 관련하여 신의칙 적용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적용하고, 사실상 전합 판결 이후에 새로운 노사합의가 없는 이상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임금을 청구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신의칙 적용 여부는 고용노동부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고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다. 따라서 신의칙 적용을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진정·고소를 기각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지침은 전부 폐기되어야 한다.
셋째, 지침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적용할 수 없는 사업장별 특성에도 불구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지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직무급 또는 성과급은 경총 등 사용자 단체가 10여 년 전부터 주장하던 임금체계 개편방향으로써 극단적인 사용자 편향적 태도이자 사업장 특수성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방증이므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3. 민주노총의 2014년 사업계획
핵심사업인 최저임금 현실화와 통상임금 정상화
정부는 1988년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라는 예규를 만들어 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노동의 대가를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정부가 사용자에게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이 60%도 안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삼성그룹 등 10대 그룹 소속 69개사가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놓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2014년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현실화와 통상임금 정상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결정하고, 법·제도 개선 투쟁 및 임단협 시기집중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통상임금 정상화 쟁취를 위한 특별 기구를 구성하여 오는 4월에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등 법·제도 개선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2014년 임단협은 특단의 전술을 마련하여 교섭 및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조과 조직되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와의 연대 및 조직화 사업도 전개할 것이다.
임단협 교섭 전술
통상임금 정상화 문제는 통상 일하면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1.5배 이상을 연장·야간·휴일 수당으로 지급하게 함으로써 일정한 임금수준을 유지시키는 한편,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상 할증임금제도의 취지이다. 따라서 그 자체를 사회적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교섭의제를 형성해야 한다. 즉 모든 노동조합은 ‘통상임금 정상화 → 노동시간단축→ 정규직 고용창출’ 요구를 하나로 묶어서 2014년 임단협을 준비해야 한다.
임단협과 관련한 핵심 내용은 민주노총이 마련한 ‘임단협 모범안’인데, 아직 교섭이 본격 진행되지 않은 관계로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여부 확인 및 대응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임금지급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취업규칙, 임금협약 또는 단체협약으로 구체화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노조와 협의를 하지 않고 ‘보수규정’, ‘보수규정 시행세칙’, ‘급여지급 기준’ 등 명칭에 상관없이 별도의 규정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 이는 취업규칙의 부속 규정으로써 효력이 있다. 이 별도의 규정에 대한 개악을 시도하거나 이미 위법하게 개악했을 수 있다.
따라서 임금지급과 관련한 세부내용을 규정한 자료를 요구하고 검토해야 한다. 만약 이 중 노조(취업규칙을 적용받는 대상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아닐 경우 적용받는 노동자 대표)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개악은 무효임을 분명히 하고 개악 이전 자료에 따라 해석해야 하며, 미래의 개악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경총은 이미 자체 제작한 ‘통상임금 대응지침’에서 개악을 추진하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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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과 관련해 사업장마다 임금을 조정했던 관행 등을 고려해 변경 시기를 정하고, ① 수당의 성격을 명확히 검토하여 기존수당 가운데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② 재직자 한정‧일할지급 규정 존재 여부 등 지급방식을 검토해 정비해야 함.
<경총 ‘통상임금 대응지침’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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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용자 측에서 먼저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요구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하라.
전통적인 임단협 교섭은 노동조합에서 요구안을 제출하면 이에 대해 사용자 측에서 답변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먼저 요구한다는 것은 정부의 지침을 등에 업고 노동조합과 대결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이다. 따라서 파업을 배수진으로 한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3) 임금체계(구성항목)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합 판결에 따르면 통상임금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충족(위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에 민주노총은 동의하지 않지만 논외로 한다)해야 한다. 반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단협으로 정하는 것은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급여항목별 분석을 통해 전합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적용을 받는 항목은 기본급화를 추진하고, 통상임금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항목은 임단협을 통해 통상임금으로 규정해야 한다.
(4) 급여항목별 통상임금 적용 여부에 따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통상임금 적용을 받는 급여는 사용자의 불이익 변경 추진이 불가하도록 한다. 통상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급여는 지급 방법, 지급 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통상임금 적용범위로 임단협을 개정하거나 또는 지급 방법을 개선하여 차기 임단협에 대응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통상임금 적용여부가 불분명한 급여로써 대부분 정기성과 일률성은 충족하지만 고정성 충족은 애매한 경우다. 노조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으로 애매한 항목은 기본급화 시키거나 임단협을 통해 통상임금 적용범위로 규정해야 한다.
(5) 이 외에도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식, 지불방식은 별도의 규정이 아니라 임단협 규정에 포함시켜서 사용자 측의 일방적 불이익변경 추진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사용자 측에서 통상임금 적용을 받는 수당을 기본급화 하자고 적극 제안하면서 전체 금액이 아니라 2/3만 적용하자고 하면, 이는 개악을 위장한 것이니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사용자 측은 통상임금 적용범위 개악 시도를 위해 구조조정과 임금체계 개악을 무기로 들고 나올 것이다. 따라서 2014년 임단협은 총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