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전성시대다.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국내에 설립된 협동조합 수는 2,606개(수리 기준)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해 12월 제정됐음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히 괄목할 만하다. 그리고 지난 7월 또 하나의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Pilot COOPS)이다. 이 협동조합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노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래 최초의 사례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의 염진수 이사(좌)와 김제형 이사(우)>
노동조합이 만든 첫 협동조합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일견 다른 조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내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태생이 같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국 규모 노동단체인 조선노동공제회는 1921년 국내 최초의 소비조합인 ‘조선노동공제회 소비조합’을 설립했다. 원산총파업을 주도한 원산노동연맹 역시 협동조합운동을 핵심 사업으로 설정하고, 거의 모든 형태의 협동조합을 활발하게 운영했다. 1970년대에는 동일방직과 원풍모방․대한전선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펼쳐졌다. 두 조직 간에는 유사한 점도 많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이익의 보호 및 증진, 자율적인 가입과 탈퇴, 민주적 운영, 조합원에 대한 교육 중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만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취지와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듣기 위해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을 찾았다.
지난 9월10일 진행한 인터뷰는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의 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에 응한 협동조합 관계자가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간부일뿐더러, 협동조합 설립 초창기라 사무실․온라인 홈페이지 등 기본 여건을 다 마련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노조 사무실을 빌리긴 했지만, 그 덕분에 사무실에 있던 협동조합의 염진수 이사(대한항공조종사노조 부위원장), 김제형 이사(대한항공조종사노조 기획실장)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만든 최초의 사례인 만큼, 염진수 이사에게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노조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계기는 한국의 기업, 정치 환경 아래서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이 열악해졌기 때문입니다. MB 정권을 지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같습니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법이나 정치환경, 기업환경은 더 어려워졌어요. 취직난도 심하고, 임금 인상에 비해 물가 상승률도 높죠. 또한 갑을관계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대두됐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스스로 설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작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협동조합에 관한 정보가 노조로 유입됐습니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없는 시기에 협동조합이 새로운 희망을 주지 않을까 싶어 관심을 갖게 된 거죠.”
협동조합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노동자들은 조합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그래서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각자 3좌(1좌 10만원) 이상을 출자해 지난 7월15일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다음 달인 8월7일 서울시로부터 설립 신고를 받았다. 이어 김제형 이사가 부연했다.
“조종사들끼리 친목을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방식을 논의하던 중 처음에는 호프집 형태로 ‘사랑방’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가 돼서 협동조합 형식을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노조 간부들이 계속 토론하고, 협동조합 관련 컨설팅을 받으면서 생각을 구체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초기 생각대로 호프집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가야겠다고 결론 내리게 된 거죠.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회의실로 쓰고 바자회도 열며, 모임 장소에서 커피와 맥주도 팔자고 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녹아들어 만들어 진 것이 이번에 나온 파일럿클럽하우스(PCH)입니다.”
협동조합이 택한 첫 사업 ‘파일럿클럽하우스’
협동조합이 1차 사업으로 택한 파일럿클럽하우스는 조종사, 승무원들을 위한 일종의 만남, 담화의 장소다. 직업 특성상 운행 일정이 서로 달라서 공공의 관심사나 의견을 나눌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기초했다. 현직 종사자들이 만든 사례로는 한국에서 최초다. 외국에서는 공항 주변의 도시나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접근 가능한 곳에 클럽이 꽤 있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퇴직한 조종사나 승무원이 파일럿클럽하우스와 비슷한 형태로 주점을 열긴 했지만, 인적 네트워크의 한계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조종사협동조합에서 항공업 종사자들의 교류를 위해 좀 더 큰 규모와 차원에서 공식적인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그곳이 지난 8월30일에 일산에 문을 연 파일럿클럽하우스다.
“협동조합 1차 사업으로 파일럿클럽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초기에 우리들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험 무대가 필요하다고 봤죠. 그래서 그나마 우리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파일럿클럽하우스가 아니겠냐는 의견들을 모아서 이 같은 형태를 택한 겁니다.”
그런데 왜 공항 인근이 아닌 일산에 마련했냐고 묻자, 김제형 이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한항공 조종사 1300여 명 중 400명이 일산에 사는데다, 예산 절감 차원에서 강서구보다는 일산에 파일럿클럽하우스를 오픈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거든요. 그래서 첫 지점을 일산에 내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파일럿클럽하우스의 형태와 내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선 콘셉트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콘셉트를 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처음에는 조종사들끼리 모여 맥주 한잔 마시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협동조합 형태로 가다 보니까 많은 생각들이 더해지더라고요. 이 생각들을 녹여내려다 보니 다양한 콘셉트가 가미된 거고요. 그래서 호프집으로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가보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실제 ‘조종사들이 호프집을 차려 돈 벌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어서 이를 부식시키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그래서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이냐,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염진수 이사의 말대로, 파일럿클럽하우스는 다양한 기능을 소화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조종사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조합원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협동조합 자체 행사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및 기관․단체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장소를 대여할 예정이다. 청소년의 문화센터로 활용될 수 있고,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공연, 바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염진수 이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파일럿클럽하우스는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정인들을 위한 맥주 광장이 아니고, 그렇다고 연수원처럼 회의를 위한 장소도 아닙니다. 다양한 콘셉트,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떤 면에서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지 않느냐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염진수 이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제형 이사가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중국집 같은 인테리어예요.”라고 말하며 겸연쩍은지 웃어 보였다. 염진수 이사도 “저희가 경험이 없잖아요. 다양한 콘셉트를 녹여내는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상당히 어려웠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현재 파일럿클럽하우스는 인테리어 콘셉트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이에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멋진 인테리어를 갖춘 파일럿클럽하우스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 이어졌다.
<PCH 오픈행사에서 김동욱 노조 사무국장이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
“이윤추구는 협동조합의 주 취지가 아니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일단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만든 만큼, 왜 협동조합이 필요한지 노조 조합원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사회적 협동조합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들이 각자의 목적, 경제적 이익에 영합해 만드는 거잖아요. 노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만든 형태가 저희가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자본적인 협동조합의 속성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도덕적 기준이나 본질적 관점에서 생각을 달리하는 조합원들이 있어서 내부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그 문제가 모두에게 공유가 된 것은 아닙니다. 또한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높지 않고요. 그래서 앞으로 설득 작업과 조합원 대상 교육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염진수 이사의 말에 이어 김제형 이사의 설명이 뒤따랐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에서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부 문제다 보니 아무리 내부에서 얘기해봐야 조합원들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얘기를 듣고 컨설팅 자문을 받아 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또 노조와 협동조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결국 조합원들의 이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생각에 동의해 주신 조합원이 현재 400명이예요. 당연히 이 분들은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이 됐고요. 향후 지속적인 가입 권유를 통해 협동조합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현재 노조 조합원 1300명 중 60~70%는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노동조합이 왜 협동조합을 만드는지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두 사람의 고민이 이어졌다.
“저희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취지를 고용창출과 지역사회 기여로 보고 있어요. 대개 이윤추구를 먼저 생각하는데, 이윤추구는 사실 많은 취지 중 밑에 있는 겁니다. 협동조합이 기존의 주식회사 형태, 기존의 회사 형태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추구되고 있잖아요. 스페인의 몬드라곤 봐도 그렇고요. 결국 협동조합 형태로 가면, 기존의 자본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며 우리 생활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단지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저희는 분명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아이쿱이나 생협 같은 협동조합이 100개 정도 만들어진다면, 건전하고 균형 잡힌 경제 질서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들이 고민한 것이 있어요. 물론, 저희도 잘 되면 그런 방식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 롤 모델로 생각하는 협동조합은 스페인의 몬드라곤(Mondragón Cooperative Corporation)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시 몬드라곤은 호세 마리아(José María) 신부가 설립한 노동자 생산협동조합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운동의 중심지이다. 스페인 내전 후 희망이 사라진 광산마을에 부임한 호세 신부는 몬드라곤 아이들을 위한 기술학교를 세우고, 5명의 졸업생들과 함께 1956년 석유난로공장 울고(ULGOR)를 설립했다. 이렇게 시작된 몬드라곤은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스페인에서 매출 7위, 고용 3위 규모의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몬드라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 단 한 명의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1만5천여 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며 기존 기업 생태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항공업 종사자들의 장 만드는 것”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 꿈꾸는 협동조합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조종사들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점차 사업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자동차 정비소, 주유소, 헬스클럽, 어린이집, 조합형 마트, 박물관 등이 그 세부 사업계획이다. 이 사업들이 조합원들에게 직접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간단한 직영사업이라면, 약국 및 병원, 여행사, 레저사업과 같이 보다 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제휴를 통해 혜택을 끌어낼 계획이다. 물론, 비행기 조종사들만을 위한 목표는 아니다.
“사업의 범위가 넓어지면 협동조합 자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부 반발 때문에 클로즈드숍 형태로 대한항공 전현직 조종사만을 조합원의 범위로 설정했는데, 이제부터는 다 오픈하고 넓힐 생각입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타항공사 조종사도 조합원으로 받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항공사도 가능하고, 승무원도 가능합니다.”
실제 조합원 중에는 미국 델타항공에서 퇴직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명칭은 비록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고, 현재로서는 전현직 민간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만 조합원의 자격이 있지만 조만간 항공 관련 직종 전체로 자격을 넓혀갈 예정이다. 김제형 이사는 “하나의 단체에서만 모여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 직원, 항공 전문가,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까지 모두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이에 발맞춰 강서, 김포지점 등 파일럿클럽하우스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조합원 수는 400여 명으로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들이 대부분이다. 타 항공사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파일럿클럽하우스 내부에만 홍보 문구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대신 협동조합 운영이 일정 정도 안정화되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년 말까지 조합원을 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업은 역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분리일 것이다. 김제형 이사가 “현재는 조종사노조와 굉장히 밀접한데, 파일럿클럽하우스 오픈과 1차 협동조합 조합원 모집을 마무리한 뒤 협동조합을 노조에서 분리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자생력을 키우고 나면 2차 사업에 돌입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뒤 이어 염진수 이사가 부연했다.
“지금은 협동조합 설립 이사진도 조합 간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원이 많아지고 자금 규모가 커지면 전문적인 이사진을 두고, 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독립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조합을 배제한 기구로서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태보다는 모든 면이 독립된 체제에서 운영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꿈꾸다
협동조합 운영이 안정화되면, 본래 취지대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이어졌다.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1차 목적이 일정 정도 충족되면, 눈을 밖으로 돌릴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파일럿클럽하우스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확대해 나갈 겁니다. 또 이런 사업들이 확대되면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러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전망이 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 사업장 종업원에 대한 대우와 근무조건을 개선한다면, 이 같은 사례들이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쳐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인식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사회가 우리 조종사들 모두가 꿈꾸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염진수 이사에 뒤이어 김제형 이사도 “협동조합 설립 단계에서 논의 됐던 것 중 하나가 이익의 일부, 10% 정도를 지역 사회에 돌려주자는 것이었어요. 현금으로 기부하는 방법도 있고 우리 지역에 협동조합이 많으니, 연대사업을 통해 지역의 협동조합에서 물건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실천으로 옮긴 사례도 있다. 강화군 볼음도의 무농약 쌀을 구입해 파일럿클럽하우스에서 조합원들에게 쌀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 다음 달에는 제주도 감귤을 구입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염진수 이사의 말대로 “섬이나 산간 지역에서 재배되는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해 농어민에게는 판매 활로를 찾아주고, 조합원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입하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데, 이들은 4개월여 만에 무려 400명의 조합원을 모았다. 첫 번째 사업도 제법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초기 성과에 대해 만족하냐고 물으니, 두 사람으로부터 “파일럿클럽하우스를 오픈하는데 온 정신이 쏠려 있어서 기뻐할 새가 없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협동조합 설립은 처음 시도된 것이라, 걱정과 우려가 앞섰고 지금도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의 첫 시도는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오는 12월에 출범 1년을 맞이하는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협동조합 붐을 거품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취지에 맞게 협동조합을 제대로 운영한다면, 분명 서민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단위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 역시 기업별 노동조합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항공업계 종사자들과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고, 노동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기 위해 막 긴 날개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