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이 남긴 것

노동사회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이 남긴 것

이주환 0 10,209 2013.08.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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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기본방안 연구』의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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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2011. 10.26)에서 박원순 시민후보가 당선된 지 1년이 되었다. 박원순 시장은 노동인권변호사 활동부터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 진영에서도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서울시 초등학교 무상급식, 보육시설 확대, 서울시립대 등록금 반값 인하,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대표적인 진보진영의 의제들이 실현되어 왔다. 

그간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활동은 진보진영의 공약을 실현시키고 있는 ‘모델’(best practice)이 되고 있다. 내 삶과 정치를 분리하여 사고했던 소시민들에게 박원순 시장의 시정활동은 ‘이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사례인 것이다. 그렇기에 학계와 노동계는 물론 국민들도 박원순 시장의 활동과 사업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특히 박원순 시장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해결(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 총 7,598명)은 진보정당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총선 및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18대 대선 당선자인 박근혜 후보 또한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공약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는 아마도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만을 전환대상으로 상정했을 것이다. 서울시 사례처럼 간접고용(파견용역)이 고려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은 박원순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과 이행 내용인 ‘비정규직 종합대책’(1, 2차)의 내용을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 중 ‘간접고용(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과 대책(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직무급 도입)’은 우리나라 정부(중앙, 지방)와 노동계는 물론 학계에도 그 시사점이 크기에 구체적인 내용과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2.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과 정규직 전환 실태

1)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


IMF 구제금융 이후 비정규직의 증가는 실업 및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노동계 모두 고용 및 일자리 문제의 주요 핵심 사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공공부문(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모범사용자로서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몇 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및 추진지침’(2011. 11.28. / 2012. 1.16.)을 발표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정부 지침으로 용역도급계약 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유지, 고용승계, 근로조건 등에 관한 지침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현황과 전환은 어떤지 살펴본다.

공공부문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교육기관 4개 영역으로 구분되며, [표1]은 2011년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340,636명(직접고용 비정규 24만 명, 간접고용 비정규 9만 9천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교육기관이 147,240명(직접고용 12만 5천 명, 간접고용 2만 2천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공공기관(109,253명), 자치단체(57,775명), 중앙행정기관(26,386명) 순이다. 

그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핵심은 정규직과 동일 유사업무를 상시지속으로 담당하는 기간제 노동자(14.3%)였으며, 지자체 비정규직 내에서도 가장 높은 유형은 기간제(51.9%)였다. 때문에 2007년 비정규직법의 핵심 중 하나가 ‘기간제법’이었다. 그간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다양한 복지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단체장이 당선될 때마다 신규 사업들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사업확대와 연동된 인력충원은 총액인건비, 정원 규정 등 내외부적 상황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간제, 공공근로 등 비정규직이 활용됐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를 2006년과 2011년 비교해보면, 기간제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중은 15.9%에서 14.3%로 1.6%p 정도 감소한 데 반해,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중은 4.2%에서 5.9%로 1.7%p 증가했다. 자치단체에서 간접고용 비중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2006년 1.2%에 불과하던 간접고용이 2011년에는 2.7%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추세는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06년에 2.0%였던 간접고용이 2011년에는 3.6%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때문에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06년에 20.8%였던 간접고용 비중은 2011년에는 29.3%로 8.5%p 증가했다는 점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개선대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2011년 노동부가 조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자료는 표본이 과소 표집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국・시・구비 매칭 사업이나 프로젝트형 사업, 혹은 일시 간헐 업무 등의 대상자가 표본에서 일부 누락될 가능성이 많다. 또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일선 기관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나 용어(도급, 용역, 파견, 민간위탁, 분사, 조건부 위탁 등)의 혼란으로 인해, 단순도급 성격의 간접고용 비정규직만 조사되어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 사례만 보더라도 2012년 상반기 기준으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약 2천 9백여 명)에 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약 6천 2백여 명)이 2배 정도 많고, 서울시 민간위탁 고용 규모는 그보다 6배나 많은 약 1만 7천여 명 정도로 파악된다. 그런데 노동부가 조사한 자료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용역)은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 등)의 41.3% 수준에 불과하다. 

2)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비율은 50%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증가 추세였다. 그렇다면 지난 1년 사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실적은 어느 정도 일까. 2012년 상반기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전환 대상자(기간제 비정규 근로자 22만 명 중 6만 명) 대비 약 23.3% 정도(1만 4천 명)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지자체 전환은 약 22.4% 수준(931명)에 불과하다. 특히 2012~2013년 전환 계획만 볼 때 전환계획은 11%(5,427명)로 공공부문 중 가장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지자체 공공부문 비정규직(49,777명) 중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자(44,350명)가 89%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기관에서 기간제법을 초월하는 보편적 노동인권의 기준과 원칙보다는 소극적 수준의 기준과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선 담당 공무원의 전환 기준과 원칙(상시 지속 업무와 시기, 적용 대상자 선정 등)이 자의적으로 적용된 측면도 하나의 이유다. 

이는 현재 지자체별 무기계약 전환 실적 격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향후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이 많지 않다는 점 등에서도 추가적인 판단의 근거다. 실제로 2012년 상반기 전환 실적이 0%인 곳이 14.3%(264개소 중 38곳)나 되는데, 이는 사실상 비정규직 개선 의지가 없는 지자체로 판단된다. 예컨대 ‘무기계약 전환계획’(2012~2013)을 보면, 광역 지자체 중 전환계획 비율이 20% 이상인 곳은 3곳(광주 57%, 세종 54%, 서울 22%)에 불과하고, 기초 지자체 중 전환계획 비율이 35% 이상인 곳도 38곳에 그쳤다. 

3.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과 대책 특징 


2012년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직접고용 기간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직접고용(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개선이 핵심이다. 서울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1차와 2차로 구분되어 발표되었으며, ‘1차 대책’(2012. 3.22)과 ‘2차 대책’(2012. 12.5.)에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 1차 비정규직 종합 대책은 기간제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1,133명 무기계약직)이며, 2차 대책은 기간제 노동자 추가 직접고용 전환(234명)과 파견용역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6,213명)을 다루고 있다. 

1) 서울시 직접고용 비정규직 대책 

서울시는 2012년 3월22일 「서울시 공공부문 1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으며, 비정규 대책 발표 후 추가 정규직 전환자 79명이 포함(2012. 4.8.)되어, 2012년 5월1일 서울시 비정규직 1,133명(본청・직속기관・사업소 325명, 투자출연기관 808명)이 정규직으로 최종 전환되었다. 그리고 2012년 12월5일 서울시는 「서울시 공공부문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으며, 1차 정규직 전환 계획에서 포함되지 못한 234명(본청・직속기관・사업소 457명, 투자출연기관 705명)의 기간제 노동자가 추가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었다. 

결국 2012년 발표된 서울시 1・2차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자는 총 1,367명(본청・직속기관・사업소 782명, 투자출연기관 883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핵심은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1호봉 기준 월 정액임금 155만 원)이며, 기존 중앙정부의 법제도나 지침보다 상향시킨 제도적 개선책이다.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세부내용은 [표4]에서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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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 정규직 전환(1,367명) → 기준완화・55세~59세 고령자도 전환 
△ 호봉제 적용 →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등 고용의 질 개선
△ 전환제외자 처우개선 → 복지포인트・명절휴가비 등 처우개선 수당 지급
△ 인력 관리제도 개선 → 호칭개선(공무직), 정원관리 등 소속감・자긍심 고취
△ 향후 신규 사업 상시지속 업무 추가 발생 시 정규직(공무직)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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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으로 총 77억 9천만 원(1차 예산 62억 3천여만 원, 2차 예산 15억 5천여만 원)의 예산이 투여된다. 향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호봉제, 복리)이 예상되지만, 모든 조직이 근속기간이 증가하면 관리운영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만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성질이다. 100억 미만의 자원으로 약 1천3백여 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었다. 불안정한 고용이 안정되고, 직장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체 업무규정을 통해 교육훈련제도를 원활히 시행한다면 공무직의 업무 숙련이 향상되어, 대시민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등 조직 내외적인 긍정적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2) 서울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2차 발표)


서울시는 2012년 12월5일 「서울시 공공부문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으며, 2013년부터 △청소 업무(4,17명, 2013~2014), △시설・경비 업무(시설 731명, 경비 512명, 2015~2016), △기타 업무(816명, 2017~2018) 간접고용 비정규 6,231명(본청・직속기관・사업소 1,052명, 투자출연기관 5,172명)이 단계적으로 향후 5년 이내에 직접고용으로 전환된다.

서울시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는 정규직(31,340명) 대비 약 19.9%(6,231명) 정도이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간접고용 노동자가 84.1%(5,172명)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58.1%는 지하철(3,626명, 메트로 1,9179명과 도철 1,647명)에 종사하고 있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정규직(19,386명) 대비 간접고용 약 18.7%가 지하철 2곳에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공부문 간접고용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청소 업무다(67%, 4,172명.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메트로(1,469명)와 도시철도공사(1,647명)가 전체 청소 노동자의 74.7%(3,116명)를 차지하고 있다. [표5]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시 간접고용 종사자의 직종별 현황을 보면 ①청소 66.9%(4,172명, 지하철 74.6%[3,116명, 메트로 1,469명&도철 1,647명]) > ②시설관리 11.7%(731명) > ③기타 13%(816명, 주차 등) > ④경비 13%(816명) 순이다.

결국 2012년 12월 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핵심은 ‘간접고용 노동자 6,231명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고용안정)과 ‘처우개선’(임금 16% 인상)이다. 그간 우리나라 공공부문 어느 곳에서도 서울시처럼 산하 기관 및 조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전환 대책으로 내놓은 곳은 없으며,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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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고용 비정규직 6,231명, 2013년부터 시가 직접고용ㆍ정규직화 
△ 임금・처우가 가장 열악한 청소근로자 4,172명부터 市가 단계적 직접고용・정규직화
-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3,116명): 자회사 설립, 6월1일 전원 정규직화
- 본청ㆍ사업소, 기타투출(1,056명): 2013년 市 직접고용 → 2015년 정규직화 
: 동일가치노동 - 동일임금 원칙 ‘직무급’ 청소근로자에 최초 도입, 16% 임금인상
: 근로환경 개선, 향후 청소 업종은 50세 이상 우선고용직종으로 운용
△ 청소 → 시설・경비 → 기타분야 순으로, 향후 5년 내 전체 분야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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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은 오히려 예산 감소 효가 있다. 서울시 청소 분야 외주비용(도급계약) 예산을 분석한 결과, 외주 시 인건비(658억 원)보다 직접고용으로 인한 인건비(765억 원)가 약 16% 정도 더 소요 된다. 하지만 외주 민간업체의 인건비(71.7%), 사회보험료(6.8%), 복리후생(0.8%)을 제외한, 이윤(평균 4.4%), 관리운영(3.3%), 부가가치세(9%) 등 소요경비(415억 원)는 직접고용(254억 원)으로 약 39%(53억) 줄어들어, 단기적인 예산절감 효과도 있다. 따라서 직접고용 기간제 정규직 전환보다도 사회정책적인 효과와 의미가 더 크다.

서울시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청소 업무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2013년 6월부터 서울시가 자회사를 설립하여 해당 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서울시 비정규직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선택은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핵심은 고용안정인데, 청소와 경비 업무의 경우 연령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현재 서울시 공무직(무기계약직)의 정년은 만 59세이다. 서울시 청소 업무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57.2세(메트로 56.2세, 도시철도 56.6세)로 직접고용(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약 36.7%(투자출연기관 38.1%)의 일자리 상실(정년 초과자)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서울시는 현재의 청소 업무 특성(고령자 우선 고용 직종)과 민간업체와의 도급계약 조건(정년) 등을 고려하여 정년을 65세(65세 이상자 9.9% 존재)로 향상하여 고용안정을 우선시했다. 

다만, 서울시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 대상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부합하게 숙련급 형태의 직무급(월 정액임금 152만 8천 원)을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공공부문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기관에 따른 임금이 아니라, 업무와 근속에 따라 모두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직무급 형태는 우리 사회에서 현 직무를 결정기준으로 한 임금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지자체별로 조건과 차이가 있으나 공공부문 총액인건비(2003. 7 적용, 자방자치법 112조)와 총인건비(지방공기업법 66조 2) 등의 적용과 운영 및 예산지침에 따라 정원 규정의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 메트로와 도시철도의 경우에도 약 3,116명이나 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에는 중앙정부의 법제도 개정과 지방정부 예산 지원이 함께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간제뿐 아니라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에 따른 ‘정원 규정’과 ‘총액인건비’ 문제를 해소해주지 않는 한, 현시점에서 개별 기관의 정책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4. 맺음말

2012년 서울시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전사회적 여론과 이목을 받았다. 그간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했던 고용불안과 저임금 사각지대의 취약계층 7,598명의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성과 못지않게 한계도 명확하다. 서울시 사례가 모범적이긴 하지만 포괄적인 국・시・구비 매칭사업(예: 보건복지건강사업의 간호사, 상담사, 의료급여사 등)과 25개 자치구 비정규직 문제(중앙정부와의 입장 차이, 재정분담 기준)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서울시의 약 380여개(1만 7천 명 종사)나 되는 민간위탁문제는 매우 포괄적인 법제도와 복잡한 고용구조 때문에 쉽게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서울시는 2013년 민간위탁 연구조사를 통한 3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서울시가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마도 협의의 차원에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문제만큼은 해결해야 할 주체일 것이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고용과 노동 문제에 한정해 보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작금의 사회 구성원의 삶과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국가(중앙과 지방정부) 역할을 살펴보면 법제도의 설계자로서, 모범 사용자로서, 감시・지도・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있다.

먼저, 법제도의 설계자(rule setting 역할)로서, 사회 취약계층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해 일명 ‘비정규직보호법’ 제・개정의 책무가 있다. 그리고 모범 사용자로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공공부문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다. 또한 감시・지도자로서 공공부문 각 기관 및 조직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전환의 이행과 사후 관리(모니터링) 역할이 부여된다.

하지만 민간부문 못지않게 공공부문에서도 고용구조를 악화하키는 정책(일명: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그간 공공부문의 경영합리화(성과주의 경영전략 도입: BSC 성과균형지표, ABC 원가회계, MBO 목표관리제 및 평가, 총액인건비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정책이 무차별하게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공공부문 각 영역별 기관과 조직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있더라도, 중앙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이행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모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을 공약으로 한 만큼, 서울시 사례가 주는 의미와 시사점을 반면교사로 삼고 이러한 상황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우리 사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이 진척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박원순 시장의 말처럼 ‘노동이 상식’이 되는 사회라는 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서부터 ‘조건의 차별’과 ‘결과의 차별’을 해소해야한다. 저명한 역사학자 카(Edward Halle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글귀가 있다. 그는 책에서 “역사가의 주된 임무는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이며,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역사가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역사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그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역사가의 관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인 비정규직 고용대책을 둘러싸고도 정부 정책결정자, 노사 이해당사자, 연구자 등 각기 다양한 입장과 의견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을 좀 더 부각하고 살펴보는 혜안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점일 듯싶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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