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 박상철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사회: 오동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일시: 2011년 10월7일(금) 오후 4~6시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발표]
사회자: 반갑습니다. 제86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이번에 최초로 정파들 간 경선이 아닌 정파연합을 통한 단일후보군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통합지도부가 탄생한 것인데요. 신임 지도부가 생각하고 있는 통합지도부 구성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금속노조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금속노조 위원장인 박상철 동지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박상철 위원장은 주로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활동했고, 1990년대 2번 구속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 뵙는 낯선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견을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박상철 위원장을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박상철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발표자: 오늘 저는 두세 분과 조촐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줄 알고 왔습니다. 이렇게 큰 자리인 줄은 몰라서 조금 당황스럽지만, 오신 면면들이 평소에 존경해온 분들이 많고 반가운 분들도 많고 하니, 비록 오십대지만 청년의 심정으로 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저에 대해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습니다. 그 후 울산으로 내려갔고, 거기서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그때부터 노동운동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현장활동을 하면서 해고 생활을 길게 했습니다. 전부 3번 해고됐고, 처음 해고됐을 때는 6년 만에 복직을 했죠. 다행히 현장 노동자들과 잘 싸워서 3번 모두 복직을 했습니다. 해고 기간에는 주로 현장조직들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이력이 이렇다보니 저는 사실 선거에서 주로 떨어지는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통합지도부로 위원장 후보로 이번 선거에 임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은 담담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년 전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위원장을 맡으면서 교육 형식을 확 바꿨고 그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존의 이념 중심의 교육에서 조합원이 원하고 참여하는 교육으로 바꿨죠. 그 결과 2년 동안 조합 교육 참여율이 90%가 넘게 됐습니다. 전국에서도 그런 참여율은 없을 겁니다. 현대자동차는 1년에 12시간 집체교육을 하는데, 민주노총 전임 위원장님들이나 전교조 선생님들, 몸살림운동 활동가분들 등 제가 존경하는 많은 분들이 협조해주셔서 이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집체교육 중 ‘울산 버스 투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울산의 역사문화와 인물 바로 알기를 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교육활동들이 현장에서 속박돼 있던 조합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상급조직 선거에는 두 번 나가봤습니다. 금속연맹 시절 선거에 나가서 2등을 했고, 금속노조 6기에 나가서 또 2등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통합지도부를 구성해서 당선이 된 거죠. 15만 금속노조가 민주노총의 주력부대로서 한국 사회에 희망을 주고 잘못된 것들을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 그럼 이제 이번 금속노조 선거에 통합지도부로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금속노조를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직의 신뢰 회복과 투쟁 통한 노동기본권 전진
발표자: 2006년 대공장노조들이 금속산별노조로 조직 전환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규모가 4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확대됐죠. 그 이후 활동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텐데요. 어쨌든 제가 작년과 재작년 교육활동을 다니면서 물어보니까,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금속노조를 “우리 노조”가 아닌 “우리 상급단체”로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합류한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자기 조직으로 느끼도록 하는 데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거죠. 많은 기대를 받고 출범한 지난 집행부들이 중앙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그를 보완한 수 있는 대안을 실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 그렇게 된 한 이유였을 겁니다.
대공장노조들이 금속노조에 합류한 근저에는 1998년 현대자동차에서 1만 2천 명이 길거리로 몰리면서 겪었듯 자본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공세는 단위사업장 차원에서는 막을 수가 없는 거다, 노동자들이 전부 단결해서 막아야 한다, 금속노조로 더 크게 단결해야 한다,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2009년 시작된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연히 깨졌습니다. 덩치만 키웠고 형식에만 고민과 논란이 있었지, 15만 규모에 걸맞은 실속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적었다는 게 드러난 거죠.
어쨌든 이명박 정부와 자본의 노동탄압은 이후 더욱 거세졌고, 지난 지도부 기간 동안 무려 5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기에 이릅니다. 현재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에는 2만 5천여 명이 참여합니다. 지금 금속노조는 2만 5천여 명에 대한 관장력도 약해졌고, 또 나머지 12만 5천 명에 대한 구심력도 약해진 상황이죠. 이번에 선거를 위해 돌아다녀보니까, 현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공장지부들의 비협조가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하던 다른 후보도 현장을 함께 돌면서 금속노조의 침체된 상황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매우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어느 지부에 들어가서 현장 순회를 했는데, 제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니 탁 쳐내요. 젊은 친구들은 제가 인사를 해도 스마트폰 같은 데 집중하면서 쳐다보지도 않고요. 저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노조 지도부 그 자체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도대체 누구 잘못인가 생각했습니다. 대중이 잘못인가, 아니다 이건 활동가 잘못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지부는 금속노조에 대해 우리가 돈 내는 데 해준 게 뭐가 있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지역지부에서는 하나 돼서 싸우지도 못하는 조직이라며 환멸을 느끼게 만든 것은 결국 활동가와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들에서는 금속노조에 대한 희망이 유지되고 있었지만요.
이렇듯 정말 바닥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바닥이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질 데도 없고 하나하나 쌓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을 보면서 제게 든 생각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찾아야 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노동기본권이 많이 후퇴되고 있는데 조직을 제대로 정비해서 이것을 회복하는 활동을 벌여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제가 이번에 현장을 순회하면서 느꼈던 것들과 지난 5기와 6기 집행부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물 론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지난 집행부에서도 위기 진단을 하긴 했더라고요. 그런데 위기 진단에서 멈춰져 있었습니다. 사실상 문제의 원인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으니 그것을 조심스럽게 다루느라 명확하게 끄집어내서 지적하지 못한 것이죠.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모아내서 저하된 노동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2006년 대공장들이 산별노조 조직을 전환했음에도 중앙교섭도 잘 안 되고, 산별노조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말씀하시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임기 내에 조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을 모아내, 후퇴된 노동기본권을 회복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서 통합지도부를 구성하고 10대 과제를 제시하셨는데요. 그 핵심은 무엇인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7기 통합지도부는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가
발표자: 10대 공약은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의견그룹들이 모여서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토론을 통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금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우리끼리 소모적인 갈등하지 말고 제발 단결해서 신뢰받는 금속노조를 만들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번에 통합지도부를 구성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공약으로 모아낸 것이죠.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가 노동시간 단축을 투쟁을 통해 쟁취해보자 하는 것입니다. 결국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도입 문제인데, 현대자동차에서 10년 넘게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외치고 교섭해왔지만, 이번에 “잠 좀 자면서 일하자”며 나선 유성기업투쟁이 한 것만큼 사회화시킨 적이 없었거든요. 저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지금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2009년 2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을 보면 재해성 질환은 별로 없고 주로 암이나 심혈관 계질환입니다. 암은 작업현장에서의 발암물질이, 심혈관계 질환은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가 주요 원인이죠. 우리가 살자고 일하는 거지 죽자고 일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래서 주간 연속 2교대제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업장 사정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야겠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철폐를 가능한 곳부터 반드시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금속노조 노사관계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재벌의 노무관리방침에 대한 대응전략을 시급히 짜야겠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금속노조 부품 사업장 중 80%가량은 현대자본과 관련이 있고, 그 노무관리방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이 사업장들 중 최근 상신 브레이크나 발레오만도 등에서 금속노조 기획탈퇴의 흐름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 현대자동차의 노무전략에 대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서라도 집중해서 대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셋 째는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공동사업의 모범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욕심 내지 말고 두세 곳에서라도 지부들이 ‘지역공동사업’을 벌임으로써 단결의 기풍을 만들고 확장해나가자는 것이죠. 금속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와 관련 예산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도부의 열정이 없어서 사업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돈이 없어서 사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사업에는 열정도 모였고 돈도 모였습니다. 차근차근 실행해가고자 합니다.
넷째는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조직화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사회와 금속노조가 피할 수 없는 문제죠. 다만 저는 이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대응에 있어 과감한 실천력과 내용에 있어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정규직화 투쟁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효력확장투쟁 등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직률은 우리랑 비슷하지만 협약률은 훨씬 높은 프랑스 같은 사례를 만들자는 거죠. 사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의 단체협약에도 그 효력이 비조합원에게까지 적용되도록 하는 일반적 구속력 조항이 있는 경우가 꽤 됩니다. 이런 조항을 비정규직에게까지 확대하는 투쟁을 벌여나가자는 거죠. 이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의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준비할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조직 조직화 관련해서, 공단 조직화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자 합니다. 공단에 가보니까 민주노총 사업장이 한두 개밖에 없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 공단의 다른 사업장들은 노동조건이 훨씬 나으니까 다들 민주노총 사업장을 부러워해요. 그런 부분들을 조직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조직을 점검하고 상근 역량을 실질적으로 배치하고자 합니다.
다섯째는 금속노조가 현장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신뢰받기 위해서 ‘교육 대공세’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돌아보면 조합원이나 활동가나 다들 기가 죽어 있는 것 같아요. 교육을 기존의 이념 중심의 딱딱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공연도 배치하고 강사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모시고 해서,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힘을 북돋아주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외에 법제도 개선 투쟁과 관련한 준비들이 필요합니다. 산별교섭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들, 직장폐쇄 요건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들 같은 게 필요합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여러 가지 요구들이 국회로 제기될 텐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요구들을 사회적으로 알려서 실제로 국회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이룬 성과들이 소통이 돼 자연스럽게 두세 배의 결괄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사회자: 교육에 있어 발칙한 상상력을 강조하셨는데,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위원장 시절의 이야기를 조금 해주십시오.
발칙한 상상력과 솔직한 태도가 필요하다
발표자: 당시 조합원들은 ‘울산 버스 투어’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취지는 버스를 타고 울산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되새겨보자는 거였는데요. 사업 기획도 좋았고, 우리 교육위원들이 정말 잘 준비했어요. 역사 해설을 실제 문화해설사보다도 더 잘했습니다. 울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노동운동의 이야기도 섞어 가면서 하니까 많이들 좋아했죠. 또 울산 간절곶에 ‘소망우체통’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우체통이 있습니다. 거기에 가서 조합원들에게 가족에게 희망엽서를 쓰라고 해서 1만여 장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잘 안 쓸 줄 알았어요. 요즘에는 편지 쓰는 문화가 없잖아요. 그런데 호응이 좋더라고요. 그게 성공해서 사연이 방송에도 나가고 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하지만 평소에 무심했고 안 했던 것들을 시도한 게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은 거죠.
또 버스 안에서는 여러 가지 영상을 틀었습니다. 좀 무거운 것도 틀고, <EBS 지식채널e>에서 뽑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눈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도 틀었습니다. 물론 주무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반응들이 예상외로 정말 좋았죠. 돌아오는 버스에서 조합원들에게 평가서를 받았는데, 전반적으로 평가가 참 좋았습니다. 금속노조에서도 발칙한 상상을 발휘해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제가 이번에 선거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게, 형식화된 중앙교섭을 보완하기 위해 완성차교섭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현재 내부에서는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발표자: 저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만 5천이 참여하는 중앙교섭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교섭구조는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금속노조의 대부분에게 영향을 주는 완성차지부들 사이의 교섭은 그러한 방안 중 하나입니다. 지난 집행부를 보니까 완성차지부장들하고 간담회를 별로 안 했더라고요. 금속노조 위원장이 못 만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나서 소통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선이 되면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진행되도록 하지 못했죠. 완성차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는 불신의 감정부터 바꿔내야 합니다. 2006년에 했던 ‘금속산별노조 바로 알기’ 같은 교육을 다시 해서라도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조합원들에게 다가서야 하고, 중앙조직 간부와 임원들이 현장에 내려가서 직접 만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완성차들끼리도 모이지 않을 겁니다.
한편으로 완성차 대공장들끼리, 아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사이에도 정규직 조합원들이 임단협 결과를 서로 비교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예전에는 실리주의를 내거는 건 어용이나 할 일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실리주의의 전국화, 만연화가 이미 진행됐습니다. 노무관리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노조를 농락하고 있죠. 저는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만드는 것이 정말 시급하다고 봅니다. 우선 현대와 기아가 공동요구안을 만드는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요구안을 현대와 기아가 공동대의원대회를 열어서 확정하는 거죠. 이런 노력들을 통해 “무쟁의 시 주식 준다.”는 등의 사측 회유를 무너뜨려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세상에 “파업을 안 하는 조건”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합의안을 승인하는 것은 노조가 용납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공동투쟁의 조건을 만들어가기 위한 실천들이 필요한 것 같고, 그런 실천들에 적극적이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토론]
참여자: 박상철 위원장이 참 어려운 짐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과거 경험을 돌아보니까 산별노조체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더욱 똑똑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육과 조직과 투쟁은 삼위일체인데, 이를 잘 풀어가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주한테 당하고 노동자한테 당하게 됩니다. 산별노조운동이 정말 힘든 길인데, 오늘 박상철 위원장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 게 정말 실감이 납니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많은 의견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가 살자고 하는 운동을 하면서 갈등하고 인간성이 망가지는 일은 되풀이해서는 안 되잖아요. 민주노총의 중심에 있는 금속노조가 이번 통합지도부의 출범을 통해 좀 더 앞서가게 되길 바랍니다.
참여자: 조직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조하셨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공약으로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조직화를 말씀하셨는데, 지금 워낙 양극화된 상황이라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소통 위해선 금속노조 대의원 역할이 중요해
발표자: 우선 조합원들이 금속노조 7기 지도부는 그래도 현장에도 자주 오고 경청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이제 2년 뒤에는 다른 위원장이 오시겠네요, 하고 얘길 해요. 그런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해야죠. 그런데 예전에 현장대장정 한 걸 보니까 듣기만 하고 왔더라고요. 저는 우리의 내용을 가지고 조합원들을 만나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장의 얘기도 듣고, 우리의 계획과 고민을 전하고 해야, 현장에서 듣고 온 이야기들을 실제 사업에 반영하고 집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이뤄지고 있구나 하는 인식이 현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책임 있는 투쟁을 하고 싶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15만이 하나 되는 투쟁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러저러한 조건은 어렵겠지만 잘 교육하고 조직을 재정비를 해서, 민주노총과 더불어 제대로 하나 된 힘으로 싸워볼 수 있다면, 조직 내부에서 단단한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금속노조가 이렇게 위력을 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껴야 조합원들이 조직을 신뢰하고 다가서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실은 지금 현장에서 금속노조 대의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는 대의원 선거에서 선거구 득표 1위가 금속노조 대의원을 하는데, 대부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속노조 대의원으로서 고유한 역할과 임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의원들이 금속노조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나르는 역할을 못 하는데 소통이 잘되고 신뢰가 만들어지기 어렵죠. 이런 부분부터 고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 편,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과 조직화 관련해서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어쨌든 이번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원하청 공동투쟁을 하며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노조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출입을 막는 사측에 대항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싸운 거죠. 결국 현대자동차지부 위원장이 직접 가서 요구사항을 대부분 따냈습니다. 평가보고 집회에서 굉장히 환영을 받았죠. 이러한 실천들이 누적될 때 1사1조직 같은 금속노조의 방침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처우개선과 조직화 관련해서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고, 향후 논의와 고민을 통해서 만들어내고 의제화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임원들이 솔선해 만들어야 할 내부 단결의 기풍
참여자: 통합지도부가 금속노조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는 정파 간 갈등이 심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통합지도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떠했습니까?
사회자: 이대로 가다간 다 죽는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통합지도부라서 그런지, 선거 과정부터 지금까지는 참 좋습니다. 임원들끼리 팀워크도 잘 맞고요. 그렇지만 제가 금속노조 중앙으로 출근한지 며칠 안 됐지만, 가서 보니 상근자들 내부에서 그런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서로 공유를 잘 안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정파들 내부에서 소통을 하고, 골간체계인 실 간 그리고 실 내부에서 공유를 안 하니까 공식적인 소통이 안 되는 거죠.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건데, 제가 먼저 다가가려 하고 있고, 또 임원들끼리도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자고 뜻을 다지고 있습니다. 또한 임원들끼리 얘기한 것은, 절대로 회의공간에서 우리들끼리 싸우지는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상집들 앞에서 임원들끼리 싸우면 조직이 뭐가 되겠는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을 통해 합의를 해서 가지고 가자는 것이었죠.
참여자: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는데요. 민주노총의 주요 산별인 금속노조의 입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당장 급하게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발표자: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합치는 것은 정말 어렵잖아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해서 서로 상처를 많이 줬는데, 어쨌든 겪을 것은 다 겪었으니까 지금부터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리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자의 정치적 단결을 강화해가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준비해나가겠습니다. 생각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노동자의 힘은 단결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지금 민주노동당과 새통추가 통합을 준비 중인데, 어쨌든 그런 과정 속에서 금속노조가 조직적 방침을 정하며 함께 힘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현실 상황을 고려한 다층적 교섭구조 만들어야
참여자: 먼저, 기업지부 인정과 지역지부로의 재편이라는 조직 형식의 문제 가지고 지난 집행부에서 굉장히 날카롭게 대립을 했는데요. 그렇지만 이 문제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뿐더러, 이런 문제 가지고 갈등하고 내부가 나뉘는 것은 것 크게 단결하자는 산별노조의 정신에 반하고 조직에 해로운 영향을 더 많이 끼치는 것 같습니다. 지도부로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지 듣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중앙교섭을 현대자동차가 참여해서 힘 있게 끌고 가던지, 아니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교섭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섭권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집행부만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어떤 고민을 갖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발표자: 지금 금속노조 규약에는 기업지부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금속노조 위원장이 갖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현장의 간부들이 단위노조의 싸움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을 세밀하게 고려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중앙교섭은 금속노조 전체 15만 명 중 2만 5천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앙교섭은 매우 중요하지만,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12만 5천 명에게 강제적으로 참여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거든요. 현실적인 여건상 한 달간 파업이라도 하지 않는 한 현대자동차가 중앙교섭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 조건들을 고려하여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모아서 싸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어떤 분이 내년 대의원대회에서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문제 관련 조직발전 전망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무슨 조직 망칠 일이 있냐, 내 임기 동안에는 그렇게 안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걸 명확히 안 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지만 사실 지금 대부분은 기업지부의 존재라는 현재 상황을 수용하고 있는 거고,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단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귀족노조 공세, 정공법으로 돌파할 것
참여자: 만약 완성차 대기업지부들의 교섭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보수언론의 “귀족노조” 공세를 비롯하여 사회적 공격이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측 가능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생각이십니까?
발표자: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그런 부분에 상당히 피해의식이 많습니다. 실제적으로 따지고 보면 현대자동차의 기본급은 대기업 치고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고, 오히려 사회 책임 활동이나 지역 봉사 활동은 상대적으로 훨씬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지금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런 사업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별도의 기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의 공세가 워낙 거세니까 막아내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국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회 책임 사업 등을 더욱 열심히 해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우리 노동운동이 정치적으로 권력을 더 많이 가지게 되면, 이러한 오해들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운동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지요.
참여자: 그런 공세가 사실상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는데요. 어쨌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격차 문제에 대해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극복하지 못하면서 더 강화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노동시간 단축 운동이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좀 더 장기적인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이라든지 연대임금 정책 등 실질적으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노동운동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회 책임 활동만으로는 저들의 공세를 이겨내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도 정책적으로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발표자: 이번에 선거를 준비하면서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상당히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게 정답이다 하고 답을 내리기가 어렵더라고요. 부품사가 파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지도부로서 굉장히 압박을 받는 부분입니다. 결국 부품사들이 각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 격파당하는 것이고, 산별노조가 완성차지부와 부품사지회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서 솔직한 이야기들로 논의하지 않는 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나오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죠. 그동안 서로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정들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면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소통을 준비하겠습니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사회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했는데요. 발표자께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정리해주시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발표자: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금속노조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 왔습니다. 치료가 필요한데, 저항력이 떨어져서 치료를 하려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훌륭한 처방전들은 나온 것 같은데, 잘 낫지를 않네요. 어쨌든 저는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하나씩 개선해나고 완결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야 이제는 힘을 모으면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심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겸손하게 잘 들어야겠죠. 함께 해나간다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잘 듣고 이야기할 때는 당당하게 하겠습니다. 사람들 놓치지 않고 함께해 나가겠습니다. 동지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부족한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