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모뎀을 통해 처음 인터넷 접속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인터넷 안으로 들어갔지만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을 바라만 보다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다시 빠져 나왔었죠. 당시에 최신 정보를 얻으려면 모뎀을 통해 전화선으로 ‘나우누리’나 ‘데이콤’ 같은 PC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 최고였죠. 거기서 겨우 얻은 정보로 최초로 인터넷에 접속해봤지만, 별 감흥이 없어서 그냥 1년 정도를 제쳐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브라우저라는 게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인터넷 접속이 쉽다고 해서 이것저것 어렵게 세팅을 끝내고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봤습니다.
‘스마트 세상’이 오고 있다? 이미 왔다
그 때 제가 노동조합 상근을 하고 있었는데, 몇 달을 집중해서 인터넷에 접속해본 후 저 혼자 결론을 내렸죠. ‘이건 자본가에게는 큰 선물이고 노동자에게는 재앙이다.’라고 말이죠. 불행히도 이 예측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점에서 서류가 배달될 때까지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던 시절이 끝나고, 순식간에 이메일을 통해 파일이 전송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초창기 인터넷을 사용했던 직원들은 “와! 일처리가 빨라지니 여가 시간이 많아지겠네.”라고 했지만, 자본가들이 그렇게 한심할 리가 없죠. 자본가들은 똑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게 인터넷이라는 걸 직감하고 모든 회사 업무 시스템을 인터넷에 맞게 바꿨습니다. 자본가 입장에서 보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인터넷이었던 거죠.
그때 제가 노동조합의 정보통신 업무 관련해서 강의를 다니면서, “노동조합에서도 인터넷 시대에 철저하게 대비하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면 인터넷 환경은 노동자에게 절대 유리한 시스템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한참 인터넷 홈페이지 만들기 붐이 일어서 단위사업장 노동조합들에서도 괜히 필요도 없는데 우후죽순처럼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당시 많은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디자인했는데, 이걸 하다 보니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홈페이지 업무를 담당할 인력 부족에, 인식 부족, 전략 부족으로, 결국 단위노동조합들의 홈페이지는 없어지거나 있어도 있으나마나 한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5년이 지났습니다. 자본은 또 하나의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게 2010년 11월이었으니, 이제 겨우 1년이 됐습니다. 스마트폰 구입하고 나오자마자 후배에게 전화가 왔는데 받을 줄을 몰라서 지나가던 고등학생에게 어떻게 전화 받느냐고 물어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스마트폰은 ‘터치식’이니 터치만하면 되는 줄 알고 계속 눌러댔는데도 통화가 되질 않는 겁니다. 학생이 손가락으로 쓰윽 문지르더군요. 그렇습니다. 터치만 되는 게 아니라 문지르는 것도 스마트폰을 작동 시키는 한 방법이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학생들이 제 모습이 재밌었는지 웃으면서 가더군요. 그런 제가 이제 1년 만에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스마트 세상의 속도는 무섭도록 빠릅니다.
“휴대용 컴퓨터”와 소셜네트워크의 시대
그 러면 제가 이 연재를 시작하는 목적을 몇 가지 적어 보겠습니다. 첫째, 제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지식을 글로써 전달하는 것입니다. 비싼 단말기 값에 비싼 요금 내고 있는 스마트폰을, 문자와 통화만 사용하고 그 외의 기능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런 거 배워서 뭐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간혹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이 필요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은 몰라서 그 기능이 필요가 없는 겁니다. 스마트폰 공급 초창기 때 강의하면서 지하철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실행시켜 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더니 한 아주머니가 아주 감동을 하시더군요.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이야, “뭐 그런 거 가지고 감동까지…….”라고 말씀하시겠지만, 그 아주머니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겁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마트폰은 모르면 필요가 없지만 알면 알수록 필요한 물건입니다.
둘째, 제가 진보진영 특히 노동조합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보통신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에서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스마트폰이 우리 노동운동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부정적으로 작용할까? 등등의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겁니다.
다행히 최근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계획 단계부터 치밀하게 스마트폰 및 소셜네트워크 시스템(SNS: Social Network System)과 관련된 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노동조합들도 본격적인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대비해서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스마트폰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나름 정보통신과 인터넷 관련 업무를 15년 정도 하다 보니, 스마트 폰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가 어슴푸레 하게 보입니다. 제 눈이 백내장이라 어슴푸레 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머리에 희미하게 그려진다는 겁니다. 오해 마시길^^.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 드리겠지만 한마디만 한다면, 향후 모든 전자기기는 무선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될 겁니다.
요즘 사람들의 생활습관 중에 손으로 TV를 켤 수 있는데도 리모컨이 없으면 계속 리모컨을 찾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만큼 리모컨에 의존적이 된 거죠. 앞으로는 스마트폰이 그렇게 될 겁니다. 자동차, 냉장고, 현관문, 디지털 악기, 오디오 ,TV, 에어컨, 보일러 가스레인지, 가습기 등등 가정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로 다 통제가 되게 될 겁니다. 어떻게 통제가 되는지는 다음호 이후부터 천천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운동, 리부팅하고 다시 시작!
인터넷이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긴급한 필요가 아니라 자본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이렇게 커진 것처럼, 스마트폰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본에 의해 우리들을 둘러싸게 될 것입니다. 벌써 그것에 관심 없는 국민은 시대에 뒤떨어진, “스마트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 받는 환경이 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거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너는 스마트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 역시 끊임없는 화려한 광고들을 통해 우리에게 주입되고 있습니다.
싫건 좋건 간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차피 살 거, 어차피 사용할 거, 제대로 알고 사용해서 “스마트한 사람”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저 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스마트폰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그냥 “인터넷이 되는 핸드폰”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저는 사정없이 “땡!”이라고 외칩니다. 인터넷 사용은 예전 일반 모바일폰에서도 다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어플리케이션(어플)을 다운 받아 실행할 수 있는 휴대용 컴퓨터”입니다. 휴대용 컴퓨터, 바로 이 부분이 스마트폰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 부분을 앞으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성공 비결과 스마트폰 하드웨어 스펙에만 목매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제점도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관련 가장 중요한 팁 하나 말씀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스마트폰의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일 먼저 할 일은 껐다 켜는 겁니다. 말씀드렸듯 스마트 폰은 휴대용 컴퓨터입니다. 일반 컴퓨터가 에러 나면 우선 리부팅을 하듯 스마트폰도 문제가 생기면 리부팅을 해야 합니다. 이 연재의 시작이 느려진 노동운동의 정보통신 속도를 상기시키는 조그마한 리부팅 자극이 됐으며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호부터 유익한 팁을 가지고 고객님.. 아니 독자님들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