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노사관계에 관한 소고

노동사회

몽골 노사관계에 관한 소고

편집국 0 4,378 2013.05.19 02:33

1924년 공산화됐던 몽골은 1990년 집권 유일 정당 몽골인민혁명당(MPRP)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의 개혁·개방을 표방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먼저 대학교수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이어 몽골인민혁명당이 민주주의적 자유선거 제도의 도입, 사유권 인정, 민영화 등의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체제전환 이후 15년,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불안

1990년 최초로 시행된 선거에서 몽골인민혁명당은 기존의 조직력을 기반으로 채 정비가 되지 않은 다수의 야당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내각의 몇 자리를 야당에게 할애하는 등 순조로운 이행기 정치체제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동구 사회주의권 경제에 자국의 경제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몽골은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해 급격한 경제난을 겪게 됐고, 이에 따라 정치부분에서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날로 고조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불만은 여당에게는 분열의 씨앗을, 야당에게는 조직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결국 야당은 집권여당의 내부분열과 국민들의 불만 고조 등을 자신의 정치적 세력 강화에 이용할 수 있었고 이는 1996년 총선거에서 야당연합인 몽골민주주의연합이 76석 가운데 50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몽골민주주의연합 정권의 집정 4년은 혼란과 경제위기로 점철되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해 몽골경제 역시 불안정을 겪었다. 몽골민주주의연합 정권은 부패와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혼란을 겪다가 무려 4명의 수상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을 겪었다. 몽골이 다시 경제적으로 안정화되어가던 2000년, 몽골인민혁명당과 야당은 총선거에서 76석 중 각각 38석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연정을 시작했고 이러한 연립정권구조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전환 이후 불과 15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몽골의 정치는 작년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권리’에서 각각 2점을 받음으로써(1에서 7까지의 점수 중 낮을수록 높은 민주주의 달성이 높은 수준임을 나타낸다. 한국 역시 각각 2점을 받았다.) 급속히 민주주의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부가 경제사회 문제, 특히 노동과 관련된 문제와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노사정 혹은 노정의 협의 기구를 만들고 운영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정부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긴 했지만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러한 협의기제들이 노동조합 혹은 다른 사회세력의 정치적 참여를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부분에 비해 경제 발전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그동안 몽골경제를 지탱하던 구 소련으로부터의 원조가 끊어지면서 전환 초기의 몽골경제는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국민총생산이 약 20%가 감소되었고 물가상승률은 1992년 약 325%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1994년부터 안정된 경제가 이후 약 10년간 성장기조를 유지하였으나, 주로 구리, 금 등의 천연지하자원 관련 산업과 목축업에 집중되어 있는 산업구조는 몽골경제를 세계시장의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기상 변화에 크게 의존토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1999년 세계 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폭락하고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겨울 이상 한파를 겪으면서 몽골은 또 다시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됐다. 2001년부터는 국제 금 가격의 상승과 지속적인 국제사회 원조로 인해 다시 안정적 성장을 재개했으나 천연자원 의존과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시장경제 하 몽골노조의 적극적 자기위상 정립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 중 하나였던 노동조합이 새로운 시장질서 속에서 급속한 체질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전환기 경제체제’의 특징 중 하나다. 동유럽의 경우 자유 시장경제의 급속한 도입으로 인해 조직 노동운동이 급속하게 힘을 잃었고, 몽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몽골의 경우 전환기 이후 조직노동자의 숫자가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긴 했으나, 그 이외의 활동 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기조정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는 전환 초기 몽골의 노동조합 정상조직이었던 ‘몽골노동조합중앙평의회’가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노사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한 결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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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초기였던 1990년 3월, 몽골노동조합중앙평의회는 최초로 정부와 경제사회적 문제를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이는 몽골노동조합중앙평의회가 시장경제 전환 이후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이익 대변자로서 자기위상을 정립하는 의미를 띄었다. 노동조합중앙평의회는 이후 연이은 노동법 개정에서 활발히 자기 목소리를 냈고, 그 목소리는 노동법 개정에 반영됐다. 전환기 경제의 대부분이 그렇듯, 현실은 성문화된 노동법상의 각종조항과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몽골노동조합중앙평의회는 지속적으로 노사정 협의기구의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몽골 노동조합의 협의기제의 활성화에 대한 이러한 기여는 몽골경영자총연맹(Mongolian Employers Federation)의 성장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환 초기 서서히 늘기 시작한 사기업 경영자들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경영자들의 조직화를 시작했다. 그 중심에 지금 몽골경영자총연맹의 전신인 ‘몽골사기업경영자총연맹’ (Mongolian Private Enterprises Employers Federation)이 있었다. 당시는 민주주의적인 정치체제와 개방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객관적인 환경이 좋았음에도, 미성숙했던 자본주의적 질서와 물적·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새롭게 설립된 경영자총연맹이 그리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자총연맹을 노사정의 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정부와의 공식 채널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것이 다름 아닌 몽골노동조합중앙협의회였다. 몽골노동조합중앙협의회는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협상 채널의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 아직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강력하지 못했던 경영자총연맹을 협상 채널에 참여시킬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다. 이렇게 전환기 초기, 강력한 권력자원을 가진 정부, 전체 국민의 이익 대변자를 자임하던 노조, 그리고 아직은 정부와 노조에 비해 그 힘이 미약했던 사용자단체가 몽골의 3자 합의 구조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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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노사관계의 구조와 특성

몽골의 노사관계는 현재 1999년 개정된 노동법에 근거하여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국단위에서는 몽골전국노동조합총연맹(Confederation of Mongolian Trade Unions)이 유일한 정상조직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통계를 보면 총연맹은 1,359개의 단위노조와 총 183,035명의 노조원을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피고용 노동자의 약 55%에 해당한다. 산별노조 역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최대 회원 수를 자랑하는 교원/과학기술자/의료인 노조(Enlightenment Trade Union Federation)를 포함한 총 12개의 산별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각 산별 노조는 모두 노사정, 혹은 노사의 단체협상을 하고 있으며 산하의 단위노조들은 산별교섭을 토대로 단위별 단체협상을 하고 있다. 

이처럼 몽골의 노조 조직체계는 다른 전환기 경제에 비교하여 상당히 발달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진 않다. 대부분의 노조원이 국영기업이거나 민영화된 전 국영기업의 직원, 또는 공무원이나 이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진 교원들이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사기업에서의 노조조직률은 절대적으로 낮다. 조직화되지 못한 비공식부문이 점증하고 있는 것 역시 노동운동이 맞닥뜨려야할 큰 과제라 할 것이다. 또한 산별노조의 활성화에 비해 산별 사용자단체의 활동은 활발하지 않다. 노사정협상이나 노사협상에서 사용자측 대표로는 각 산업의 대기업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고, 몽골경영자총연맹이 이러한 사업자대표들에게 정보 및 전술을 제공하고 있다. 

핵심 특징: 중층적 교섭구조와 사회적 협약

몽골 노사관계의 매우 중요한 특징은 ‘중층적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중층 구조의 특징은 전 단위노조가 산별노조뿐만 아니라 지역노조에도 가입되어 있는 데서 기인한다. 구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지역행정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던 지역노조는 체제전환 이후에도 그 조직을 유지하여 모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행정상으로 몽골에는 총 21개의 아이막(Aimag, 한국의 도 단위)과 울란바토르 특별구역이 있는데, 이 모든 곳에 지역별노조가 있고 이들은 지역사회의 이슈에 대한 대안 제시 등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국단위, 지역단위, 산별단위 등으로 구성된 몽골의 중층적 노사관계의 수립은 전환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한 노사정협약, 그리고 이에 따른 노사협상의 포괄적 성격 형성과 큰 관련이 있다. 몽골의 정부와 노조는 1992년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된 노사정 협의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경제사회적 문제를 중심으로 노사정협의를 했다. 그리고 1999년 노동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삼자대화 기제는 ‘노동사회합의삼자위원회(the National Tripartite Committee for Labour and Social Consensus, 이하 삼자위원회)로서 노동법에서 규정된 법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노동법 제138조). 

개정노동법은 삼자위원회를 노동자 대표자, 경영자 대표자 그리고 정부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와 관련된 폭넓은 이슈에 대해 정책적 자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정 삼자협의의 원칙은 단체협상에도 반영되어 있다. 즉 노동법의 단체협상과 단체협약에 관한 조항은, 단위기업별, 산업별, 지역별 단체협상이 가능하며 정부 역시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노동법 제20조). 또한 이러한 단체협상에서는 노동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룰 수 있다. 실제 단체협상은 노사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과 같은 사안 이외에도, 조세제도와 지역 광열비 등의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노사관계 이슈가 없는 지역노조의 경우에는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 예를 들면 학교의 컴퓨터 교육 강화, 환경문제, 교통비 삭감, 광열비 삭감 등의 의제를 토론하고 지역 정부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  

제도적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러한 중층적, 포괄적 노사관계는 참여민주주의 확산, 지역자치의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점 역시 적지 않다. 우선 중층적 노사관계로 인해 노조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많지 않은 물적 인적 재원이 산업별, 지역별, 단위 노조에서 활동해야 함으로써 활동의 중심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층적 구조 속에 각 층위의 조정기제의 부재로 말미암아 상호 모순된 의제가 제시되어 협상의 장기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실제 과거 화력발전소노조가 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을 때 한 지역의 노조는 광열비의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양자 간의 조정기제 부재로 말미암아 협상이 장기화되었던 사례가 있다. 

둘째는 단체협상의 포괄화가 갖는 문제다. 단체협상이 폭넓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속성을 가진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합의사항의 이행에 대한 책임감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경제적 이슈에 관한 합의의 경우 합의주체의 이행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임금 인상이나 특정의 노동조건 개선과 같은 조항들이 이들 추상적 조항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짐으로 인해 합의이행의 의무감이 전체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이다. 실제 노동조합이 발표한 합의문 이행의 실적은 90% 이상을 웃돌고 있으나, 임금 인상 등과 같은 중요한 조항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의 핵심은 몽골 노사관계의 ‘제도적 불완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법 상에는 존재하지만 노사갈등과 분규를 중재할 수 있는 기관이 아직 부재하다는 것, 합의사항 불이행 등을 감시하고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강제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제의 부족은 이상에서 제기된 문제의 근간이라고 하겠다. 

몽골은 전환기라는 격동의 시기 속에서 특유의 체제를 형성, 발전시키고 있다. 비록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미래에 대해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과 사회전체의 경제적 발전에 대한 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