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국가행동 우선과제’를 채택한 제14차 ILO 아태총회

노동사회

‘10년간 국가행동 우선과제’를 채택한 제14차 ILO 아태총회

편집국 0 4,207 2013.05.24 12:06

지난 2006년 8월29일부터 9월1일까지 4일 동안, 부산 Bexco 국제회의장에서는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ILO 아태지역총회)가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의 노사정 대표들 약 6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매년 6월에 개최되는 ILO 세계총회와는 달리 ILO 지역총회는 4년마다 열린다. 지금까지 ILO 아태지역총회는 지역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는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됐으나, 이번 제14차 아태지역총회는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특히 이번 아태지역총회는 원래 2005년 열리기로 되어 있었으나 우리 국내 노사관계 문제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올해로 연기되어 열리게 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제14차 아태지역총회는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후안 소마비아(Juan Somavia) ILO 사무총장의 보고서와 지난 제13차 총회에서 수립된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 보고를 중심으로, 아태지역 각국의 노사정 대표들이 향후 양질의 일자리 창출 실현을 위한 행동의제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었다. “아시아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논의는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연관된 4개 분과회의, 즉 △세계화 시대 경쟁력 및 생산성과 양질의 일자리,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거버넌스, △밀레니엄 세대: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노동이주: ILO 다자체제 실행을 위한 지역전략 등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 논의 결론을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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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8일 ILO 아태총회장인 부산 벡스코에서는 양대 노총과 ILO 노동자그룹 공동주최로 열린 ‘한국의 노동기본권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 매일노동뉴스 ]

ILO와 양질의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는 1999년 후안 소마비아 현 ILO 사무총장이 취임하면서 ILO가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사업이다. 현재 ILO 모든 부서의 활동과 사업은 양질의 일자리 실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은 1999년 코피 아난(Kopi Annan)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해서 채택한 UN 새천년선언과 2000년에 채택된 새천년개발목표(MDGs) 등과 연계되면서, UN의 경제사회이사회 등 여러 국제기구들에서도 이를 위한 공동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UN MDG가 2015년까지 정해 놓은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음에도, 세계화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인구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 제14차 ILO 아태지역총회 역시 양질의 일자리와 빈곤감소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 등 노사정 각 주체와 ILO가 해야 할 역할,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역적 차원의 협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ILO와 UN MDGs 사이의 양질의 일자리와 빈곤감축에 대한 연관성을 표로 정리하면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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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시아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제를 논의하는 각 분과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경쟁력 및 생산성과 양질의 일자리

아시아는 그 동안 주목할 만한 생산성 증가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질의 향상 그리고 10억에 달하는 빈곤층 노동자의 생활을 향상시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획득된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하여,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술을 갖춘 노동력을 확보하고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 및 임금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러한 입장이 이번 아태지역 총회에서 참석한 국가 대표들에게서 대체로 확인되었다. “세계화 시대 경쟁력 및 생산성과 양질의 일자리” 분과회의에 참석한 정부대표들은 △직업창출과 인력자원개발이 중요하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답이 될 수 없고(중국 정부 대표), △생산성 향상은 장시간 노동보다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뉴질랜드 정부 대표), 또한 △생산성 향상은 노사정 파트너십과 건전한 노사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일본 사용자 대표), △생산성 향상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고 빈곤을 퇴치 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싱가포르 사용자 대표)는 주장 등을 제기했다.  

사용자 그룹은 전반적으로 ILO 사무총장의 보고서에 생산성과 경쟁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환영했다. 반면 노동자 그룹은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일자리 감소로 이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동자의 자발적인 참여 및 협의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많은 정부 대표들은 생산성 향상도 이루고, 보다 많은 그리고 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노동시장 거버넌스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거버넌스” 분과회의에서 정부대표들은 △좋은 노동시장 거버넌스는 유연성과 안정성 및 보안성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고, 이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인내를 갖고 노력할 때 이루어지며(인도 정부 대표), △노동기준을 경영시스템에 통합하는 자발적 노력이 법에 의한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크게 보완할 수 있고(일본 정부 대표), △모든 측면에서 그리고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하며(호주 노동자 대표), 이는 △수요와 공급에 경직된 법규적 간섭이 없을 때 가능하다(한국 사용자 대표)는 주장들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하여 사용자 그룹 대표들은 아시아의 노동시장은 각 국가별로 다루어져야 하며, 각 국가들의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노동자 그룹은 거버넌스 기본 틀 안에 비정규직,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소외되어 있다는 점과 ILO 핵심 노동기준 비준이 저조한 상황이 좋은 거버넌스를 방해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 여러 정부 대표들은 노동시장 거버넌스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과 사회·경제·환경정책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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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장 밖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 매일노동뉴스 ]

청년실업과 이주노동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분과회의에서 정부 대표들은 아시아의 청년 인구는 전체 노동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실업자의 거의 반이 청년 노동자들이라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청년실업 대책마련은 빈곤철폐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전제 조건이며(인도네시아 정부 대표), △청년 노동자들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및 정보 제공이 중요하고(바레인 정부 대표), △안정된 양질의 청년 고용정책 가이드라인을 위해 포괄적인 거시경제정책 마련과 보다 많은 국가들이 청년고용네트워크(YEN)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필리핀 노동자 대표), △청년 고용문제는 복잡한 성격이기 때문에 한 가지 처방으로는 효과가 없고 청년에 초점을 맞춘 고용정책이 나와야 하고 노사정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호주 사용자 대표)는 점들을 강조했다.
노사정 대표 모두는 청년 실업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것에 공감하면서, 청년노동자의 고용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훈련의 필요성과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의 해결, 그리고 정부 간 정보공유의 중요성 등을 지적했다. 

“노동이주, ILO 다자체제 실행을 위한 지역전략” 분과회의에서는 송출국과 수입국 모두에게 이주노동은 고용 및 빈곤감축 전략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또한 인구문제 및 노동시장문제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는 점에 모두가 인식을 같이 했다. 또한 출국, 해외취업, 귀환 및 사회통합 등의 모든 과정에서 국가관리의 필요성과, 효율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송출국과 수입국가에 따라 다소 입장 차이를 보였는데, 송출국가들은 두뇌유출을 깊이 우려함과 동시에 송금 비용과 절차를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고, 수입국들의 경우는 자국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송출국과 수입국 간의 양국협정이 단순한 인력의 수요공급 균형뿐만 아니라, 기술과 능력의 상호인정 및 사회보장혜택 호환 등의 이슈들에 대해서 다뤄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또한 각국의 환경과 사정을 고려하면서 기본권보장 차원에서 노동이주의 국가관리를 다루는 ILO 다자체제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향후 10년간의 국가행동 우선과제

이번 아태지역 총회는 향후 10년간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빈곤감소를 위한 국가행동 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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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서 2015까지 국가행동 우선과제

1) 핵심 국제노동기준 비준 증진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존중
2) 지속가능한 생산성 증가와 경쟁력 증진
3) 고용창출 증진
4) 비공식 부문, 특히 농촌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기회 증진
5) 특수교육 및 평생학습 등을 통해 기능과 고용가능성을 모두 높이는 교육기회 증진
6)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및 기업가정신의 증진, 그리고 학교에서 노동현장으로 원활한 전환 및 모범사례 공유
7) 사회적 타협 역량과 노동행정의 강화
8) ILO 협약 제138호와 182호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
9) 대화를 통해 송출국과 수입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주노동 운영개선,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평등 대우
10)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노동법과 사회정책의 입법과 시행 및 개정 등 효과적인 노동시장 거버넌스 개선
11) 사회적 대화를 위한 기본틀을 포함한 기타 적절한 제도와 규율 개발하여, 노사협력을 증진하고 노사파트너십 메커니즘 및 노동시장을 효과적이며 공정하게 조율 
12) 양성평등 증진, 특히 양질의 생산적인 일자리에 대한 동등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능력강화
13) 장애인,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피해자, 에이즈 환자, 토착민, 기본권을 인정받지 못 하는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각별한 관심
14) 비공식경제의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호 적용 확대
15) 산업 안전과 보건 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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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ILO 아태지역 총회는 지역협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빈곤감축을 위한 정보, 지식, 경험 및 전문성의 공유를 강력히 권고했다. 그러면서 △아태지역의 직업능력 및 고용가능성 프로그램(Skills-AP)과 같은 기술네트워크, △ILO 노동이주 다자체제,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정보 공유 지표자료 등 현재 아태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들의 결과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이행하는 회원국 정부와 노사 파트너에 대해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의 과제

이상과 같은 ILO 아태지역총회 논의결과를 수용하기 위하여 한국 노사정은 먼저, ILO 핵심협약 8개를 모두 비준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일임금(제100호)과 차별금지(111호), 아동노동금지(138호와 182호) 협약은 비준하고 있으나, 강제노동 금지(29호와 105호)와 결사자유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87호와 98호) 협약은 비준하지 않다. 

둘째, 양질의 생산적인 고용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청년실업과 여성 비정규직 고용의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빈곤감축에 대한 지역적 차원뿐만 아니라, UN, ILO, UNESCO 등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셋째, 이주노동의 수입국가로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양국 간 또는 지역 내 협력제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대화체제 강화와 노사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역량과 노동행정 강화가 필요하며, 다섯째, 온전하고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여섯째, 양성평등과 차별금지의 실현과 취약계층 보호 조치들을 도입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산업안전, 보건 및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이 이번 아태지역 총회를 통해서 살펴본 한국 노사정의 과제들이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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