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5년차, 멈춰선 노정관계가 갈등을 넘어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개악된 노조법 시행으로 노동 현장은 초토화되었고, 노동기본권은 후퇴하였으며, 만성적인 실업과 상시적인 고용불안, 실질임금의 하락과 저임금계층 확대 등으로 노동시장은 더욱 더 불안해졌다. 특히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전 세계로 전이되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지고, 가계부채 급등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경제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5월30일 개원한 19대 국회는 한 달이 지나도록 원 구성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고, 시급히 다루어야 할 민생 현안과 사회적 의제들이 뒷전에 밀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고는 노동 입법과제의 제도화와 대선 승리를 통하여 ‘2013년 노동-복지체제’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2012년 하반기 한국노총의 주요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광범한 연대를 통한 ‘노동입법 6대 과제’의 제도화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창당의 주요 주체 중 하나로서, 당헌에 의거하여 전국노동위원회 차원에서 4・11 총선 노동정책 공약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민주통합당과 공동 기자회견(2012년 2월27일)을 통해 이를 성안한 바 있다.
총선 노동정책 공약에서는 긴급한 노동입법 과제로서,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위하여, 노조법,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최저임금법, 고용보험법 등 6대 입법의 개정을 19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하였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지난 5월24일, 의원 총회를 열어 19대 국회 개원 직후 19대 민생 법안을 당론 입법발의 하기로 하였다. 이 가운데 노동 관련 법안은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기간제법), △최저임금 현실화(최저임금법), △고용보험 보호 확대(고용보험법), △정리해고 규제 강화(근로기준법) 등 5가지 법률 개정안이 포함되었다. 이는 한국노총이 총선 정책 공약에서 제시한 핵심적인 노동개혁 입법과제인, △노동기본권 보장(노조법 개정), △노동시간 단축(근로기준법 개정)이 누락된 것이었다. 대신 민주통합당은 원 구성 후 노조법 개정 등 2단계 당론 입법발의를 제시하였다.
이 같은 입법 추진은 19대 국회 임기 개원일을 앞두고 여야 간의 대외 홍보성 민생 법안 제출 경쟁으로 말미암아, 법안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과 사전 검토 과정이 생략된 채로 진행된 것이었다. 민주통합당의 한 축인 한국노총조차 노동 관련 제1차 당론 발의 법안 선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입법과제의 우선순위와 세부 법안에 있어 일부 견해차가 발생하였다. 이에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에 노동 입법과제의 추가적인 사전 협의 체계를 확립할 것과, 2단계 입법발의 내용에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할 것을 제기하였다. 또한 전체 노동계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하여, 민주노총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정책 협의를 진행하였다. 그리하여 노동법 공동 대책위원회 구성, 양대 노총 위원장 공동 기자회견, 연속 기획토론회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 사업을 전개하기로 하고, 민주노총과의 연대 및 공조의 기조를 세웠다.
노동정책 없는 MB 정부, 문제는 노동기본권이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 강화 및 노사자치 훼손, 노동기본권의 억압, 단결권의 광범위한 사각지대 방치 등 MB 정권 기간 동안 노사관계는 정부와 사용자 주도로 일방적, 노동배제적 정책결정 구조로 변질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업별 노사관계 고착화, 사회적 대화 기구 유명무실화 등으로 인해 사회적 대화 및 교섭 기능이 약화되었다. 노동위원회 역시 독립성・공정성・전문성이 부실화되어, 노사분쟁 해결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이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실제로 전체 노동자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미조직 노동에 대한 보호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조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조법 개정의 주요 방향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실직자(해고자), 구직자 등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고, 노동 3권 중 ‘1.5권’밖에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교원 및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확대 보장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 설립신고에 대한 행정관청의 부당한 반려행위를 근절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비준과 철저한 준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초기업단위노조의 단체교섭 촉진을 제도화하고, 단체협약의 효력확장 요건을 완화하여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여야 한다.
둘째, 노조활동 및 쟁의권 관련 부당한 제약들을 풀어야 한다.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의 노사자율 지급 보장, 쟁의행위 대상 범위 현실화(노동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포함), 필수유지업무 폐지 및 공익사업의 범위 축소 조정, 손해배상・가압류 및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제도 개선,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 제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노조법 개정의 내용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미 입법발의된 내용에 △초기업단위노조 교섭의 제도적 촉진,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요건 완화, △교원 및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확대 보장, △필수유지업무 폐지 및 공익사업의 범위 축소 조정, △손해배상・가압류 및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제도 개선 등이 추가된 것으로서, 19대 총선 공약에 반영된 내용들이다.
차별・불안정・불공정 없는 노동시장을 위한 입법 방향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단적으로 문제는 차별, 불안정, 불공정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노동시장에서 개선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의 입법이 필요하다.
첫째, 비정규직을 감축하고 차별을 금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전환 지원, 기간제법 사용사유 제한 조항 신설 및 사용횟수 제한, 간접고용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하여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 설정,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및 근로자 정의 규정 확대, 파견법 개정을 통한 도급 등과의 구별 조항 신설, 파견기간 초과 및 불법파견 시 고용의무를 즉시 고용의제로 개정, 기간제 및 파견근로 사용휴지기 설정 등이 필요하다. 또한, 파견법, 기간제법의 차별시정 신청 주체 및 기간, 비교대상을 확대하고, 목표제 및 할당제 등 적극적 차별시정조치를 확대 적용하며, 조달계약 시 적극적 조치계획서의 제출을 요구토록 하고, 고용평등 관련 벌칙 및 과태료를 남녀고용평등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장시간근로를 제어하기 위한 법제도의 개선으로, 연평균 근로시간을 2015년까지 2,000시간대로 단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정 노동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에게 주40시간제를 즉각 적용하고, 특례업종을 대폭 축소하며, 근로기준법 제63조 적용제외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휴일특근의 초과근로 포함, 대체휴일제도 도입, ILO 기준(132호 협약)에 따라 연차휴가를 최소 3주로 확대, 최소 2주의 연속휴가 보장, 포괄임금제 금지 등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현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거시경제지표 변동률을 하회하여 최저임금을 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주체와 구성의 개선,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 및 감액 대상 규정 폐지, 최저임금 지급 보장제 도입, 탈법적 사각지대 해소 등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및 거버넌스 개혁, 고용보호 확대 등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재편과 혼란의 2012년 하반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2012년 하반기는 19대 국회의 원 구성과 함께 시작하여,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일자리, 복지, 세계 경제위기 등 노동과 관련된 의제들이 핵심적인 정치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제도적・정책적으로 해석과 갈등의 소지가 여전한 근로시간 면제제도에 대해서, 고용노동부가 최근 타임오프 한도 점검을 대대적으로 벌여, ‘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2012년 7월1일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1년, 타임오프제도 시행 2년을 맞아서 ‘자화자찬’의 평가를 내리고, 9월 국정감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지하다시피 타임오프제도와 복수노조제도는 현장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개악된 노조법은 노동탄압의 수단이 되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철저히 봉쇄시키는 사용자의 악랄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2012년 하반기 한국노총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중심으로 하는 ‘6대 우선 입법과제’를 국회에 강력하게 제기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 정치권을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7월 중 임시대의원대회를 힘 있게 개최하여, 정치방침 논란으로 촉발된 내부 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하반기 투쟁을 전 조직적으로 결의할 것이다. 동시에 타임오프와 복수노조의 시행 이후 현저히 약화된 현장 투쟁통력을 복원시키고, 이를 토대로 대선까지 이르는 하반기 정국을 투쟁으로 돌파해 나가고자 한다.
파행 사태를 겪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해서는 양대 노총 차원에서, 대통령 및 노동부 장관 검찰 고발, ILO 진정, 공동 집회와 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하반기 최저임금법을 개정을 추진하여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7월 초 국정감사 대응전담팀을 구성하여 MB 정권의 실종된 노동정책을 9월 국감에서 낱낱이 파헤치고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킬 것이다. 나아가 현안 문제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단위노조들을 하나로 모아, MB 정권 규탄 및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7월 중 개최하며, 9월1일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대중 집회를 배치하는 등 투쟁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10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대선 승리 결의 및 대선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11월 전국노조대표자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를 전개하는 계획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한국노총은 조직력과 투쟁력을 집중시켜, 대선 공간을 대중투쟁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며, 노조법 및 노동의제를 관철시켜 나가고자 한다.
하반기 노조법투쟁 승리를 위한 한국노총 위원장 현장순회가 인천지역을 출발점으로 해서 시작됐다.
비로소 시작된 진검승부, 반드시 승리하기 위하여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개혁입법 제도화를 위한 진검 승부가 비로소 시작되었다. 1,700만 노동자와 100만 한국노총 조합원의 절실한 노동개혁 입법과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노총은 현 시기 당면한 현안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노조법 개정투쟁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한국노총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자세로 투쟁에 임함으로써, 현장의 신뢰를 확인하고 조직 내부적으로 통합과 단결의 기풍을 되살리고, 힘 있게 대선 투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2012년 말까지 이어질 권력 재편 과정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집권과 2013년 노동-복지체계의 기초를 만들어, 승리하는 한국노총의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