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한국 산별노조운동의 전략과 전망

노동사회

글로벌 시대 한국 산별노조운동의 전략과 전망

이주환 0 4,854 2013.08.20 02:59
----------------편집자 주---------------
이 글은 10월3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심포지엄 <한국, 독일, 프랑스 산별노조: 진단과 과제>의 2부 “한국 산별노조 쟁점과 과제”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녹음 사정으로 코지 모리오카 교수 발언 내용을 담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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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학계 토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임상훈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코지 모리오카 간사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직 토론: 공광규 금융노동조합 정책실장
          이정희 금속노동조합 정책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동조합 정책실장
          박준형 공공운수노동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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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토론: 학계]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오늘 사회를 맡게 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입니다. 1부 발표가 대단히 진지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산별노조운동이 그동안 우리에게 하나의 모델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2부는 1부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산별노조가 처한 상황과 전망과 관련해 각계 토론을 듣는 자리입니다. 이 토론은 운동 주체들과 연구자들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먼저 연구자들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주체들이 그 지적에 대해서 소감을 이야기하는 순서로 진행할까 싶습니다. 플로어에 계신 분들도 토론자들을 이야기를 경청한 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입니다. 우리 노동시장 상황이 매우 불평등하고 양극화되어 있고, 불공정하게 형성 및 발전되어 온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 우리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커져서,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의 개선, 그리고 인간다운 처우의 보장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죠. 그런데 이러한 성취는 개별 기업별로, 그리고 개별 노동자별로 획득됐고, 그 과정에서 산업 간 조절과 연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은 업종 내부 노동조건 표준화를 달성하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오히려 격차나 차별을 심화시키는 데 무의식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기업별 노사관계 구조가 그런 결과를 야기한 것이죠.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어찌 보면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변화 전망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산별교섭이 대두된다고 하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상층 노동자들의 양보를 유도하고 상하를 압착해서 내부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노동조건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요구는 강하게 제기되지만 교섭을 통해 실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동 및 사용자 측 준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죠. 즉, 현실에서 요구되는 객관적 과제와 이를 수행하는 주체들의 조건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산별노조운동 최우선 과제는 노동조건 표준화
 
한편, 간과하면 안 되는 게, 우리나라 노동시장 조건은 서유럽과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자기 기술로 경쟁을 해서 그 중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다른 데를 통합하면서 성장하는 식으로 생태계가 조성되었다면, 외부에서 노동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 체계가 보다 쉽사리 구축될 수 있죠.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은 이와는 반대로 외부 자본과 기술을 끌어와서 대기업들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의 필요에 따라 하청 중소기업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는 균형 잡힌 노동시장 규제 체계를 갖추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노사관계가 기업 규모에 따라 분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은 이러한 산업화 과정의 역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조건에 따라 우리 노동운동은 대기업에 먼저 깃발을 꽂고 그 내부 노동시장에서 통제력을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고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소기업이나 외부 노동시장에 광범하게 존재하는 패악스럽고 폭력적인 질서를 규제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대부분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이러한 경향성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노동시장이 지금과 같이 양극화되는 데 무의식적으로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산별노조가 건설되고 산별교섭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사실 조금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공고화된 기업별 노사관계의 한계를 거의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역시 앞에서 언급한 노동시장 구조에서 비롯되는 의식을 집단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한 거죠. 이런 조건에서 노동조건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 상층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시키려 한다면 이들이 과연 수용할 것인가,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노동조건 표준화를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후상박을 실현하려면 밑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위도 너무 많이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노동조건을 표준화하고 실제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정말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렇듯 당위와 현실 사이 격차가 너무 크죠. 나아가 사용자조직 상황에서도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너무 크고 수직 계열화되어 있단 말이에요. 이러한 조건에서 사용자조직이 어떻게 내부 조정과 협력을 추구할 수 있겠는가를 봤을 때, 이 또한 노동자조직만큼이나 어려운 조건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이렇듯 구조적인, 사실상 극복하기 굉장히 어려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여러 가지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산별노조운동의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산별교섭 법제화 주장은 무임승차 심리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산별교섭을 법제화하자고 주장을 합니다. 제가 볼 때 이러한 주장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만 초래할 뿐이고 현실에서 실제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면 산별교섭 법제화 주장은 공짜로 먹으려고 하는 심보에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 우리 조건은 20세기 초중반 서유럽에서처럼 사회주의 국가가 득세하고 노동운동이 막강해서 사용자들이 벌벌 떨면서 제도적 타협을 시도하는 상황이 아니에요. 사용자들이 그런 주장을 수용할 근거가 없습니다. 노동운동에 공짜는 없습니다. 결국 기초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죠. 
그런데 다행히도 최근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양극화와 불평등, 그리고 복지국가가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죠. 이러한 기회를 활용한다면 그래도 이전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과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조직화 사례를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으니까 교섭이 이뤄지고, 교섭이 되니까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단 말이에요. 저는 이러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게 될 텐데, 노동운동이 이렇듯 유리한 조건에서 너무 높은 수위의 요구를 내걸고 행동하게 되면, 사용자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와 성과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산별교섭이라는 것의 역할이 어차피 주로 바닥을 다지는 것이라면 실현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가장 높은 요구를 내걸고 싸우면 될 것도 안 돼요. 그러한 악순환에 산별노조가 묶이면 결국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조직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최저기준 다지는 산별교섭, 실현 가능한 요구 내걸어야
 
한편, 세계 각국 역사를 보면 노동운동은 어떤 주기를 갖고 움직이고 그 주기 속에서 조직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거든요. 미국은 대공황이나 2차 대전 직후, 유럽은 1968년 ‘뜨거운 가을’ 이후 등이 그런 계기였죠. 이번에 우리나라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복지국가와 사회 양극화 등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노동운동에게도 이번 선거 전후로 그런 계기가 주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그런 계기들을 잘 활용해서 발전 가능성과 새로운 전망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치권력 교체라는 게 노동운동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1부 발표에서 프랑스 사례에서도 보면, 정부가 개입해서 단체교섭을 대신하니까 오히려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졌잖아요. 결국 노동조합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조직된 힘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기업별로 조직된 현장 권력과 정체성의 허망함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별노조 운동은 기업 안에서는 굉장히 강한 운동인 것 같은데, 기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게 돼버려요.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고 죽고 못 살고 하던 관계들이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 차원에서 노동조합의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기업 바깥에 근간해서 노동운동과 조합원들의 정체성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 운동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이슈를 제기하면서 다른 분들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임상훈 : 한양대학교의 임상훈입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산별교섭과 산별노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서 토론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관련해서 여러 가지 차원에서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대(對)사용자 관계에서도 선택이 필요하고, 대(對)정부 관계에 있어서도 선택이 필요하죠. 그 중 오늘 제가 주로 말하려는 것은 산별노조 내부에서 제기되는 선택과 관련된 것인데요. 바로 코디네이션(coordination), 즉 ‘조정의 문제’입니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대임금 인상률 조정, 산별노조 외부 노동자와 관계맺음, 현장 연대 강화 등과 관련해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산별 임금 인상률 결정의 최적화 방안은?
 
먼저, 연대임금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입니다. 산별노조 산하 조직들을 보면 해당 기업이 잘나가는 경우도 있고, 실적이 안 좋아서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한계기업도 있습니다. 물론 중간 수준 기업도 있고요. 이렇게 서로 다른 실적과 성과를 내는 기업조직들의 이해관계를 산별노조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연대임금정책을 추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런 도전에 직면했을 때 다음 세 가지 대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먼저, 아예 연대임금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기업별 사정에 맡겨버리는 경우입니다. 다음은 그 반대 극단으로, 기업별 임금교섭을 아예 못 하게 하고 산별 차원에서만 임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죠. 마지막으로, 이러한 극단들은 현실에서는 여러 문제를 낳게 될 테니 양자 사이에서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입니다.
실제 산별교섭이 안착된 다른 많은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일반적으로 먼저 산별 중앙협약으로 의제를 결정하고, 이후에 개별적인 조건에 따라 기업별협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또한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한계기업을 기준으로 해서 중앙협약을 통해 최저 기준이 되는 낮은 수준 연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안입니다. 실적이 괜찮은 기업은 거기에 플러스를 해서 임금 인상률을 정하겠죠. 다른 하나는 중간 수준 실적 기업에 맞춰서 중앙협약을 통해 연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고, 각 기업조직들은 상황에 따라 그로부터 아래위로 조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임금인상률 조정 문제는 내부에서 여러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적이 좋으면 기업별 협상에서 중앙협약이 방해가 될 테고, 실적이 안 좋으면 중앙협약이 상대적으로 더욱 필요하겠죠.       
 
신규 조직화냐, 협약 확장이냐, 법률 제정이냐
 
다음으로, 산별노조가 포괄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 어떠한 연대 전략 및 조직화 전략을 가져갈 것인가와 관련된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제까지 대략 세 가지 방향에서 고민들이 제기되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조직이 안 된 사업장이 있으면 일단 가서 산별노조로 가입시키자는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산별노조에 적용되고 있는 단체협약이 그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효력을 확장하자는 입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산별 차원 또는 전체 노동자 차원에서 최소 노동기준을 법률로 규정해서 적용받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산별노조는 외부 노동자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이러한 방안 중 어떠한 선택을 자기 입장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겁니다. 물론 세 가지를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조직화도 하고 협약 적용 확대도 하고 법률도 만들고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세 가지 방안을 모두 추진하면 상호 충돌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결국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사업장 내 조건이 다른 노동자들의 배제와 공존  
 
마지막으로, 현장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즉, 현장 조작력과 현장 수준 연대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하나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화이트컬러 노동자들이 있고 또한 블루컬러 노동자들이 있고,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융합해서 연대를 강화할 것인가가 주된 문제인데요.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세 가지 방향의 고민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먼저, 1기업1노조 원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화이트컬러건 블루컬러건 비정규직이건 하나의 노조로 단결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할 경우 세 노동자 집단의 이해관계가 동일하며 별도 조정이 필요 없다고 보는가, 아니면 서로 차이가 있고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에 따라서 구체적인 조직 형태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1기업1노조가 가능한 선택이라고 보는 데서는 동일하죠. 다음으로, 여기서 더 나아가 이해관계의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1기업1노조는 오히려 조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이 앞설 경우, 1기업2노조 또는 1기업3노조 형태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분리된 노조들이 서로 경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통적인 것을 획득하기 위해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선택이 이뤄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소극적인 방식이 될 텐데요, 각 노동자 집단별로 서로 다른 이해대변 메커니즘을 갖는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를 테면, 블루컬러는 노동조합을 통해 이해대변을 하고, 화이트컬러나 관리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아닌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상기 기구를 구성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이해를 대변하기 어려우니까, 법률로 최저 보호 기준이나 사회적 보호 장치 등을 구성해 적용받도록 하자는 거죠. 이렇듯 서로 다른 보이스 메커니즘(voice mechanism)을 구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산별노조운동, 자기 전략 명확히 해야
 
이렇듯 몇 가지 차원에서 선택의 문제를 제기해봤는데요. 각 선택들은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이 있고, 또 조직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명확하게 달라지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우리 산별노조운동이 “무늬만 산별노조”라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분명 구체적인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고요. 이에 따라 현재 조건에서 제기할 수 있는 전략은 장점은 더욱 강화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요. 지금 문제는 한국 산별노조운동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전략이 제기될 수 없죠. 앞으로는 말씀 드린 세 가지 차원에서 선택들을 명확히 하고, 그러한 선택을 바탕으로 고민을 진전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의 이병훈입니다. 1부 발표에서 독일, 프랑스 상황을 듣고 보니까 우리한테 위안을 주네요. 우리 노동운동만 힘든 줄 알았더니, 다들 우리 못지않게 고전하고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동운동 내지는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보다 더 큰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 몇 가지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더십으로 집중과 목적의식적 실천
 
사실 우리 노동운동이 “무늬라도 산별”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조직적으로 결의를 하여 조합원으로부터 동의를 얻고, 실제적으로 조직 형식을 짧은 시간 동안 변화시킨 것은 전 세계 노동운동 맥락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여러 가지 발군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이상으로 우리나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각하고, 그런 가운데 최근 노동운동은, 이명박 정부 탓도 있긴 하지만, 그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이 부활하기 위해서, 나아가 우리 사회 노동자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별노조운동이 살아나야 합니다. 1부 발표에서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동의합니다. 이제까지는 형식을 갖추는 데 주력해왔다면, 내용과 질을 제대로 채울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운동 역사에서 나타난 다양한 시도들 중 산별노조운동이 왜 대표성을 갖게 됐는가, 이는 다른 형태 노동운동보다 산별노조를 통한 운동이 노동자들의 힘을 효과적으로 모아낼 수 있다는 점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한국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사관계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더 큰 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을 포괄하기 위한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지도력으로 집중과 목적의식적 실천입니다. 기업이나 직종으로 분산된 방식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 리더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집행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조합원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노동운동으로서 산별노조운동이 다가갈 수 있고, 더 큰 단결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생각이 우리가 산별노조운동을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궈온 원칙이고 초심이 아닐까 합니다.
    
조합원들이 ‘한국형 산별운동’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그렇지만 지금 그러한 원칙과 초심이 얼마나 내용을 채워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지금 산별노조운동을 결국 “뿔뿔이 흩어질 산별”이라고 굉장히 비관적으로 진단하는 분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어쨌든 현재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산별노조운동, 산별노조운동을 통해 우리가 해보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어떤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태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할 텐데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무엇보다도 현재의 내부 분열 상태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 산별노조운동이 형식은 갖췄다고 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적으로 분열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이를 테면 대공장 기득권에 따른 분열이 있고, 정파 간 분열 등이 있습니다. 산별노조로 단결을 막는 이러한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제2의 산별노조” 혹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로 나아갈 수 있는가가 가늠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서도 말씀드렸듯 무엇보다도 지도 집행력을 확실하게 세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산별노조의 강력한 지도 집행력이란 대기업이나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교섭과 조직을 산별노조답게 실천하고 교육함으로써 획득되는 것이겠죠. 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딱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가 현장과 대중, 그리고 현장조직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실천, 사업, 투쟁승리를 꾸준하게 만들어감으로써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조합원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실천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할 때 굉장히 적극적으로 조합원 표를 모아서 조직 전환 결의를 했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에 조합원들이 연대든 정치활동이든, 이것이 산별노조다, 라고 체감하고 단결하게 할 수 있는 실천과 교육이 제대로 없었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도부가 분열되어 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죠. 때문에 우리가 산별노조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계급성이든 정체성이든 산별다운 연대의식을 구체화하는 실천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과거 기업별노조운동을 할 때는 그나마 현장에서 동원도 활발하고 참여도 적극적인 반면 산별노조의 형식을 갖추면서 오히려 지침만 따라가는 관료주의적인 기풍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한데요. 조합원을 주체로 만들기 위한 실천은 이러한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먹이기 식의 사업방식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조합원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산별노조 외부의 미조직 노동자들,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 등과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만나는 방향을 전제로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형 산별노조운동을 주체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산별노조운동이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약 1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그런 것을 무시하고 우리가 산별노조로 전환이라는 결의만 하면 새 세상이 열릴 것처럼 기대하고 이야기했던 것은 너무 안일했던 것이고 반성해야 합니다. 어쨌든 지금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른 나라 사례를 교훈으로 삼되, 기계적이고 교조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한국형 산별노조운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성실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모색 속에서 노동자들의 단결, 집중적인 지도력, 능동적이고 힘 있는 실천 등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변하고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산별노조운동으로 나아가가기를 바라며 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지정 토론: 조직]
 
이원보: 지금까지 연구자들의 토론을 들어봤습니다. 이제 현장에서 직접 산별노조를 운영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조직 입장에서 한국 산별노조운동의 쟁점과 과제에 대한 토론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광규: 금융권 노조운동은 1960년 7월, 그해 있었던 4・19의 여파 속에서 시중은행 5개가 모여서 연합체를 구성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그렇게 기업별 연합체를 기반으로 노조활동을 하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금융권 대량해고 사태를 맞게 됩니다. 연맹을 통해 이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를 않았어요. 때문에 기업별 연합체로는 국가 금융정책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00년 산별노조로 조직 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한편, 이렇듯 산별노조로 전환은 IMF 외환위기라는 외부 타격이 주된 계기가 된 것이지만, 금융산업에서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정부에서 경영진을 임명한다는 공통점, 그리고 이전부터 공동 교섭의 관행이 존재했다는 점 등의 내재적인 특성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연맹일 때도 시중은행, 협동조합,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공동교섭을 하는 관행이 있었고, 이 때문에 근로조건이 비슷해서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산별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다른 조직에 비해 무리가 없었던 거죠.    
 
산별교섭을 통한 노동조건 표준화
 
산별 단체협약을 보면 처음 건설된 2000년과 현재 조항의 수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산별 단체협약은 기본협약 120개 조항, 고용안정협약이 11개 조항, 회사발전협약 6개 조항, 기타 별도협약 등으로 구성됩니다. 단체협약을 놓고 본다면 국내 다른 산별노조보다는 금융노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교섭을 해오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그렇게 한참 해오다 보니까, 이것 가지고 되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권에 비정규직이 상당 비율 존재하지만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파견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새로운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어쨌든 지금까지 금융노조가 산별교섭을 통해 획득한 두드러진 성과는 먼저, 조직 내 조합원들 노동조건 평준화입니다. 과거 연맹일 때는 규모가 작은 가맹 조직 같은 경우 교섭력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쟁의가 발생해서 연맹 중앙에서 가서 해결해놓고 나면 얼마 안 있어 바로 또 쟁의가 발생하는 식이었는데,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산별교섭을 하면서부터는 산별 기본협약을 통해 작은 조직들의 노동조건도 상대적으로 쉽게 평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개별 지부에서 하는 지부보충교섭 안정화를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산별노조 중앙에서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준을 정해주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장 지부교섭이 안정될 수 있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교섭 의제와 범위가 확대된 점도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산별교섭을 하면서 정부 금융정책에 어느 정도 간섭을 하게 되었고, 사회공헌 등 개별 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의제를 놓고 사용자들과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노동운동 재편 담론 활성화로 나가야
 
그렇지만 조직화에 있어서 금융노조는 전략이 거의 부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산별로 전환했을 때에 비해 지금이 조합원 수나 사업장 수가 늘어나질 않았습니다. 조직화 전략은 없고 조직 관리에 불과한 상태인 거죠. 
그래서 향후 과제로 무엇보다도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조직 대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지금 우리 조합원이 9만 3천 명 정도 되는데, 조직 대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13만 2천 명, 비정규직까지 하면 16만 명 정도 됩니다. 파견까지 더하면 훨씬 큰 숫자가 되지요. 어쨌든 지금 금융노조는 전체 조직 대상 노동자의 50% 조금 넘게 조직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물론 미조직 비정규직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대해 금융노조가 개입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은 미미합니다. 이는 산별노조운동의 정의와 원칙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서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조직 과제는 비정규직과 파견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금융노조가 2004년 비정규직지부를 만들었는데, 사실상 현재는 휴면 상태입니다. 대외적인 측면에서나 내부적인 필요에서나 조직 구조를 만들기는 했는데, 전혀 관리를 못하고 운영이 안 된 거죠. 때문에 비정규직지부를 해소하고 ‘금융일반지부’ 정도로 변경해서 비정규직과 파견 노동자들을 별도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조직 사업장 조직화와 다른 산별노동조합과 병합 등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대규모 사업장 36개가 가입해 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금융 사업장, 이를 테면 새마을금고부터 지역 협동조합 같은 데로 조직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조직들이 수백 개가 있을 텐데, 36개 사업장만으로 산별노조운동을 한다는 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87년 노동자대투쟁 때 분리된 사무금융노조 등과도 구체적인 대화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운동 재편 담론을 산별노조 차원에서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노동운동과 산별노조운동이 전면적으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습니다. 지금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자 10%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이 과연 노동자의 대표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를 전환하기 위한 노동운동 재편 담론을 산별노조가 주도적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1부에서 한국 산별노조운동과 관련해 발표하신 김유선 소장께서 기계적으로 대산별 원칙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의 경우 기업지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어쨌든 대산별 원칙 속에서 노동조건의 평준화를 이룬 입장에서 대산별 원칙을 고집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고요. 또한 산별노조 원칙이 초기업단위에서 단결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기업 밖으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이정희: 반갑습니다. 금속노조의 이정희입니다. 금속노조운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 그리고 오늘 제기됐던 쟁점 몇 가지와 관련해 현재 금속노조의 고민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산별노조는 왜 확장성을 갖지 못했나
 
금속노조의 전신인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이 1990년대 말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할 때 인원이 대략 17만 명 내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 숫자는 14만 명 정도 됩니다. 당시 금속산업연맹 주력부대 중 하나였던 현대중공업노조가 민주노조운동에서 이탈하고, 또한 대우조선노동조합이 산별노조로 전환을 하지 못했죠. 이 두 조직 조합원 3만 명 정도를 빼고 보면, 결국 금속산업연맹이 금속노조로 거의 수평적으로 옮겨왔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지난 기간 동안 조직이 해산된 사업장도 있고 산별노조에서 새롭게 조직한 사업장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렇다는 거죠. 
우리가 산별노조를 만들고자 할 때 제기했던 근거가, 힘을 합쳐서 투쟁할 수 있다,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다,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는데요. 그렇지만 현실의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를 모아서 산별노조라는 모자를 씌어놓은 상황입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늬만 산별, 무늬라도 산별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일 텐데요. 이렇듯 산별노조운동이 미조직 조직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산별노조가 미조직 조직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정도가 현저하게 약합니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를 보면, 전체 조직사업 중 임금단체협상투쟁과 관련해 기존 조합원의 동원과 교육, 선전하는 것과 관련된 비율이 대략 50% 정도 됩니다. 그것도 산별 중앙교섭보다는 실질적으로 임금이 협상되는 단위사업장 보충교섭과 관련된 것에 집중되죠. 어쨌든 나머지 중 20%는 조합원들의 일상적인 고충처리와 조직 관리가, 그리고 20%는 지역 또는 전국 차원에서 제기되는 연대투쟁과 간부 동원사업 등이 차지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은 10% 역량에서 일정 부분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투여되는 거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조직사업의 전면에 내걸고 역량 배분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실제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산별노조운동의 도약을 막고 있는 제도의 문제입니다. 주로 대공장에서 노조가 조직되고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조직되기 어렵다는 것은, 물론 중소영세기업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사업 지속의 불안정성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의 제도적 보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열악한 사업장에는 노조 만들면 회사 때려치운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있거든요. 산별노조라고 하더라도 그런 조건에서 사업장 단위 또는 지역 단위로 조직화를 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전 사회적으로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으면 산별노조의 조직적 확장도 어려운 거죠.   
 
산별노조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조건 격차 어떻게 줄일까
 
두 번째 쟁점은 특히 금속노조에서 두드러진 것인데, 규모가 큰 사업장조직을 어찌할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금속노조 조직 역량의 상당 부분을 완성차대기업 3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 GM의 조합원을 합하면 10만 명 정도가 됩니다. 이 10만 명과 그 외 사업장 소속 조합원들은 임금과 복지, 기타 노동조건 수준에서 심각한 격차를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조직의 선도투쟁이 중소기업의 노동조건도 끌어올리는 낙수(落水)효과가 사실상 거의 상실된 상황에서, 이는 조직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대공장조직의 선도투쟁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 후리기’로 연결돼 생존권을 옭죄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속노조는 이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공장조직이 끌고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올해는 주간 연속 2교대제 투쟁을 했습니다. 임금과 복지와 관련해서는 대공장이 선도한다고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이 어렵지만, 노동시간과 근로조건 같은 경우는 대공장조직의 선도투쟁을 통해 노동운동이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확장할 수 있는 영향력이 일정하게 확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의제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구체화하고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통해 전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확장하고 연대를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 산별노조운동에게 있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한편, 지금 금속노조 조합원 14~15만 명 중 중앙협약을 적용받는 것은 2만 명 정도입니다. 산별 중앙협약의 적용 범위는 당분간 확장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공장 조합원들과 중소기업 조합원들 사이에는 너무나 확연한 근로조건 및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산별 중앙협약을 통해서 대공장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부교섭을 통해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대공장조직이 산별 중앙교섭에 자발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별로 없는 거죠.   
그렇다면 산업 내부에서 심각한 노동조건 격차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고민이 제기되는데요. 결국 금속노조가 그동안 해왔던 제도 개선 투쟁을 대공장이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투쟁으로 만들어가면서 제도를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규식 연구위원이 노동운동에 공짜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노동운동이 투쟁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형성되어 있는 재벌집단의 힘이나 양극화 상황을 볼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산별교섭과 산별노조의 기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등 산별노조의 위력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산별노조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전략의 변화만큼이나 기본권의 제도화와 정치권력에 대한 개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올해 주간 연속 2교대제 투쟁과 함께 내년에도 산별교섭을 제도화하기 위해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등의 개선을 추진하고 사용자들을 압박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는 산별노조운동의 투쟁력 강화와 함께 가는 것이죠. 이런 구상을 밝히면서 토론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나영명입니다. 보건의료노조가 만들어진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을 통해 기업별노조를 만든 지 10년 만에 산별노조를 만들었고, 산별노조를 만들어서 활동한지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부에서 독일, 프랑스, 우리나라 모두 산별노조운동이 후퇴하고 있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럼에도 한국 산별노조운동을 실패로 규정하거나, 아니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산별노조운동이 거쳐 올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그리고 객관적인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법과 제도가 노동운동을 배제하고 매번 투쟁으로 내모는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산별노조운동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산별노조운동은 존립 자체가 성과
 
또한 외환위기 들이닥친 후 일상화된 인력감축이나, 외주화, 매각, 민간위탁 등의 현안들에 대해서 산별노조가 교섭력과 정치력, 동원력을 발휘해서 싸우지 않았다면 사실상 지금 기업별노조가 거의 남아있질 못했거나 식물노조화 됐을 겁니다. 이렇듯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외환위기 이후 한국 조건에서 산별노조가 전체 노동조합운동을 지키고 유지해온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속한 보건의료노조 같은 경우 노동 의제와 산업 의제를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산별노조운동을 전개해왔고, 그것이 나름대로 성과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리병원 도입 저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보건의료노조가 주도적으로 내세웠던 의제들은 국민적으로 상당한 호응을 받았고, 정부 정책으로 실제 반영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건의료노조의 사회적 위상도 확대되면서, 현재 정부의 각종 위원회나 태스크포스팀에도 참여해서 정책을 만들 때부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을 보더라도 산별노조운동은 단지 우리들만의 운동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분명하게 존재 근거를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산별교섭 제도화는 무임승차가 아니라 기본권 요구
 
그럼에도 현재 산별노조운동이 한계를 겪고 있다는 점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지적한 것인데요. 첫째, 조직 확대의 속도가 늦습니다. 물론 현재 있는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만도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에도 15년 동안 1만여 명 정도를 늘리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상당히 문제가 되죠. 조직 확대를 공세적이고 전략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산별노조의 핵심적인 역할이 산별교섭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인데, 지금 산별교섭 자체가 불안정합니다. 보건의료노조 15년 역사 동안 처음 6년은 산별교섭을 하지 못했고, 그 후 5년은 하긴 하되 사용자 측의 불성실로 파행을 겪었고, 그 이후 3년간은 산별교섭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단체도 해산했죠. 올해는 어떻게 산별교섭을 복원시키긴 했는데, 사측의 절반 정도만 참여했습니다. 이토록 산별교섭 자체가 불안정하고 사회적으로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용자와 싸워서 쟁취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교섭 틀을 제도화시키기 위한 긴 투쟁에 좀 더 힘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라면 어떤 형태든 교섭권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별노조든, 산별노조든 지역노조든 교섭권은 노동기본권으로서 보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즉, 산별교섭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은 공짜로 뭔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현실에서는 절박한 과제이고, 산별노조가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봅니다.
셋째, 산별노조운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간부 양성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산별노조운동의 필요성과 의미, 전략과 정책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기업별 관행에 매몰되지 않는 산별노조 간부층이 얼마나 튼튼하게 존재하는가에 따라 산별노조의 힘이 좌우될 텐데요. 우리 운동이 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서 지금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적어도 조합원 50명당 1명 정도는 산별노조 활동가로서 의식과 활동력을 가진 간부로 양성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에도 개입해야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이슈로 제기하고자 조직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문제, 간부를 양성하는 문제, 조직을 확대하는 문제와 더불어, 산업정책을 어떻게 바꿀까 하는 것입니다. 산별노조를 해보니까 현장에서 풀 수 없는 현안들은 결국 정책과 제도의 문제이고, 특히 병원은 의료정책과 제도가 노동자들의 임금, 고용, 근로조건을 모두 강하게 규정하거든요. 이런 조건이 명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산업정책에 개입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노조 활동가들은 노사관계나 노동법에는 전문가인데, 사실상 산업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산별노조운동이 발전하려면 산업정책과 제도에 대해서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우리 간부들의 정책 역량을 높이고, 개입 전략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과 고민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와 연결되는 맥락에서 산별노조운동과 정치운동, 그리고 산별노조운동과 지역운동을 어떻게 결합시키고 서로 강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고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연대의식이 약화되고 있는데, 산별노조들이 각자 가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 법을 바꾸기 위한 활동과 투쟁을 함께 하고, 또한 구체적인 성과와 모범을 공유하면서 서로 강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산별노조운동이 본격화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박준형: 반갑습니다. 공공운수노조의 박준형입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운동은 정권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상당히 많이 좌지우지되는데요. 특히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공공부문 노조가 집중적인 탄압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산별노조운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공공부문에서 산별노조운동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이러한 요인도 작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지부를 통한 적극적인 비정규직 조직화
공공운수노조는 2011년 6월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통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공공노조는 구(舊)공공연맹 시절부터 국가공무원을 제외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결합해 있었고, 운수노조는 민주노총에 있었던 운수 관련 산별단위 조직들이 통합해서 만들어진 산별노조입니다. 양자가 연맹을 통합한 것은 2007년 초고요. 산별노조 통합은 작년에 이루어졌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은 공공운수연맹 내 공공노조, 운수노조, 그리고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연맹에 남아 있는 조직들 이렇게 3분 체계로 흘러왔습니다. 이러한 분화된 조건이 산별노조운동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주고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전체적으로 분화된 조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가는 추세가 만들어지고 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공운수노조를 건설하면서, 물론 여러 가지 난관이 많았지만, 비정규직 조직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공공노조 시절만 해도 출범할 때 3만 명 규모였던 조합원이 4년간 3만 7천 명으로 늘어났는데요. 신규 조합원 7천 명 중 5천 명이 비정규직 조합원이었습니다. 또한 2011년 공공운수노조 건설 이후에도 비정규직 조직화가 꽤 진행이 되었습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전체 조합원 규모가 6만 5천 명인데, 그 중 45% 정도가 비정규직 조합원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비정규직 조직화는 대산별노조 노선을 추구하는 속에서 지역활동을 활발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대산별 노선을 지향할 것이냐 업종별 소산별 노선을 강화할 것이냐 논란이 많았는데요. 그런 논란 속에서 공공은 지역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 속에서 대산별 노선이 선택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봤을 때, 3만 5천 명 조직도 꽤 큰 것이지만, 규모가 5만 명 정도는 되어야 지역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지역조직이 있으면 적극적인 비정규직 조직화가 가능할거라 봤고요. 실제로 신규 조합원들을 보면 70% 정도는 지역지부를 통해서 조직된 사람들입니다. 
조직의 장기적 전망 수립 속에서 제기된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성과를 낸 것이죠.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나 지역본부의 운영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산별노조 건설을 전망으로 하지 않는다면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개인 전망과 결합된 조직 발전 방향 제시해야
 
이렇게 비정규직 조직화 관련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문제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체 조합원 중 45%가 비정규직이고, 55%가 정규직인데, 그 중 15%는 민간부문이고 나머지 40%가 공공기관 정규직입니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규직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산별노조 전망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즉, 대표성의 분산이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정부가 실제적인 공공부문 정규직의 사용자로서 나서도록 하고 교섭 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죠. 때문에 공공기관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결합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산별교섭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과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었지만, 후자에 주로 역량을 집중하면서 산별노조가 만들어진 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를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거죠. 어쨌든 내부적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교섭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모여 있고, 양 노총에 속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이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만 따로 교섭구조를 만들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은 옳지 않다고 평가하는데요. 왜나면 공공부문이라는 게 기존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계가 모호해졌고, 때문에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능동적인 공공부문 경계 확장을 통해서만 조직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만 교섭할 경우 조직 확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운동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다보니 공공기관이 산별로 전환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지금 공공운수연맹 14만 조합원 중 대략 50%가 산별노조로 전환을 했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공공기관 정규직이 참여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졌죠.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요. 먼저, 정부 탄압이 너무 거세니까 단기적인 조건에 맞춰 각 기업별로 실리적으로 대응하고, 또한 투쟁보다는 노사가 담합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고요. 다음으로, 산별노조 전환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대규모 공공기관 노조들이 투쟁을 통해 함께 돌파하는 방향과 힘 있는 자신들을 중심으로 살아남는 방향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후자 방향으로 약간 기울고 있는 것 같고요.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공공운수노조는 운동으로서 산별노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방금 말씀드린 과정 속에서 산별노조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산별노조에 대한 회의론도 많이 강화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기로에서 결국 산별노조운동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에게 단지 산별노조의 정당성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발전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러한 전망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경로를 구체화하는 것이 현재의 핵심적인 과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말씀을 드리면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객석 토론]
 
사회자: 주어진 지정토론을 모두 마쳤습니다. 제가 중언부언 정리하지 않더라도 제기된 쟁점들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마 토론장에 계신 분들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플로어에서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서 오늘 참석하신 지정 토론자들의 답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1부 발표자들에게 제기하는 질문을 하셔도 좋습니다. 
 
참가자1: 오늘 참여하신 각 조직의 토론자 네 분에게 질문하고 싶은데요. 현재 산별노조운동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이전 연맹 시절보다 단결력과 연대성이 떨어졌고 원심력이 강화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참가자2: 질문이라기보다는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오늘 발표와 토론을 듣다보니, 산별노조 조합원 비중이 이렇게 커지도록 변화해오는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상당히 많은 모색과 노력을 해왔는데, 산별교섭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고민은 이에 비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국가는 1960년 5・16 쿠데타 이후 기업별노조를 강제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가, 1980년 전두환이 들어서면서 다시 강제로 기업별교섭 체계로 전환한 경험이 있습니다. 경제개발에 종속된 노동관계 재편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장기적인 전망에 근거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별노조운동의 주체들이 산별교섭 제도화 내지는 법제화를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민경제 차원에서 필요한 교섭 체계와 노사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산별노조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1998년 이후 본격화된 사회 양극화와 노동시장 분절 등을 생각한다면, 산별교섭 법제화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도 큰 규모에서 조정이 가능한 체계로서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여전히 대산별노조 노선과 업종별노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저는 조직형태는 대산별로 가되 교섭과 협의 체계는 업종과 부문 등으로 다양하게 하는 방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덧붙여서 정책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협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FTA, 저탄소 경제로 이행 등 국가적인 정책이 산업 차원이나 산업 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의견을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고려가 산별교섭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도 힘을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사회자: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의 답변을 듣습니다. 김유선 소장부터 말씀해주시죠.
 
김유선: 먼저, 금융노조 공광규 실장께서 대산별 원칙을 기계적으로 고수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기업지부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제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하셨는데요. 저는 이는 금속이나 공공에서 나올 수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를 테면 금융노조는 현재 모두 기업지부로 구성돼 있고, 제가 말씀드리는 대산별 원칙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조직 대상을 확대하는 것 정도는 과도한 대산별 원칙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능동적인 주장을 하시는 것은 금융노조가 안정 속에서 자기 확대를 모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금속노조 같은 경우 지
  • 제작년도 :
  • 통권 : 제1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