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미완의 승리 그리고 커다란 성과

노동사회

철도노조 파업, 미완의 승리 그리고 커다란 성과

구도희 0 4,370 2014.03.04 04:47
 
22일 동안의 투쟁, 역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중 최장기간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철도노조가 2013년 12월9일 총파업에 돌입할 당시에도 파업기간이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고, 철도노조는 쉽사리 깨지 못할 파업기록을 세웠다. 물론 장기간 파업이라는 기록만 남은 것은 아니다. 파업 참가 조합원들은 22일 동안 흔들리지 않고 대오를 지켰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편하게 보던 여론은 과거와 달리 ‘철도민영화 반대’ 구호에 대한 지지를 넘어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침체된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숙제는 남았다. 성과를 만든 것은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시민들이었지만 과실이 정치권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미완의 승리, 그래도 철도노조 파업이 남긴 것은 결코 적지 않다. 
 
합법 파업과 여론의 뜨거운 지지를 얻다
객관적 조건과 주체의 조건 등 몇 가지 기준에서 투쟁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선 투쟁 전후 상황과 노사 당사자․언론의 반응 등 투쟁 과정에서의 객관적 조건을 봐야 한다. 또한 주체가 어떤 전략과 전술을 썼는지, 과거 투쟁의 경험은 어땠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처럼 종합적으로 봐야 철도노조 투쟁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조건을 살펴보면 우선, 객관적 조건으로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한 직권중재제도가 2008년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파업 자체가 불법이던 과거와 달리 합법 파업이 가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는 필수유지업무자를 제외하고 1만 150명이 참가해 76.45%라는 높은 파업 참가율을 보였다. 
아울러 철도노조의 요구 조건도 정당했다. 철도노조는 임금 협상 합의 촉구와 동시에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즉 철도 민영화 반대를 요구했는데, 자회사 설립 문제는 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코레일, 보수언론의 ‘정치파업’이라는 지적과 달리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그 절차 또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기에 합법하다. 이처럼 철도노조의 파업은 임금교섭 및 고용․노동조건 변화라는 경제투쟁을 바탕으로 합법성을 확보하고,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정치투쟁을 바탕으로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파업”, “귀족노조 파업”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열차 운행 감소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만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으며, 파업에 따른 불편함보다는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또한 지난 12월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철도 민영화에 반대(철도 민영화 찬성 32.5%, 반대 61%)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철도 민영화에 ‘매우 반대’한다는 적극 반대층은, 14.1%의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보다 3배 가량 높은 41.3%로 조사됐다. 물론 정부와 보수 언론은 여전히 철도노조의 파업에 ‘불법파업’,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애썼지만,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공약 파기를 경험한 국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더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철도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지지하는 것을 넘어 후원금과 물품을 보냈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인 ‘화장발’에서는 철도노조에 1,128만 원의 후원금을 보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카페의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철도노조 결의대회를 앞두고 수만 개의 핫팩과 초코파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뜨거운 지지는 철도노조 파업이 승리할 수 있던 주요한 배경 중 하나였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노동사회』와 만나 “우리 투쟁의 절반은 국민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도부의 철저한 준비와 전략
주체의 조건 역시 장기간 투쟁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었다. 우선 과거 투쟁을 최대한 살린 지도부의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주효했다. 철도노조는 7월8일 임금교섭 개시 공문을 코레일에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투쟁 돌입 시기를 저울질했다. 그러면서 민영화 반대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조합원 지도와 교육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철도 공공성에 대한 신념을 굳건히 하고, 주요 역사에서 철도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선전전을 지속했다. 또한 파업 기간 동안 핵심인력인 기관사들의 파업대오 이탈이 가장 적었던 것도 지도부의 설득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단한 조직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3일 전인 12월27일 “마지막 최후통첩을 내린다. 오늘 밤 12시까지 복귀해 달라”고 했는데, 다음날 복귀율은 21%였다. 파업대오가 흔들린 듯 보이지만, 핵심인력인 기관사들의 복귀율은 2.9%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 2009년 파업에 참가해서 징계를 받았던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필수유지업무에 들어가고, 당시 필수유지업무를 맡았던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 역시 철도노조 내의 단단한 조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지도부가 꾸준한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을 한 몸처럼 결합시키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울러 철도노조는 민주노총과 함께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922개 시민사회 단체와 정당을 포괄하는 원탁회의를 꾸리는 등 연대 세력을 조직하는데 적극 나섰다. 원탁회의는 “각계의 힘을 모아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고 철도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하고,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 엄호해 나갈 것”임을 밝혔으며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과정을 통해 철도노조는 민영화 반대 의제를 전사회적으로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었다. 
 
“민주노총의 멈춘 심장을 깨우다”
이 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철도노조는 근래에 보기 드문 집중투쟁과 성과를 이뤄냈다. 성과를 살펴보면, 우선 철도노조의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는 민영화, 공공성 문제를 사회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자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7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가 주최한 좌담회 ‘철도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투쟁에 대하여’에서 “철도노조의 투쟁은 민영화, 사회 공공성 문제를 우리 사회 중심 의제로 전환시키는 등 사회 의제의 흐름을 바꿨다. 또한 국민들이 민영화 문제를 노동자의 고용 및 노동조건의 문제를 넘어 국민 생활의 문제로써 고민하게 만든 큰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철도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역시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투쟁을 긍정적으로 봤다. 오 위원장은 2월5일 철도노조의 주관으로 열린 좌담회 ‘철도 파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철도노조는 수백 명 씩 해고를 당하더라도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운동을 계속 해왔다. 다른 노조와 달리 그간 새로운 노동운동을 해왔던 것이고, 그 성과가 박근혜 정부에 와서 나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도노조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자체의 승리도 있지만 침체된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이견이 없을 정도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노동사회』와 만나 “철도노조의 투쟁은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엄혹한 시기에 투쟁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민들이 이번 투쟁을 통해 왜 노동자들이 공공성 의제를 갖고 싸우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좌담회에서 “철도노조는 훌륭한 투쟁 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투쟁에서 이 성과를 간직해야 한다”면서 “철도노조의 투쟁이 민주노총의 멈춰진 심장을 깨웠다”고 평가했다. 단병호 전 의원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철도노조가 이후 전체 노동운동의 한 축으로 책임의식을 더 갖는다면 침체된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투쟁으로 되살아난 노동운동의 기운은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에 분노한 시민․노동자들을 12월28일 시청광장에 운집하게 만들었다. 10만 여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는 한국노총까지 합세해 노동계의 연대를 보여주었다. 이 정도 규모의 집회는 2008년 촛불시위 이래 처음이었다. 
철도노조 투쟁의 또 다른 성과는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전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 동안 ‘법과 원칙’만 내세울뿐 사실상 무노동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며 경찰력을 동원해 민주노총을 침탈했다. 역대 그 어떤 정권도 시도하지 않았던 유례없는 일로, 장기간 지속되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비정상의 정상화’가 비정상임을 드러낸 일이었다. 이처럼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노동운동은 향후 객관적인 정세 파악과 함께 치밀한 전략을 갖춘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아쉬운 마무리와 민주노총 역량 부족의 한계
반면 철도노조의 투쟁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선 시간에 쫓겨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파업 마무리를 매끄럽게 맺지 못했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여야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를 구성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12월30일 파업을 철회했는데 이에 대한 현장과 국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종료를 알지 못한 채 국회의 철회 선언이 먼저 나와 현장의 노동자들과 연대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국회가 주도권을 쥐면서 조합원들과 노조가 징계와 거액의 손해배상․가압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물론, 이렇게 된 배경으로 파업이 해를 넘길지 모른다는 점과 장기간 파업에 따른 생활상의 타격에 대한 압박감에 조직의 동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김명환 위원장도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도중에 직종별 지부장들을 다 불렀다. 지도부에게 72시간만 달라. 31일까지는 복귀 얘기하지 말고 버텨 주면 그 사이에 법이든, 제도든, 시스템이든, 노사합의든, 무엇이든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파업을 종료하고 합의를 하려면 조합원 징계에 대한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일 것이다. 
이는 동시에 철도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역량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철도노조는 현장 복귀 이후 남은 과제를 노사 간, 노정 간 교섭을 통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노조에 가해진 것은 탄압 뿐이다. 현재 코레일과 정부는 철도노조 간부 198명에 대한 기소, 조합원 523명에 대한 중징계, 152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10억원의 위자료 청구, 116억원에 달하는 가압류 집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마무리를 잘 짓지 못했다면, 민주노총이 나서 국회에서 외면하는 징계․손해배상 문제를 사회적 대화 기구를 꾸려서라도 해결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한 애초 파업 종료 과정에서 철도노조를 도와 후속 조치를 제대로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 역시 하지 못했다. 
이번 철도노조의 투쟁에 참여한 한 철도 해고노동자는 “철도노동자로 행복했다”는 말로 파업에 대한 평가를 갈음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성과는 노동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리고 노동운동에 희망을 보여주었다. 수서고속철도(주)의 설립과 함께 투쟁의 2막이 올랐다. 철도 민영화 문제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철도노조의 투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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