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 개혁이 ‘개악’인 5가지 이유

노동사회

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 개혁이 ‘개악’인 5가지 이유

구도희 0 7,790 2014.11.06 05:39
 
1. 들어가며
지난 9월22일 연금학회의 국회 정책토론회 무산사태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개혁논의의 불을 지폈다. 보수언론은 물리적 저지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공직사회 내 공무원의 불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제안 내용은 부담금 43%인상, 수령액 34%삭감, 퇴직자에게도 3%의 ‘재정안정화기여금’ 납부, 연간 수령액 인상폭을 물가상승률보다 작게(실질가치하락), 재직기간 상한 연장(33년→40년), 신규자는 국민연금수준 적용 등이다. 
연금학회는 이 사건 이후 발표를 주도했던 김용하 학회장 및 주요 임원들, 일부 회원들의 탈퇴 등으로 집권여당 대신 홍역을 치렀다. 새누리당은 토론장에선 연구용역을 주었을 뿐 당의 안이 아니라고 했으나 지금까지 다른 개혁내용은 나오지 않은 채 안전행정부로 승계되어 진행하다가, 청와대의 조정으로 다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표발의하는 것까지 논의되고 있다. 개혁시기를 놓고도 김무성 대표는 내년 4월까지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청와대의 연내 개혁 압박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 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개혁의 특징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연금학회의 개혁안과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경제혁신특위를 중심으로 공적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왔다. 결국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금학회 연구팀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반영하여 내용을 만들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안행부가 검토하고 있는 개혁안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여전히 공적연금개혁의 주도권은 경제혁신특위(위원장 이한구)를 중심으로 하는 새누리당이다. 지금까지 공무원연금 관련 개정과정과 개혁안의 내용을 통해 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 개혁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공무원연금의 특수성 무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을 논하기 이전에 두 제도의 성격차이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에는 국민연금과 같은 세대 간 연대 등 사회보험원리에 기반을 둔 사회보장제도 외에도 몇 가지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첫째, 사용주로서 국가의 부양책임이다. 공무원연금은 민간의 퇴직금처럼 일정 기간 근로제공에 대해 국가가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책무이고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적 의미로서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 둘째, 적극적 인사행정 원리구현으로 젊고 유능한 인재를 공직으로 유인하여 공직에 긍지를 가지고 충성을 다하여 장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 확립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정한 직무수행 유도다. 공무원이 고도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갖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국가공무원법」상의 영리행위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 후 취업제한 등 경제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넷째, 산업재해보상과 후생복지 성격을 가진다. 이처럼 공무원연금은 다양한 성격이 가미된 복잡한 성격의 제도가 되었다.([표1]참조). 
 
 
결국 형평성을 요구한다면 이런 복합 성격을 단순화하여 국민연금의 성격과 같도록 해야 한다. 우선 퇴직금 제도를 분리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라 100%를 지급하고, 낮은 보수의 후불임금 성격을 없애 현재의 보수를 현실화하고, 노동3권 및 정치자유의 제한 등 많은 권리제한을 풀어야 한다. 더불어 산재는 민간산재보험에 같이 들도록 하고 고용보험도 들어줘야 한다. 당연히 후생복지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다양한 성격을 1) 미래보수인 연금에 계속 부여하여 미래정부에 부담을 넘길 것인지 아니면 2) 현재보수 또는 다양한 인센티브로 통해 현재 정부가 부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에 이 같은 성격을 계속 부여한다면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논의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특수성 및 과거정부의 약속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재정적 수지균형에 집착하고 있다.
 
2) 이해당사자 배제
정부는 지난 3월6일 공무원연금 관련 논의기구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공무원단체 소속 공무원, 퇴직연금수급자 등 이해당사자들을 위원에 포함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름도 ‘공무원연금제도개선전문위원회’로 바꾸고 연금전문가로만 위원을 구성하여 논의기구에서 자문기구로 그 위상을 낮췄으며 최근에 모수개혁으로 결론을 내리고 안행부에 의견서를 냈다. 그러나 기껏 논의한 것은 발표하지도 않고 새누리당은 엉뚱하게도 보험회사를 대변하는 연금학회라는 학술단체를 내세워 그 뒤에 숨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는 피해를 보게 될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이익을 볼 이해당사자를 앞세우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적연금의 속성은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은 현 세대의 다양한 계층 간, 그리고 현 세대를 중심으로 과거 및 미래세대 간의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미래 세대가 나의 노후를 보장해준다는 신뢰가 없다면 유지될 수 없는 정책이다. 더불어 강제가입과 신뢰 유지를 위해 정부가 책임감 있게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해 나가야 한다. 둘째, 공무원연금에는 후불임금의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므로 임금문제는 노사 간의 협상대상이 되므로 ‘이해당사자 배제’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을 현재의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 및 권리제한에 따른 보상임금의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 사이에는 노사관계가 있고, 근로조건 및 임금에 해당하는 사항을 노사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정부는 2006년 노사 간의 최초 단체교섭(정부교섭)에서『제39조(공무원연금제도의 개선) ①정부는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시 이해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②전항의 실현을 위해 ‘공무원연금제도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라고 체결한 바 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무시되면 사회적 혼란과 더불어 거대한 갈등해소비용이 들게 된다. 일반 국민들 또한 논의과정에 노조의 참여를 당연시 하고 있다. 2010년 인사행정학회 발표된 연구논문을 보면 ‘공무원연금제도 개편과정에서 공무원노동조합과 협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문문항에 대해 국민의 68.7%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정부는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의 비민주성을 감내할 수 있다는 독재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행부는 노조가 요구했던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으면서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국민 포럼’을 10월24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다음달 11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7회에 걸쳐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여론수렴이라고 하지만 공무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는 요식행위로 끝날 확률이 높다. 
 
3) 노후소득보장은 빼고 재정건전성만 고려해
이번 연금학회 개악안은 “건의안은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둔 개혁방안으로”, “공무원의 노후소득보장환경이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임”라고 말하고 있고, 연금학회 전 회장 김용하 교수도 자신의 안은 ‘재정건전성’만 검토한 것으로 인사정책적 측면 등에 대한 대책은 이후 정부와 당이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재정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 정책을 지속하면서 수지불균형을 가속화시켰고, 기금을 목적 외 사용하면서 고갈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 원인에 대한 적절한 해소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고 보고 먼저 원인에 대해 나열하고자 한다.
첫째는 모든 공적연금이 직면한 위기상황이다. 늘어난 수명과 저출산 등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양률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연금제도의 성숙에 따라 적립보다 지출이 많아졌다. 
둘째는 수지불균형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었는데 이는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의 성격으로 과거정부의 부담을 미래정부로 전가시켜 발생한 결과이다. 개발독재시대부터 정부는 국가예산의 부족을 들어 당장의 낮은 보수에 높은 충성도와 윤리성을 요구하면서 미래보수(연금)로 보상을 약속해 왔다. 공무원들은 저임금구조 속에서 미래보수를 믿고 그동안 참고 일해 왔다. 따라서 수지불균형구조를 오래 지속했던 과거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 이제 개발독재시대는 지났고 경제규모도 세계적인 수준이 된 상황에서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의 성격은 포기해야 한다. 현재 공무원 보수수준도 현실화하는 동시에 수지불균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셋째는 IMF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10만 여명 이상이 명예퇴직했다. 이로 인해 연금수급자는 급속히 증가한 반면 기여금을 내는 재직공무원은 크게 줄었고, 연기금은 급격히 소진됐다.  
넷째는 국가부담이 민간의 고용주보다 낮다. 정부는 공무원의 장기간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보험을 들어주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에는 산재기능도 있으므로 산재보험료를 납부할 필요도 없었다. 퇴직금 또한 민간에 비해 부담이 낮다. 공무원연금의 복잡한 성격이 있음에도 공무원연금 기여금으로 갈음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민간고용주가 약 15.7%를 납부할 때 정부는 9.6%를 납부한 셈이다([그림1]참조).
 
다섯째는 사용자부담부분을 연금기금에서 사용(목적 외 사용)했다. 연금과는 별도로 사용자가 100% 책임져야 하는 것을 공무원 연기금에서 전용함으로써 연금기금의 고갈을 앞당겨왔다는 것이다. 민간의 사용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을 강제하면서 정작 모범적 사용자여야 하는 정부는 예산편성 대신 연기금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또한 정부로의 연기금 강제예탁은 IMF 때까지 이루어졌는데, 연기금의 운영수익은 정기예금의 이자수익 뿐이었다(기회비용 발생). 이러한 사용내역을 합치면 2013년 현가로 20조 원이 넘는 규모다. 공무원연금기금이 최대였을 당시의 기금규모가 6조 원 정도였으므로 정부가 이를 부당사용하지 않았다면 고갈 시점을 많이 늦출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표2]참조).
 
 
여섯째는 모든 부분적립방식의 공적연금은 성숙되면서 결국 기금은 고갈되어 부과식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제 26살의 국민연금은 기금이 쌓이고 있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공무원연금은 기금고갈 이후 부과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외국의 사례 등을 감안할 때 부과식연금에선 연금재정안정을 위해 정부부담률을 공무원과 차등하여 상향조정하는 사례가 많다([표3]참조). 
이처럼 정부 책임이 크다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정부가 얼마나 더 부담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즉 과거 부당사용에 대한 책임 있는 부담계획을 세우면서 공무원에게 동참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 공적연금은 대부분 확정급여형(미리 받을 연금액을 결정하고 필요한 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받을 연금액 규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만일 부족하다면 스스로 다른 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안정화기여금’을 부과하거나 물가상승률 반영 시 부양률 증가분만큼 빼서 실질가치를 하락시키는 문제 등은 노후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이다.
먼저 재정안정화기금 납부는 편법적인 연금삭감 방법으로, 연금 관련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3%가 지켜질 것인지 의문이다. 즉 이후 5년마다 되풀이되는 재정안정화 논의 속에서 3%가 6%가 될지 12%가 될지 모르고, 1년당 0.075%씩 인하되도록 설정한다고 하지만 중단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경우 퇴직자의 연금조정이 제멋대로 되어 ‘예상가능한’ 노후소득이 되지 못하며 불안정하게 된다. 또한 고위직으로 퇴직하여 연금월액이 큰 수급자에 비해 연금월액이 생활임금수준 이하인 연금수급자(대부분 하위직)에게는 충격이 크다. 이 방식은 국민연금에도 도입될 것이다.
두 번째로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수령액의 실질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금수령액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올려 실질가치를 보장해 왔고 이것은 공적연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처럼 물가상승률에서 부양률의 증가를 반영하여 빼게 되면 결국 연간 수령액 인상폭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실질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또한 도입된 변수는 5년마다 개정논의하면서 그 비중을 확대시켜 결국 사적연금처럼 거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방향까지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방식은 후에 국민연금에도 도입될 것으로, 결국 모든 공적연금제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4) 공직부패 확산과 인재유출의 신호탄
그동안 현실보수가 낮음에도 유능한 인재들을 공직사회에 붙잡아 둘 수 있었던 것은 공무원연금이었다. 그러나 장기근무의 인센티브가 없어지면 현실보수의 차이만큼 유능한 인재들은 민간으로 유출될 것이다. 이미 개악안의 실현 여부를 떠나 미래의 안정적이고 예상가능한 노후생활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이는 공직사회의 사기추락과 함께 큰 혼란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막는 유보임금의 역할도 있었다. 공무원이 부패문제로 징계를 받으면 연금액을 삭감했다. 국민연금과의 통합과정 또는 형평성을 위한 동질화 과정에서 이 기능도 중단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또한 연금지급 개시연령이 65세로 연장되면서 정년과 연동되지 않는다면 소득단절기간이 생기게 된다. 현직에선 겸직과 영리행위가 안 되는 상황에서 퇴직 후에도 노후생활 보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재직공무원들은 유관기관의 편의를 봐주다가 전관예우를 바라며 관피아가 되거나 낙하산으로 산하단체에 내려가게 된다. 공무원의 장기근무를 유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후걱정 없이 공직에 충성하도록 하고 더불어 부패 원인을 제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소득단절기간을 만드는 연금개혁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개악을 진행하는 것이고 공직부패를 확산시킬 것이다.
 
5) 공적연금 무력화와 사적연금 활성화
연금학회 김용하 전 회장은 ‘낸 만큼만 받는’ 구조를 개혁안의 특징으로 강조했다. 즉 1을 냈으니 1만 받아가는 구조(수익비 1)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100% 적립하는 사적연금에 적용되는 논리다. 연금학회 개악안대로 진행되면 재직자의 급여율은 34%, 신규자는 47%를 삭감되게 된다. 개악안은 공무원연금의 평균수익비 2.3을 국민연금 1.7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1.06수준으로 낮추게 된다. 자기 낸 돈만 가져간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0%대 분기수익률로 원금 까먹기를 하는 민간의 퇴직연금보다는 높지만 그야말로 ‘정기적금’ 수준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연금의 수익비를 1.7에서 1.0수준으로 낮출 것이다. 그러면 사적연금(개인연금)의 수익비 0.8에 근접하게 되어 공적연금은 위축되고 사적연금시장은 좀 더 활성화 될 것이다. 결국 이번 개혁안의 목적은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 ‘재정안정화’라는 핑계로 공적연금의 축소를 통한 ‘사적연금시장의 확대’이다.
정부는 4월부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사적연금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하고 있고 8월27일 ‘사적연금활성화대책’을 발표하였다. 대책마련의 취지는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치 않은 공적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이다. 이는 결국 공적연금의 부실화는 방치하고 사적연금으로 부족한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강제가입, 위험자산투자비중 상향조정,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확대 등 대부분의 조치들은 국민들의 노인빈곤 해소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자본의 먹잇감을 키우는 것으로 이해된다. 공적연금의 낮은 실효 소득대체율과 많은 사각지대 등 불완전함을 개선하기 보다는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사적연금으로 개인저축을 확대하여 노인빈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의 관심은 사적연금을 매개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맞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의 퇴직수당 연금화 문제를 보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퇴직수당을 현실화(39%→100%)하고 강제가입의 퇴직연금으로 만들면 매년 약 4.7조 원가량(공무원보수총액의 12분의 1)의 물량이 민간의 퇴직연금시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민간시장에선 높은 관리운용 수수료와 물가상승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그 실질가치는 매년 낮아지게 된다. 종신형상품은 거의 없는데다가 만약 있다 해도 장수위험에 취약하여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공적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사적연금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을 무력화하고 상대적으로 보장성과 수익비가 낮은 사적연금의 활성화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3. 공적연금 위해 공무원연금 개악 막아내야
1) 공적연금 개악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공무원연금이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사학연금, 돌아와서 다시 국민연금이 된다. 하나하나 각개격파 되고 나면 국민들의 노후는 사적연금시장에 맡겨지게 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현재 60%가량 된다. 보장성이 100%라면 사적 의료보험들은 고사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낮추면 사적의료보험시장은 커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사적연금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자본이 노리는 것은 공무원연금이 아니다. 결국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수익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의 삭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완결판이고, 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상향조정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이야기하면서 기금고갈이라는 말로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기금이 없는 채 부과식으로 운용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도 부과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금 없이 전체 국민들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 총액을 소득에 비례해서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의 역사는 고스란히 국민연금 개악에 반영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노후소득보장 위한 목표 소득대체율 법제화 제안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한국경제보고서에서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수준은 OECD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소득불평등과 상대적 빈곤(특히 상대적 빈곤에 속한 비중이 49%에 달하는 노인층에 대해)을 개선하는 효과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중략) 장기적으로 빈곤을 줄이는데 보다 효과적인 국민연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국민연금의 포괄범위를 확대하고 소득대체율은 약 50%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권고사항을 밝혔다. 신자유주의 경향의 OECD에서조차 현재 국민연금이 노후빈곤을 해소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결국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이 답이 될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과도한 삭감은 결국 국민연금에 대한 개선을 가로막을 것이다. 더욱이 신규공무원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국민연금 수준인 40%로 낮추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 상향조정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공무원연금의 삭감을 논하기 앞서 전 국민의 목표소득대체율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노인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 노인자살율 1위이면서 저출산 고령화문제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첫 화두가 되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2005년 연금개혁에서 “65세-45년-80% 원칙”을 정했으며, 이는 45년 동안 가입하면 65세부터 8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우리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담을 논의해야 한다. 
지속가능하며 노후소득보장 효과가 있는 공적연금의 ‘최적 소득대체율 법제화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전략적 사회운동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하면서 노후소득보장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소득대체율이 몇 %인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복지한국에 맞는 수준으로 합의해 내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으며 또한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공적연금은 세대 내, 세대 간 연대를 통해 유지된다. 결국 세대 내, 세대 간에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아직 그런 합의의 경험이 미천하다. 논의과정에서 진실을 접하고 미래의 꿈을 함께 꿀 수 있다. 과정 자체가 무궁한 운동적 효과를 발휘한다고 본다. 
목표로 하는 소득대체율의 합의 후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존치한다면 그보다는 약간 상향조정하고, 그 특수성을 별도의 제도로 구현하고 연금에서는 부가성격을 뺀다면 국민연금과 같은 소득대체율로 조정하면 된다.
 
 
4. 마치며
공무원들은 연금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연금을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조직된 노동자인 공무원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가시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우 아직 국민연금이 얼마나 중요한 노후소득보장제도인지 맛보지 못했고 전 국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개악시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왔다. 연금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이 연금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하고 있어 연금개혁 시도에 적극적으로 맞선다. 실제 연금개혁 과정에서 정권이 무너지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노후소득보장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악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노후빈곤을 해소하도록 국민연금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공무원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있고 임금삭감은 노사 간의 협상대상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비유하자면 민간기업의 사용자가 회사가 어렵다며 후불임금의 성격인 퇴직금을 앞으로 반만 주겠다고 통보하는 악덕고용주와  같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를 포함하여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고 미래의 복지 청사진을 함께 그려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