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정책과 노조의 대응 전략

노동사회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정책과 노조의 대응 전략

구도희 0 6,051 2015.03.10 03:48
 
정부는 2013년 12월11일,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에 부채가 심각하며, 그 원인은 후한 사내 복지와 같은 ‘방만경영’에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방만경영의 주범으로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을 지목했다. 이 정책은 몇 번의 구체화를 거쳐 2014년 내내 시행되었다. 정부가 제시한 ‘방만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은 단체협약을 개정하거나 취업규칙을 불이익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었던 만큼, 이 정책은 공공기관 노사 간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정부는 2015년 들어서는 ‘2단계 정상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1월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전 직원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퇴출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의결했다. 세부적인 사항은 보완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정책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추진되기 힘든 것이어서 또 다시 노사 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1단계 정상화 정책 대응 위한 노조의 연대전선 구축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정상화 정책의 기본 전제는 이렇다. 공공기관 부채는 방만경영 때문이며, 그 주범은 노동조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부당하다. 천문학적인 공공기관 부채는 대부분이 정부의 정책 실패,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사업과 4대강 개발, 공공요금 억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복리후생비가 많다는 단순비교도 마찬가지다. 총인건비 내에서 급여성 복리후생비와 임금을 나누어 쓰는 공공기관의 예산 구조상, 단순히 복리후생비 규모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심지어 정부는 55개 방만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에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켰는데 이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침해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정부는 1단계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에 대해서는 우선 10월 중간평가 발표 시기까지 개선계획 이행을 완료하도록 했다. 이들 38개 기관은 복리후생비가 많은 순서대로 20개 기관을 선정하고, 부채가 많은 기관 18개를 추가해서 선별한 것이다. 선정과정에도 문제가 있어서, 이후 감사원은 지역난방공사와 방송광고공사의 경우 복리후생비를 실무 착오로 과다 추계해 중점관리기관에 선정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한 초유의 단체교섭 개입에 대해 공공기관 노동계는 소속 조직을 넘어서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졸 신입사원 초임삭감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공대위에 속해있지 않았던 한국노총 공공노련까지 가입하는 등 공대위는 외연을 넓히고 공동대응을 모색했다. 1단계 정상화 정책이 발표된 2013년 12월11일에는 200여개 노조 대표자가 참석한 공공기관노조 대표자대회를 열고 정부에 정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공대위는 38개 중점관리기관을 중심으로 계속 대응했다. 중점관리기관 노조 대표자회의를 통해 정상화대책 수용을 거부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투쟁방향을 확정했다. 상반기에 조기 교섭에 돌입하여, 6월경에 집중 투쟁하자는 계획이었다. 정부의 중점관리기관 중간평가 일정을 고려해 조기에 공동투쟁을 해야 정부 압박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3월22일에는 대규모 집회 투쟁을 열고 양대노총 위원장이 함께 투쟁사를 했다. 더불어 정부에 대해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일방적인 개입을 비판하면서 정상화 대책에 대한 노정교섭(협의)을 요구했다. 
 
느슨해진 공동투쟁 전선과 무기력한 정책 수용
공대위는 집회 투쟁과 함께 정책 생산, 여론 사업과 법률 대응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정부가 주장하는 방만경영보다 정부 정책 실패에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는 특히 경영평가와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개별적인 압박을 통해 정상화 정책 이행을 강요했다. 2014년에 시행된 2013년 실적에 대한 평가는 정상화 정책과는 무관한데도, 평가지표 구성과 비계량항목의 평가과정에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평가단 구성 과정에서 노사복리후생팀 다수 위원이 평가단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주요 공기업에 대해 정부는 기관의 부채 문제 해결 혹은 구조조정 협박을 통해 정상화 정책을 수용하도록 압박했다. 기업별노조 입장에서는 정상화 정책을 거부하는 연대전선에 참여함으로써 구조조정이라는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행 여부를 2013년 실적 평가에 반영한다거나, 중점관리기관 중간평가에 반영한다는 압력을 통해 노동조합을 흔들었다. 이 때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사장이 직접 사내 방송을 하거나 지회, 분회 등 노조를 아래로부터 공격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6월 들어 몇몇 공공기관들이 일부 조항(경영평가 성과급의 퇴직금 기준 포함)을 제외하고 합의를 했다(이미 그 이전에 합의한 노조들도 있었으나 상급단체가 없거나 규모가 과소했다). 특히 같은 경영평가군에 속한 노조들의 동요가 커졌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도로공사 등이 속한 ‘공기업I군’의 10개 공기업 중 한 두 곳이 먼저 정상화대책에 합의할 경우, 그 결과가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지급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노조에서 시작된 전선 이탈은 더욱 확대되면서 각 노조는 ‘바닥을 향한 경쟁’에 들어갔다. 8월 말이 되자, 중점관리기관 노조의 80% 이상이 모든 조항의 정상화 정책을 수용하여 단체협약을 개정했고, 예정된 8월 말~9월 초 파업에 돌입한 조직은 금융노조와 서울대병원분회 등 국립대병원 정도에 불과했다. 10월 들어서는 끝까지 버티던 철도노조와 한국전력기술노조마저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투쟁전선이 흐트러지면서 단위노조들은 정상화 대책 개악안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실리적으로 일부 사항을 방어·대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각 노조의 입장에서는 실리적 부분은 방어했다는 성과도 있으나, 실질적인 투쟁 없이 양보교섭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후유증도 컸다. 공공기관노조의 상호 신뢰와 연대기풍이 손상되고, 현장민주주의, 양보교섭 거부의 주요 원칙이 훼손되었다. 현장의 패배감이 커지고 말았다. 실제로 철도노조와 한수원노조에서는 합의안이 부결되어 집행부가 사퇴하였고, 여러 노조의 임원 선거 결과 집행부가 교체됐다.
한편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직접 협의는 거부하다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입장을 다소 전환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는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함께 ‘공공부문발전위원회’가 그 산하에 구성됐다.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은 노사정위 불참방침에 따라 참여하지 않고, 한국노총과 산하 3개 연맹이 이 회의에 참여한다. 그러나 1단계 정상화 대책관련 사항은 논의되지 못하고, 예산편성지침 관련 협의는 합의문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무산됐다. 어렵게 테이블을 구성했지만 반쪽짜리 노정협의기구가 된 셈이다.
 
끝나지 않은 1단계 정상화 정책
중점관리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에는 10월 이후 본격적인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이들 기관 상당수는 애초에 복리후생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중점관리기관처럼 큰 갈등 없이 노사 간 합의하는 곳도 많았다. 그러나 산별노조로 조직된 국립대병원(보건의료노조 및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출연연구기관(공공운수노조 공공연구노조)은 끝까지 단결하여 단체협약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진행했다. 그 결과 13개 기관(국립대병원11개, 출연연구기관2개)이 연말까지 정상화 대책에 합의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기관에 대해 2015년 임금동결 결정은 물론, 6월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16년 임금도 동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에서는 노조가 1단계 정상화 정책 관련 단체협약 개악을 거부하자, 사용자들이 단체협약 해지통보와 함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서를 직접 조직했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1단계 정상화 정책의 복리후생 삭감만이 아니라 2단계 정상화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성과연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 내용을 취업 규칙에 포함시켰다. 저성과자 해고제한 완화를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개정 조건을 완화하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야심과 2단계 정상화 정책
정부가 추진 중인 2단계 정상화 정책은 ‘방만경영 정상화’보다는 정부가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공공기관이 선도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임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전 직원(일부 신입직원 제외)에 대한 성과연봉제 시행, 2진 아웃제 등 개인퇴출제 도입, 평가를 통한 임금피크제·전문계약직제 도입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근속승진 폐지도 언급되었다. 모두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반대하는 정책들이다. 복리후생 조항과는 달리 조합원의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노조의 활동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쟁점이 일부 중점관리기관에 집중된 공세였다면, 2단계 정상화 정책의 의제는 모든 공공기관에 해당되는 현안이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사회간접자본(SOC), 문화, 농림 등의 분야에 대해서 각 부처와 세부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민영화 논란을 의식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SOC분야에서는 민자투자 활성화,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의 정리 등 우회적인 민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2단계 정상화 정책이 전체 노동시장 개편을 위해 공공기관에 선도적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대응도 전체 노동조합의 투쟁과 긴밀히 연계하여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노사정위 논의를 3월 내로 마무리하고 4월에는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일정은 공공부문발전위원회의 논의 일정과도 같다. 기획재정부도 4월에 성과연봉제 방안 등을 낸다는 계획이다. 결국 정부는 노사정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난 12월과 1월에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던 것처럼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이에 따라 양대노총이 제시하는 투쟁일정에 따라 자체 사업, 투쟁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전략 혁신과 공동투쟁으로 돌파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각 산별노조(연맹) 지도부나 현장에 공감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결과적으로 실패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정표를 제시하고 갈 수도 없다. 평가와 반성을 통해 전략을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동투쟁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만큼 크다. 
우선 지난해 투쟁 전선의 이완이 상당 부분 경영평가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기관이 많은 ‘공기업I군’ 주요 노조들이 연대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별노조(연맹)는 물론 각 단위노조 간 연대가 중요하다. ‘공기업II군’이나 준정부기관의 각 평가군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2015년 평가(2016년에 시행)가 아니라 2014년 평가(2105년 시행, 6월 발표)를 통해 노조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므로, 각 산별노조(연맹)와 공대위는 이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끝까지 투쟁한 단위가 국립대병원과 출연연구기관과 같은 업종 유사성에 기반한 소산별 조직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틀의 연대구조 모색도 필요하다. 물론 산별노조(연맹) 간 연대의 한계 때문에 기업별노조 수준의 연대를 활성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쟁점은 토론과정에서 발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공공부문발전위원회에 대해서는 소속 총연맹에 따라 다소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근 대표자회의에서 한국노총 소속 조직은 공공부문발전위원회 논의를 지속하고 연장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민주노총 소속 조직은 대정부 교섭을 별도로 요구하는 투쟁을 하는 것으로 상호 양해한 바 있다. 정부의 2단계 정상화 정책에 일방적으로 합의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므로, 공대위 내의 긴밀한 논의가 요구된다. 
노사정위이든 공공부문발전위원회든 4월에는 논의가 완료(혹은 정부의 2단계 정상화 대책의 구체적인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노총과 산하 공공부문노조의 연대투쟁도 그 시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은 이미 4월 총파업을 조직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한국노총도 정부가 노동시장 개편을 일방 강행할 경우 투쟁돌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공공기관노조들이 사실상 4월까지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규모 집회 참여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4~5월 이후 쟁의행위를 집중하는 시기도 별도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올해 다시 한 번 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철도노조와 (통합)건강보험공단노조 등 주요 노조의 투쟁일정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각 산별노조(연맹)의 논의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이 여론 전략의 중요성이다. 1단계 정상화 대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부채는 방만경영, 복리후생 때문’이라는 단순하지만 왜곡된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올해 2단계 정상화 정책은 전체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맞물린다. 따라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투쟁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노조 스스로도 그것을 목표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지난해 1단계 정상화 정책에 대한 대응 과정을 교훈삼아, 2단계 정상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단계 정상화 정책이 가진 파급력만큼, 노동조합의 연대투쟁도 다시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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