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제도 시행 후 노사관계 변화

노동사회

복수노조제도 시행 후 노사관계 변화

구도희 0 7,014 2015.07.08 02:51
 
1. 머리말
 
새로운 제도·정책의 수립 및 시행이 그 취지에 맞게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그 취지에 대한 합의가 애초에 어렵기도 하지만, 명목적인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여러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그것의 역기능을 파악하여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제도·정책의 경로의존성을 생각하면 새로 도입되어 시행 중인 제도·정책의 보완·개편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각도의 조사·연구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조합법의 개정은 최근 한국의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제도적 변화였다. 이미 법 개정과 관련하여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의 주장이 서로 엇갈렸던 바 있다. 새로운 법제가 과연 한국의 노사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인가,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기본권 신장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인가 등에 관해 이해당사자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었다. 양대노총도 노노갈등의 우려와 노동기본권 신장의 기대를 이유로 대립했다. 그렇다면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우리 연구소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장수준에서 복수노조 상태에 있는 양대노총 산하 조직들을 대상으로 [복수노조 사업장의 노사관계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조사를 통해 △사업장 수준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된 과정, △노노 간 및 노사 간 쟁점 등 복수노조제도의 구체적 효과, △복수노조제도의 개선방향 등에 관한 자료가 수집되었다. 이 글에서는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도록 한다. 1)
 
 
2.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 형성과정
 
먼저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 형성과정과 관련하여 △신규노조 설립 방식, △복수노조 형성의 노동시장 요인, △복수노조 형성의 노조운동 및 노사관계 요인 등을 살펴보도록 한다.
 
 
복수노조제도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복수노조제도의 순기능적 기대효과로 주목되었던 것들 중에는 비조합원의 노조결성으로 인한 전체 조직률의 증대 그리고 결사의 자유 보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존 노조의 분리를 일정하게 전제하고 있었다. 반면, 복수노조제도의 역기능으로 예상되었던 것은 기존 노조의 분리로 인한 노노갈등 및 노조운동의 약화였다. 복수노조 설립방식을 정리한 [표1]을 보면, 일단 비조합원의 노조결성 기회 확대 효과보다는 기존 노조의 분리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복수노조제도는 기존 노조 내 갈등이 조직 분리로 이어지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 비중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지만, 복수노조의 허용에 따라 조직률이 증대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결성의 자유가 보장되는 경우 직종 및 고용형태별 이해관계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것은 사업장 수준 직종 및 고용형태에서의 차이가 기존의 노조 분립이나 비조합원의 신규노조 결성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만약 사업장 수준에서 직종 및 고용형태에서의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존노조가 분립되었다면 그것은 직종 및 고용형태 상 이해관계 차이 이외의 요인에서 비롯된 조직 내 갈등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직종 및 고용형태 차이별로 복수노조 설립 방식을 정리한 [표2]를 보면 이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일단 직종 및 고용형태에서의 차이가 없다는 응답의 비중이 차이가 많다는 응답의 비중보다 절대적으로 크지만, 직종 및 고용형태에서 차이가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신규 노조 결성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직종 및 고용형태에서 차이 유무는 복수노조 형성이 노조 분립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신규 결성에 의한 것인가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수노조제도는 직종 및 고용형태 등 노동시장 요인으로 인해 기존의 노조에 의해 보호되지 못하고 있던 노동자들이 신규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일정하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상의 결과는 복수노조제도의 도입 이후 기존의 우려와 기대가 모두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3]은 그동안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 설립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사안들이 각 복수노조 사업장에 어느 정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우선 [표3]은 △노조 운동노선을 둘러싼 갈등, △노조 운영방식을 둘러싼 갈등, △근로조건과 임금에 대한 이해관계의 차이 등이 다른 요인들보다 사업장 복수노조체제 형성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복수노조제도가 노노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볼 수 있는 항목인 △상급단체들의 복수노조 설립활동 요인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 사업장수준 복수노조제도의 쟁점
 
사업장수준 복수노조제도 도입과 관련해서 다양한 쟁점이 논의되었지만, 실제 제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구체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은 복수노조제도의 중요한 장치인 교섭창구단일화를 매개로 하여 노노 간 및 노사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노동자들의 단결권, 교섭권, 단체행동권 행사와 관련하여 여러 예기치 않은 쟁점들이 발생하였다. 
[표4]와 [표5]는 복수노조제도 하에서 노노 간 및 노사 간 쟁점 사안 관련 실태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노노 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은 △복수노조 간 조합원 빼가기, △소수노조의 활동보장,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 등이었다. 이들 사안은 교섭창구단일화의 형식 및 절차에 관한 사안이라기보다 교섭창구단일화 전 과정에서 각 조직들의 권리 확보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공정대표의무 준수 문제는 복수노조 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한편, 노사 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은 △사측의 복수노조 설립지원 의혹, △특정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소수노조의 활동보장,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등이었다. 노노 간 쟁점 사안에서와 마찬가지로 노사 간에도 상호 간 분명히 확정할 수 있는 형식적인 절차에 관한 사안들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표6]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노노관계 및 노사관계의 협력·갈등 양상을 살펴본 것이다. 노조들 사이의 관계가 협력적이라는 응답은 약 21% 정도에 불과하였으며 갈등적이라는 응답은 약 54%였다.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제도가 노노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체적으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노사관계 실태는 노노관계 실태와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노사관계가 갈등적이라는 응답은 약 26%인데 비해 협력적이라는 응답은 약 53%였다. 
 
 
[표7]은 복수노조 사업장 노노 간 쟁점들 중에서 특별히 어떤 요인들이 노노관계의 협력 또는 갈등 상황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간단한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정리한 것이다. 투입요인들 중에서 노노 간 관계의 협력-갈등 실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복수노조 간 조합원 빼가기, △복수노조 간 중점 교섭요구안 선정, △소수노조 활동보장 등의 요인이었다. 복수노조 간 조합원 빼가기와 소수노조 활동보장이 문제시되는 경우 노노 간 갈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복수노조 간 중점 교섭요구안 선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노노 간 협조 정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요인으로 노사 간 협력-갈등관계 요인을 함께 투입하였는데, 노사 간 협력 수준이 높을수록 노노 간 협력 수준이 높고 반대로 노사 간 갈등 수준이 높을수록 노노 간 갈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8]은 복수노조 사업장 노사 간 쟁점들 중에서 특별이 어떤 요인들이 노사관계의 협력 또는 갈등 상황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간략하게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정리한 것이다. 투입요인들 중에서 노사 간 관계의 협력-갈등 실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특정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문제였다. 
 
 
4. 복수노조제도 전망
 
이 조사에서는 복수노조제도의 개선방안, 복수노조제도가 노동기본권에 미치는 영향, 향후 노사관계 전망 등을 함께 살펴보았다. [표9]는 복수노조제도 개선방안들로 그동안 제시되었던 의제들에 대한 선호도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약 60%로 우세하였고, 교섭방식을 복수노조 간 자율적 합의로 결정하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이 약 65%로 우세하였으며, 교섭단위를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견이 약 75%로 우세하였다. 개별가입 산별노조원의 단일화 절차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약 48%였다. 특히 사업장수준 복수노조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 즉 예전처럼 기업단위 복수노조를 금지하자는 의견이 약 74%로 다수였다.
 
 
[표10]은 복수노조제도가 노동기본권의 주요 항목인 단결권, 교섭권, 단체행동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정리한 것이다. 현재의 복수노조제도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약 17%에 불과한 반면, 약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70%를 넘었다. 복수노조제도가 노조의 교섭권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67%인데 반해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16%에 불과하였다. 현 복수노조제도가 단체행동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욱 강했는데, 복수노조제도에 의해 단체행동권이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약 74%에 이르고 있으며, 단체행동권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은 약 13%에 불과하였다.
마지막으로 [표11]은 복수노조제도 하에서 노노관계 및 노사관계 전망을 정리한 것이다. 노노 간 관계가 갈등적일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약 50%에 이르는 반면 협력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약 17%에 불과하였다. 반면, 노사 간 관계가 갈등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약 31%이고 협력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은 약 46%였다. 따라서 현재 사업장수준에서 복수노조 상태에 있는 노조들은 노사관계 갈등보다는 노노관계 갈등을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맺는말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후 해당 사업장의 노노관계 및 노사관계는 시행 이전의 우려와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노사관계의 협조적 또는 갈등적 양상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노사관계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조운동이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고민했어야 하는 것은 노노관계의 갈등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보다 노노관계에 대한 전망이 더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현재의 노노갈등은 그 소모적 효과와 비효율성으로 인해 노노협조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업장 수준에서 서로 경쟁적인 복수노조가 분립하는 것이 조합원의 이해관계 및 노조운동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복수노조제도가 한국사회의 노동조합 조직형태와 정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 복수노조제도는 초기업별 노조와 기업별 노조가 병존하는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초기업별 노조들이 사업장 수준에서의 복수노조 경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복수노조제도와 관련된 제반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조운동은 현 제도의 재편을 요구하는 것과 더불어 노조운동 세력들 간 소모적 경쟁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 1) 이 조사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매년 조직현황 파악을 위해 실시하는 조사에 포함된 부가조사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총 304개 사업장 수준 조직에 관한 자료가 수집되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양대노총 산하 조직의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 현황이 모두 파악된 것은 아니고, 동일 사업장의 두 조직이 함께 조사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조사에 응한 조직이 한국노총과 운수업종에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대표성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노사관계의 변화의 대략적인 윤곽은 그려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조사결과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별도의 방식으로 보고될 예정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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