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 총선 이후 열린 공간과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사회

[특집좌담] 총선 이후 열린 공간과 노동운동의 과제

구도희 0 6,445 2016.05.1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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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6년 4월 23일 오후 2~4시
○ 장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장
○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참석: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가나다 순)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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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난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라는 예상 외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위 ‘열린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노사관계,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기존과 다른 과제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제125차 노동포럼으로 좌담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오늘 좌담에서는 우선 총선 평가를 한 뒤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한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및 대량해고 문제, 임금체계 개편 논의, 저임금 노동 일소 등의 쟁점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된다 해도 현재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조건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조운동이 이념, 노선, 리더십, 패러다임 전환, 조직형태 및 일상 활동 등에서 기존의 방식과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했으면 합니다. 
우선 총선 평가부터 논의해보겠습니다. 이번 총선은 ‘일여다야’의 구도로 치러졌기에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여소야대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물론, 새누리당이 참패했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총평을 하고, 이어서 진보개혁진영과 노동의 입장에서 총선결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얘기해보죠.
 
 
야권의 승리, 진보정당의 하락
이병훈: 제가 지난해 말 연구소에서 개최한 신년좌담회 ‘2016년 정세 전망’에서 총선에 대해 전망하며 “우리 정치는 요물과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치라는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담아 ‘요물’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선거 결과에 대한 전망은 사실 암울했습니다. 일여다야, 특히 야당의 분열과 진보정당의 무기력 때문에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봤죠. 그런데 이번 선거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매우 다른 여당의 참패,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3당 체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국민의당은 의석 수 뿐만 아니라, 득표에서도 선전함으로써 3당 체제를 확고히 했습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요물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우리에겐 희망을 주는 결과였고요. 
이러한 국민들의 표심은 우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 즉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는 곧 민생에 대한 심판으로 이해할 수 있죠. 사람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고 느꼈고, 여기에 노동진영이 문제 삼았던 ‘쉬운 해고’, 임금 삭감, 평생 비정규직화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이 은근하게 결부되면서 더민주당의 수도권 승리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둘째, 국민의당의 약진을 통해서는 정치에 대한 심판도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공천에 대한 논란이 워낙 많았습니다. 국민들은 더민주당에게 식상해 있지만, 새누리당이 더 못마땅하니까 전략적으로 ‘분할투표’를 했습니다. 더민주당은 어부지리로 1당이 된 셈이고, 국민의당은 정치심판의 가장 큰 이득을 보았습니다. 
노동이나 진보진영의 선거 결과를 보면, 당선자 면면만 봐도 19대 국회보다 노동, 복지 문제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공천과정에서부터 밀렸거든요. 정의당 또한 6석을 얻었지만 아직까지 지지수준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진보진영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표를 주기에 진보정당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판단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진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드러난 거죠. 
 
김영훈: 지난해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노동계의 600만 표를 잃더라도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일본의 1986년 중의원 선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자유민주당은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 뒤에 숨은 비겁한 사회당을 심판해달라’고 했고, ‘실제로 자민당 압승과 사회당 몰락, 총평 해체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야당심판과 조직노동자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과거 일본과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다행히 일본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시 일본 사회의 지배담론은 신자유주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의 시대착오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해 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BBC 등 해외 주요 외신에서도 ‘해고에 대한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정부의 주장에 민심이 이반했다는 평가들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이 노동운동 전체에 손을 들어준 것은 절대 아니고, 더민주당이 내건 ‘문제는 경제야’라는 주장에 동의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집권 여당의 프레임이 너무 낡았던 거죠. 
 
조성재: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조사 결과의 상당한 괴리에 대해 계속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론조사의 방법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개선할 것인가는 해당 주체들이 고민하겠지만, 선거 결과를 통해 어느 세력이든 국민들과 노동자들이 느끼는 현장의 정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정말로 주목해야 합니다. 3포 세대, 5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층이 희망을 잃고 있습니다. 젊은 층의 표심은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났고, 동시에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이냐는 과제를 안겨 주었습니다. 
정치구도로 보면 국민들은 보수정권의 지난 8년간의 실정을 심판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야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당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향후 3당이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 속에서 새 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또 다른 민심의 이반이 일어나고 청년층은 좌절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당이 싫어서 야당을 찍은 것이고, 야당도 어느 한 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기보다 두 야당이 경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 2017년 대선, 그리고 대선 이후까지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성세대는 반성해야 합니다. 또한 더민주당, 국민의당에 비하면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기존 정치를 돌아보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선거 결과와 그 의미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정문주: 총선 전에 ‘1여다야’ 선거구도의 문제, 투표율,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3가지 변수로 얘기됐습니다. 마지막 변수는 공천 컷오프에 대한 반란이었죠. 새누리당은 ‘야당 심판론’을, 야당에서는 ‘정권 심판’과 ‘경제 심판론’을 내걸었습니다. 선거 결과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 3당 체제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가 패배한 것이고, 민심이 이반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 상황을 보면서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테러방지법 반대 문제로 국회에서 연일 필리버스터가 이어졌고, 세월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보며 노동자들의 표심이 상당히 움직였다고 봅니다. 또한 정부의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 근로조건 변경 등 반(反) 노동 정책 및 제도 개악 문제가 노동자들에게 와 닿았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든 겁니다. 
그러나 앞선 진단처럼 야당의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더민주당은 1당이 되긴 했지만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에 밀렸고, 호남에서는 3석 밖에 차지하지 못함으로써 큰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국민의당도 약진했지만 ‘호남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요. 진보정당의 경우 다야(多野) 구도에서는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목표달성이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덧붙이자면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여느 때 선거처럼 정책은 쟁점이 되지 못했고, 정당들은 정치적인 심판만을 외쳤습니다. 한마디로 정치로 시작해 정치로 끝난 선거가 됐습니다. 선거에서 정책이 강하지 부각되지 않음으로써 향후 노동문제, 현안을 풀어갈 때 정국이 안개 속과 같은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정당들이 목적의식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만 난무하고 정당들끼리 담합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구도 자체가 여소야대 상황이고, 어느 한 당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밀고 갈 수도 없기에 향후 의견 조율 과정에서 시민, 노동 등 진보 진영이 좁게는 의회정치, 넓게는 시민정치를 추구하며 담론을 만들어 나간다면 비록 안개 속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 
 
 
기로에 선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회: 여소야대 국면이 기회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존 정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같이 지적해주셨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노총은 ‘반 노동자 정당 심판’, ‘당선 가능한 야당’ 등 분명한 총선 전략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민주노총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얘기했고, 진보개혁진영은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으로 갈라졌습니다. 진보개혁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민주노조 진영의 정치 발전 모델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김영훈: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제3당의 출현과 진보정당 및 노동정치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언론에서 국민의당의 선거 결과에 대해 돌풍, 선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 제3당의 출현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기형적인 선거제도로 인해 양당구조가 고착화되긴 했지만 1987년 민주화운동과 개헌 이후에도 정주영, 문국현 후보의 등장 등 언제나 제3당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당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강제하지만, 양당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기 힘든 불안정한 구조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안철수라는 대통령 후보와 지역주의가 결합하면서 제3당이 성공한 것이죠.
지금까지 노동, 진보정치는 양당체제에 대한 혐오‧싫증, 제3세력‧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국회 진출을 시도했는데, 그러한 틈새 공략은 이제 끝났습니다. 국민의당이 제3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상당 부분 흡수했기 때문에 앞으로 진보정당은 정책과 노선으로 승부하는 생존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기존 보수정당과 ‘오른쪽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 창원에서의 노동자 후보 당선은 그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조직노동운동이 그 운명을 다하지 않았고 아직 진보정치에 대한 역할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틈새전략을 버리고, 정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기존 정당이 오른쪽을 두고 경쟁할 때 왼쪽의 다수를 포괄하는 노선으로 일로매진한다면 절망적인 상황만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의 선전으로 인해 앞으로 좌파적 정책과 비전 없는 진보정치는 자기 세력을 갖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성재: 저는 자주적인 노동운동, 즉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정말로 기로에 섰다고 봅니다. 미국의 지난 100년 역사를 보면, 산업별노조회의가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추진하다가 민주당 지지를 택함으로써 미국에 양당체제가 정립됐죠. 우리나라도 그렇게 갈 것인지, 20대‧21대 국회가 그 갈림길이 될 겁니다. 정의당에서도 2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당선됐지만, 국민들은 국민의당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주었습니다. 노동운동세력은 이러한 정치 지형에 대해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양당 체제, 3당 체제, 보수‧중도 세력까지 아울러 노동정치 운동과 관련한 새로운 흐름을 해석하는 것이 노동‧진보진영에게 던져진 큰 숙제입니다. 
 
이병훈: 진보정당은 우리 사회의 하층 혹은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표를 받아서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너무 낡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표는 더민주당, 국민의당에 가있죠. 따라서 젊은 세대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들의 사고와 일치하지 못하는 현재와 같은 낡은 진보의 모습으로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당의 위치는 구태의연할 것이고, 정치세력화 역시 벽에 부딪힐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 시대, 노동운동의 전략은?
사회: 보수정권의 지난 8년 동안 노동 배제의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4월20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노동개혁 4대 법안 등 구조개혁 관련 법률의 입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동 관련 4대 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정문주: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에서 5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습니다. 19대 국회 남은 기간 동안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등 3개 법안을 통과시키고 파견법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재논의하자고 했습니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겁니다. 노동개혁 4법은 폐기되어야 하고, 환경노동위원회 자체도 열리기 힘듭니다. 한국노총은 파견법을 포함한 비정규직법은 9.15 합의 당시에 정한 기준과 원칙은 상시지속적 업무는 가급적 정규직 직접고용, 불합리한 차별 금지,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비정규직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으므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재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이러한 내용의 성명서 발표는 물론, 조직적 입장을 국민의당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정부의 노동개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는 새누리당이 패배하니 이번에는 경제위기론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2개 지침은 이미 강행 추진 중입니다. 또한 지난 1월 말에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퇴출제에 대해 권고안을 발표했고, 3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을 발표하며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취약한 업종, 기업이 있으므로, 이들에 대해 어떻게 구조개편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개혁과 구조조정을 연계시키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두 번의 커다란 경제위기를 겪었고, 일상적인 구조조정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량 감원, 임금 삭감식의 구조조정이 아닌, 선순환 가능한 구조개편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유력한 수단은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독일의 폭스바겐 사례에서 보듯 경제위기가 닥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실업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부가적으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문제들도 있고요. 
아울러 한국노총은 20대 국회 개원 이전에 노동계 당선자 모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정당들과 정책연대, 협의의 틀을 만들어서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우선 10가지 법안을 준비해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조성재: 우선 노동 4대 법안 모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살아날 수도,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이 중 통근재해 산재보상법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노동시간과 관련한 사안은 빨리 입법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여야,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선을 찾아서 부분적인 개선이라도 해야 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보수 정권이 노동문제를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이른바 ‘노사관계 선진화’라며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를 결국 정권의 뜻대로 관철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국정운영의 초점을 노동시장 개혁에 두고 있습니다.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 사회의 기존 방식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한국 경제가 맞이한 구조적인 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해운‧조선 등 5대 산업에 대해 구조조정 압력이 세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1998년의 IMF 외환위기는 한국경제 전체의 위기로, 환율과 이자율을 포함한 거시경제 변수들이 준 충격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전 국민의 단결된 의식이 있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들은 큰 타격을 받았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의 타격은 받지 않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중국과 인접하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국이 계속 성장하면서 우리도 이득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 때문에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이득을 봤지만 이번에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는 1998년의 위기와는 다릅니다. 1998년의 위기가 우리나라 재벌들의 과잉투자와 거시경제 측면에서 비롯됐다면, 이번에는 국제적 과잉생산이 문제인 탓에 과거처럼 임금, 노동시간 조정 등 작은 폭의 조정으로 위기를 넘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산업전략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근본적인 노동전략을 제기해야 합니다. 청년실업 해소 등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문제를 포함해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지, 일시적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노동과 자본이 같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노동개혁 문제를 경제체질 개선, 산업정책 전환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구조조정과 같은 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고 이러한 경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 또한 개편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노사관계는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요.
 
 
노동운동이 새판 짜기에 먼저 나서야
이병훈: 새판 짜기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20대 국회가 열리면 노동진영은 새로운 판의 흐름을 읽고 정책을 내세우며 그 판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20대 국회는 노동진영에 새로운 기회구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노동진영은 동시에 새로운 역할, 접근방법이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죠. 그런 점에서 노동진영은 노동시장 내 기존의 구조적 문제들에 더해 산업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20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노동시장을 만들자’, ‘변화의 와중에 노동시장을 이렇게 재편하자’는 논의를 먼저 꺼내야 합니다.
구조조정의 위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미 조선산업에서 1만 5천 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됐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화학 등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치상황은 새판을 짜기에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정치권은 새판을 짜는 것에 대해 차분하게 고민하지 않을 것입니다. 야당들이 노동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대선을 앞둔 상황이기에 선거 후과에 대한 정리가 끝나면 대선까지 표를 의식한 행보를 이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변화를 위한 돌파구 모색을 정치권에 기대하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조직노동은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구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보든 노동이든 잃었던 표를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사회: 현 위기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얽힌 복합적인 상황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재벌이나 총자본은 한국사회의 구조개편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조개편이 자본에 있어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 자기 비전을 내놓고 사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늘 공을 노동이나 정치권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고,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화 체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노사정위원회 틀을 벗어난 사회적 대화 가능성
정문주: 현 노사정위원회의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아시는 대로 총선 과정에서 한국노총 일부 지도부들의 정계진출 시도가 있었고,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내부적으로는 이 문제를 돌파하기 만만치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노동계 대표로서 노사정위원회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회적 대화의 테이블에 앉거나 이를 제안하기는 어려운 조건에 있습니다. 보수진영까지 포함해 많은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화 체계를 복원하거나 올바른 노정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관련 정부책임자를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들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총선결과에 따라 청와대 인사개편과 부분 개각이 있을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사, 개각 이유가 국면전환을 위해서지, 협의 혹은 소통에 방점을 찍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거나 체계를 정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사회적 대화 문제는 해법을 찾기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 채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야당, 국회 정치권과 어떤 구도를 형성할 것인지, 예를 들면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병훈: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개혁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모두에게 ‘너무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줬습니다.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성격에서 보듯, 노사정위원회에 사회적 기구로서의 독자성과 위상을 갖고 독립적인 발언과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법적인 기구인 탓에 쉽게 폐지할 수는 없죠. 
저는 정 본부장님의 의견과 달리 구조조정 문제가 시급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더 시급해질 것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계없이 국회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의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각 당별로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 산업과 연관돼 동반 불황을 맞고 있는 지역경제의 문제들을 어떻게든 풀려고 애쓰기 때문에 오히려 현안별 사회적 대화가 시도될 것입니다. 아울러 작년 초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대타협기구가 설치된 것처럼, 국회가 중심이 되어 특정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번에 각 당들이 우선순위 공약으로 ‘경제살리기’를 제시했는데, 노동운동이 이 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철저히 배제될 것이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노동의 입장을 반영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시장 문제를 풀어가는 협상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략을 잘 세우고 선제 대응해야 합니다.
 
김영훈: 위기는 담론이 아니고 현실 깊숙이 들어 와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처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제가 앞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정권이 신자유주의의 끝물을 잡고 있다가 심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미 미국, 일본도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돌아섰고, OECD와 심지어 IMF까지 “소득불평등 완화가 성장의 지렛대” 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목표는 사실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발전입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이 나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채 ‘쉬운 해고’를 얘기하고 있는 거죠.  
새 패러다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소득주도 성장론, 임금주도 성장론 등에 대한 대중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 체계로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위기의 국면에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면 근본 담론에 대해 먼저 토론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조성재: 이명박 대통령은 노사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시장 자유화 조치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노동계가 수세적·방어적으로만 나간다면 새판을 짜기 어렵다고 봅니다. 큰 틀에서 새 이니셔티브가 필요하고, 노동정치에 있어서는 노동자 중심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과정을 병행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현장 및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합니다. 노사정위원회라는 법적 기구가 있긴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독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대화를 노사정위원회에서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문제만 해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있었죠. 국회가 민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대표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병행해서 나쁠 것은 없고,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예산감시 등 국회가 일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 중심의 현실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노조는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고용안정이야, 나만큼은 절대로 정리해고 당할 수 없어’라는 식의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해야 합니다. 업종 차원의 논의들 즉 ‘중범위’ 수준의 사회적 대화도 고려해 봐야 하고요. 노동계가 담론을 제기하고 중앙정부가 중앙수준에서 재정지원을 하는 겁니다. 이처럼 중범위 수준에서 노조가 분명히 문제제기 하고 해당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실행하는 등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을 짚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덧붙여 현재 위기의 성격들이 각기 다르지만 적어도 기존 일자리를 지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공공부문을 징검다리로 삼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사회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국회 안팎을 포함해 노동자,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병훈: 저는 노동운동에 대해 성찰했으면 하는 제언을 드립니다. 당장 구조조정의 상황에 직면하면 노조와 조합원들은 기존 투쟁 방식을 답습할 것 같습니다. 노동시장의 현실상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벼랑 밑으로 떨어지는 것일 테니까요.
노동운동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현재 노사관계 풍토 하에서는 구체적 현안에 대해 피해를 가급적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초기업적인 해법을 실천함으로써 변화의 물꼬를 트는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노사정 관계와 사회적 대화도 진흙탕과 같은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진전할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조직되지 않은 90%의 일반 국민들에게 자기 밥그릇을 꽉 움켜쥐는 식의 기존 노동운동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선제적으로 판을 짜야 하고, 그 상황에서 노동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자기 희생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산업을 예를 들면 한 사업장 내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있는데 정규직만 살겠다며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이면, 그 싸움은 백전백패입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끌어안으면서 임금보다는 고용 확보, 고용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야 그 싸움이 사회적 명분을 얻을 겁니다. 
노동운동의 판을 다시 짠다는 것은 초기업화를 뜻합니다. 산별노조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동운동의 관행이든 고용관행이든 조직화된 10%만의 기업별 고용관계가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기업에서 해고돼도 산별노조에서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성격을 진화시키면서 산별노조체제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고용안정성 확보에 매달리고, 기업 울타리 내의 조합원들만 챙기다 보니 무늬만 산별노조인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기업을 넘어선 산업차원의 대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파편화된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진영에서 그동안의 이론, 교섭 중심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노동운동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 사회 곳곳에서 ‘소리 없는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고는 2대 행정지침 통해 이미 일상화되고 있고요. 특히 정부가 민간부문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 퇴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는 공공부문에서 투쟁이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싸움은 ‘기득권 지키기’로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부문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투쟁의 최전선에 선 공공부문노조 그리고 역할
김영훈: 박근혜 정부 지난 3년의 성과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적 효과는 상당히 미미한데, 정치적 효과는 컸죠. 기획재정부가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바로잡았다는 것 말고는 정부가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으니까요. 또한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민간부문에 ‘좋은 사용자 모델’이라는 강한 시그널을 주고자 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공공부문 노조의 대응이 노동운동진영에 있어 상당히 중요합니다.
제 고민은 대통령의 행정 독재, 의회 우회라는 꼼수입니다. 이런 전략이 가장 잘 먹히는 분야가 바로 공공부문입니다. 정부는 노동법 개악 없이도 행정지침을 통해 이미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장에서 성과연봉제, 퇴출제와 관련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거죠. 이는 단순히 여소야대에 따른 정치적 기회라기보다, 쉬운 해고에 대해 국민들의 시각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가 내세우는 청년 일자리 문제도 공공부문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든, 청년 일자리 창출이든 공공부문의 확장 전략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거든요.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든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커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공공부문 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잘 파악해서 보다 공세적으로 청년 고용할당제를 요구하고, ‘공공부문이 좋은 일자리 확대를 책임지겠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또한 혁신도시 정책과 맞물린 지역과의 연대, 지역 상인들과의 연대를 통해 ‘좋은 소비자로서 공공노동자’라는 상을 잡는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방만 경영은 단순히 프레임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노사 간 담합의 문제를 보고, 혁신 의제들을 내걸면서 ‘한국사회에서 공공부문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공공부문에서부터 쉬운 해고를 막아내야 합니다.
또한 공공부문이 이번 기회에 지지부진한 산별노조운동의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개별 공공기관으로서는 형식적인 사용자인 공공기관장들과 실제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보니 곳곳에서 산별노조운동, 대정부 교섭을 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획일적인 지침에 맞선 투쟁 과정에서 단순히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저지를 넘어 공공부문에서부터 산별투쟁 및 산별교섭의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향후 이를 발판으로 삼아 산별노조운동을 확대해야 합니다.
 
 
저임금 노동 문제를 둘러싼 2016년 쟁점
사회: 이번에는 2016년 노사관계의 쟁점인 저임금 노동 일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요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양대노총도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벌이고 있고요. 그런데 저임금 노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부족하고, 원하청 문제 등 기업구조의 문제도 따져봐야 합니다. 저임금 해소 방안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정문주: 총선에서 새누리당조차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8~9천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더민주당과 정의당도 시기상 차이는 있지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집중협상에 돌입할 텐데,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시점이 바로 최임위 협상 한가운데입니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5월 중순부터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저임금 해소를 위한 여론공론화 차원의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사회적분위기를 만들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230만 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아울러 생활임금 조례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본회의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 밖에도 당초 시중노임단가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차질이 생겨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분위기를 띄우려고 합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5월 말에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공익위원 검토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의 통계기준, 시중노임단가 문제, 15시간 미만 근로자 문제 등 종합적인 내용의 보고서가 나올 것 같은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 적용 제외 개선 방안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될 것 같습니다. 또 노사정위원회 주최로 4월20일 ‘근로기준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관련해 최임위 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보다 훨씬 좋은 안들이 많이 나왔더라고요.  야당의 입법 발의에 그 내용을 참조하게 해서 우선 최저임금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고자 합니다. 다만 원구성 등 국회 일정상 법 개정은 빨라야 올해 연말경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원하청 간 불공정 문제는 구조조정 문노제,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죠. 한국노총은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는데, 국민의당을 포함해 각 여당들도 그러한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야권이 전략을 잘 짠다면, 연말까지 악법 저지를 넘어 법 개정까지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성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가 증세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작은 나라였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재정적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경제는 점점 침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정적자만 확대하는 기존 방식이 효과가 없었다면, 소득주도 성장론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태까지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에 마치 노동의 몫이 너무 커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사실은 자본의 몫 자체가 너무 커진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즉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물론,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 문제와 더불어 노동 내부의 양극화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서 스스로의 혁신과 연대 행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자신을 먼저 던지는 측이 이니셔티브를 잡을 것입니다. 보수정당이 먼저 혁신할 수도 있고, 대기업 노조를 포함해 노동계가 먼저 혁신할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누가 먼저 자기 것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 몫을 던질 테니, 자본 대 노동, 그리고 노동 내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 사회가 달려들자’라고 해야만 우리 사회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고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사회: 노동운동의 내부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도 바꿀 수 없다는 의견에 다들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과연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각자의 위치에서 자유롭게 얘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사회 변화를 위한 노동운동의 자기 혁신
이병훈: 그동안 노동운동이 위기론을 말하면서 이래저래 규범적, 당위적인 얘기들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공공부문의 투쟁과 관련해 한 번쯤 이기는 싸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 몇 년간 계속 깨지다 보니 보는 사람은 물론, 내부에서도 패배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더 효율적으로 투쟁하길 바라고, 가능하다면 몇 개 사업장만이라도 대오를 정비하고 원칙을 세워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하길 합니다. 이러한 싸움이 조합원들에게 투쟁의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고,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노동운동진영의 ‘내 것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그만큼 자기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기보다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애로 사항인 임대료, 수수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는 등 영세자영업자들이 살 길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지난해 최임위에 사용자로서 참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문제 등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탤 때 사회적인 공감과 울림이 더 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중앙에서 제 몫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리더십이 작동되지 않거나 흔들리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 복잡한 상황이라 어렵긴 하겠지만 중앙을 일신하고, 리더십을 세워야합니다. 현재처럼 애매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구조조정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은 나름의 행보를 보였습니다만, 총선 이전까지의 과정에 대한 성찰, 총선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간부의 이탈에 대해 반성해야 20대 국회에서 협상에 나서더라도 전략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겁니다. 양대노총 모두 중앙의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정문주: 올해 노사관계는 상당히 격화될 것입니다.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내년 1월에 있고, 공공부문과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도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치러집니다. 또한 앞서 지적됐는데, 공공부문에서는 ‘올해도 정부에 깨지는 것이 아니냐’며 패배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총선 이후 상황이 바뀌자 조합원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각개격파당하지 말고, 4월 말까지 상급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해서 5월에 교섭을 개시하고, 6~7월에 집중교섭을 벌여 8~9월에 싸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노조 혁신 문제와도 관련해 사실 예전에는 양대노총의 공조나 연대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양대노총 제조공투본이 공동대응을 하면서 연대의 틀이 굳어졌고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산별노조운동입니다. 새판을 짜야 하는데 최근 산별노조의 틀조차 깨지는 상황입니다. 실제 금융노조의 경우 국책은행 사용자들이 기재부의 압력을 받고 전부 사용자단체를 탈퇴해서 산별노조의 틀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민주노총의 금속노조가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위시로 초기업단위교섭을 전개하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내부의 자발적 조직혁신 문제,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제도에 대한 고민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정치권 분위기로 봤을 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전면 개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받아 국민의당이 노동회의소 공약을 냈습니다. 이처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법안을 발의하고 더민주당이 가세하면 법안 통과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노동회의소가 우리나라의 특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으니, 노동문제·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청사진을 잘 그리면 90%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틀로 진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운동, 다시 이념을 얘기해야
조성재: 한국 노동운동의 역동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노조 조직률과 조합원 수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조합원 수가 1989년에 190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고, 1998년에 140만 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증가하여 최근 1989년 수준을 회복하였습니다. 분모인 전체 임금 노동자의 수가 더 빨리 증가해서 노조조직률은 아직 10.3%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처럼 조합원 숫자가 다시 증가한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갖고 있는 잠재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또 자신의 이해를 대변해줄 수 있는 노조에 대한 요구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들을 기존의 노동운동이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이와 관련해 성찰해야 합니다.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이후 노조들이 여럿 생기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이익집단입니다. 그렇다면 ‘노조는 다른 이익집단과 동일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동일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시스템 전반에 대해 정의와 공정의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 노동조합이어야 한다면 지금 노조의 모습은 다른 이익단체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연말 성과상여금을 무기로 공격했을 때 노조는 이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격파 당했죠. 또한 노동운동이 해야 할 사회, 정치적 역할이 많은데 경제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이념, 슬로건이 1980년대 후반의 낡은 구호와 맥락 아래 반복되고, 이념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져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이 다시 이념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에 골방에서 공부하던 방식의 낡은 이념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걸맞은 이념에 대한 광장에서의 토론이 필요합니다. 노조가 다른 이익집단과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운동이 소위 20대 국회가 만들어낸 열린 공간, 정치적 지형에서 새로운 위치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훈: 경제위기 국면인 만큼 노동운동 진영은 그에 맞는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하반기 노사관계가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고요.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볼 때, 하반기에 일점돌파(一點突破)가 가능한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일점돌파란 사회적 정당성을 갖는 공공부문의 임단협은 가능한지, 그 사회적 정당성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입니다. 사회와 공감 또는 공명할 수 있는 슬로건과 프레임을 통해 패러다임 변화의 가능성 여부를 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간부문은 노사담합을 통한 위기비용의 전가 아니면 극한대립이라는 양극단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반기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용자로서의 정부’에 맞서는 ‘좋은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공공부문’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진영이 하반기의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새 패러다임 혹은 새 리더십이 드러나고 판가름 날 것입니다. 
 
이병훈: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인상보다 일자리 확보를 전면적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속노조도 원하청 문제에서 변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공부문 노조도 이렇게 사회적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또 찾기를 바랍니다. 
하반기의 노사관계는 매우 유동적일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이 치열하게 투쟁한다 해도 성과와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기회가 와도 헛발질 할 수 있습니다. 생뚱맞은 투쟁, 협상 혹은 입법 활동을 해서는 안 되고, 상황에 맞는 정확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하반기 화두는 ‘경제 살리기’ 혹은 ‘민생 살리기’일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는 문제는 박근혜 정부, 혹은 야당의 일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생을 살리는 담론을 택해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시민사회와 양대노총이 함께 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들을 잘 풀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사회: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열린 공간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 또 노동운동의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불황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노동운동의 투쟁이 격화되겠지만, 그 투쟁이 순기능으로 작용할 지, 기존 방식을 반복할지는 노동운동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또한 노동운동이 산업, 업종을 떠나 연대의 흐름으로 갈 수도, 개별 업종 혹은 기업 이기주의·담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노동운동 내부의 리더십으로, 무너진 리더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잘 구상해보자는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동운동의 현장이 많이 무너져 있다고 느낍니다. 방향성의 상실뿐만 아니라, 현장 간부에 대한 체계적인 양성은 물론 사업장 단위의 일상 활동들이 거의 이루지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중앙 차원의 고민이 전체 노동운동과 조응할 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좌담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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