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어떻게 가능한가

노동사회

한국에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어떻게 가능한가

구도희 0 8,731 2016.11.09 12:22
 
 
Ⅰ. 들어가는 말
2016년 9월29일,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 발효됐다. 이로써 민간·공공부문을 통틀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 글은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이 갖는 의미와 내용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근로자이사제가 법제도적인 측면은 물론 정치적 측면이나 노사관계 측면에서의 다양한 장애를 뚫고 도입되다 보니 내용상 왜곡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살펴보고, 그것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근로자이사제가 처음으로 도입되는 만큼 그 성공여부는 향후 경영참여의 움직임에 이정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길 없는 길’을 걸어온 궤적이자 앞으로의 항로를 밝히는 항해도에 해당된다.   
 
 
Ⅱ. 왜 ‘참여형 노사관계’를 도입하는가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공장 문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를 공장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주의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핵심적인 내부 이해관계자로서 경영참여를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Dahl, 1985). 정치적 약자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민주주의라면, 경제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약자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적인 장(場)으로서 단체교섭이 교섭대상의 제한이라는 벽에 부딪힌다면 경영참여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개입을 허용함으로써 노조의 활동영역을 넓힌다는 의미를 갖는다. 잭슨(Jackson, 2005)이 경영참가를 “작업장 내에서 노조의 확대된 팔”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참여가 가져오는 산업평화 효과는 물론 그것이 경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이는 경영참여로 인해 △내부의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이외에도 △경영진들이 갖지 못한 노동자들의 특별한 관점과 지식, 경험, 노하우(암묵지)를 바탕으로 생산성, 품질, 공정개선, 안전 등 성과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며,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이 원활히 이뤄짐으로써 노사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의존한다. 
한편 공공기관에서 경영참가는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해 진정한 공공개혁에 이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지배구조의 개선을 동반하지 않는 공기업 개혁은 박근혜 정권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서 보듯이 면피성 개혁이자 노조탄압의 빌미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잉개입을 막고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근로자이사제는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뿐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소수의 근로자이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한계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자이사는 내부의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종업원의 대표라는 권위를 갖는다. 때로는 노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경영참여는 공공성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수단이 아니다. 경영참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그들의 선호와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계기가 된다. 
요컨대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경제민주주의와 이해관계자 모형을 실현하고 산업평화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그것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출발점이자 공공성을 제고하는 디딤돌이 된다. 그러면 서울시에서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Ⅲ. 근로자이사제 도입방안
1. ‘노동이사’인가 ‘근로자이사’인가
노동자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따르는 문제는 먼저 그 ‘이사회의 구성원’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하는가이다. ‘노동이사(labor directors)’라는 말이 관행화되어 있고, 서울시장이 참여형 노사관계의 도입을 제시했을 때 사용한 용어도 노동이사였다. 유럽대륙에서는 ‘종업원 대표이사(board-level employee representatives)’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영미문헌에서는 ‘노동자(근로자)이사’(worker directors)라는 표현도 보인다. 
결론적으로 투자·출연기관 노사와 서울시는 비공식적으로는 노동이사와 근로자이사를 함께 쓰더라도 공식문건에서는 근로자이사로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근로자라는 말이 법률 용어라는 사실이 우선 고려됐다. 노동이사란 말이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긴 어려웠다. 독일에서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의 일원으로 노무와 인적자원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 측 이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동자 출신의 이사라는 우리의 용법과 노동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사측 임원이라는 독일식 용법에는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자 대표(위원)라는 용어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근로자 위원)’이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대표’와 혼동될 수 있다. 그리하여 근로자이사라는 용어를 채택했지만 ‘노동이사’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노동조합의 반발이 컸다는 사실은 지적하고 지나갈 필요가 있다. 
 
 
2. 대상기관 및 근로자이사의 수
근로자이사의 도입과 관련하여 대상기관은 일반적으로 규모를 기준으로 설정하지만 그 규모는 나라마다 다르다. 가령 독일은 500명이 하한선인데 반해 스웨덴은 25명이다. 서울시가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공공기관은 근로자 100명을 하한선으로 삼아 이를 초과하는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잡았다. 이 경우 근로자의 수는 정관 또는 직제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정원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근로자이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연합(EU) 28개국 가운데 18개국에 이르며 유럽경제공동체(EEC)에 속한 노르웨이까지 포함하면 19개국에 이른다. 이들 나라에서 근로자이사의 수는 전체 이사의 1/3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2,000명 이상의 경우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근로자이사로 채우는 독일의 경우는 예외에 해당된다.
서울시 공공기관에서는 근로자이사의 정수가 비상임이사 정수의 1/3을 넘지 않되 근로자 수(정원)가 300명 이상인 기관은 2명, 그 미만인 기관은 1명의 근로자이사를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3. 선출절차
근로자이사를 선출하는 방식은 논의과정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이었다. 독일의 경우 근로자이사는 종업원이 선출한다. 스웨덴은 노조가 근로자이사를 추천하는 노조중심적인 참여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종업원이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우리 역시 근로자가 선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근로자이사는 노조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 탓이다.
피선거인과 선거인의 자격도 쟁점이었다. 결과적으로 피선거인 자격은 공사 등의 소속 노동자로서 1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제한하는 데 그쳤다. 독일에서도 1년 근속을 하한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잔여 재직기간이 이사의 임기인 3년 이상 남은 사람만이 출마할 수 있다는 조례(안)의 단서규정은 삭제됐다. 근로자이사제 도입취지에 맞도록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근로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끔 피선거권을 확대하려는 의도였다. 그 결과 무기계약직(업무직)은 물론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 시간제) 등도 근로자이사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이사의 선출과 관련하여 노사·노정 사이에서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거듭한 쟁점은 노동자 1인이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의 수였다. 서울시와 사용자 측은 ‘1인 1표’를 주장한 데 반해 노조는 300인 미만 기업(이사 1명 선출)은 ‘1인 2표’, 300명 이상 기업(이사 2명 선출)에서는 ‘1인 4표’를 주장했다. 노조가 후보의 유효득표수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비상임이사를 독점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고 나선 셈이었다. 결국 투표방법은 공직선거법 등 일반적 투표방식을 준용하여 “1인 1표를 기본으로 하되 기관별 특성을 감안하여 선관위에서 조정 가능하다”로 합의했다.  
현행 비상임이사 선출절차에 따르면 종업원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근로자이사로 임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선출절차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공모와 심사, 그리고 2배수 추천을 거쳐 시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임추위의 심사과정이나 시장의 임명과정에서 종업원에 의해 선출된 후보가 탈락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임추위의 평가요소에 투표결과를 반영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다득표자가 이사 후보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임추위의 심사기능을 제한했다. 그렇더라도 시장의 임명과정에서 후순위자가 임명되는 일까지 막기는 어렵다. 임추위에서 2배수를 추천하면 그 중에서 시장이 임명한다는 것은 법률규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운영의 묘를 살려 다수 득표자가 비상임이사로 자동 위촉되는 것을 관행으로 만드는 수밖엔 없다. 
 
 
4. 근로자이사의 대우
근로자이사는 근로자의 자격을 유지하면서 비상임이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근로자이사는 관계 법령 및 조례, 정관으로 정하는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다만 “소속기관의 임직원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는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등의 규정에 따라 임추위원은 될 수 없다. 근로자이사의 보수는 이중보수 금지의 원칙에 해당되어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이사회 출석 등에 따라 회의참석수당, 여비 등 실비 이외에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이사에 대한 근무평정은 평가등급별 인원에서 제외하되 우(B) 등급 이상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근로자이사는 이사회 출석시간은 물론 전체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근로자이사로서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시간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노사는 300인 미만 기관은 연간 300시간(월 3일), 300인 이상 기관은 연간 400시간(월 4일) 이내의 근로시간 면제(time-off)를 부여하되 교육훈련시간은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근로자이사의 활동시간은 필요할 경우 이사회의 의결로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이사의 대우와 관련하여 논란거리가 된 또 하나의 사항은 근로자이사가 노동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였다. 노조법상 이사는 사용자에 해당되며 이들이 노조에 남아있을 경우 ‘노조 아님’ 통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과 관련하여 ‘사용자 혹은 그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가 노조에 참가할 경우 정부는 해당 노조를 ‘노조 아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매일노동뉴스, 2016.4.30.). 그렇지만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 취지가 근로자의 권익과 관점을 회사의 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노조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이사가 조합원의 자격을 갖지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예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근로자이사는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사업장협의회나 노조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Waddington et al., 2016).
근로자이사가 종업원 또는 노조(및 노사협의회)와 상호결합(articulation)이 느슨할 경우 근로자이사가 고립되면서 사측에게 포섭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럽의 경우 근로자이사는 노동조합과 항상적이고 연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노조와의 갈등을 예방하고 노조의 지지와 지원을 확보한다. 이는 이사회에서 근로자이사의 영향력을 높일 뿐 아니라 근로자이사의 포섭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Waddington et al., 2016). 이런 점에서 근로자이사의 노조탈퇴를 강제하는 것은 자칫 근로자 이사와 노조 사이의 역할중복에 따른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근로자 이사의 포섭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도입하려는 근로자이사제를 둘러싼 노사 간의 쟁점사항과 논의 결과를 정리하면 [표]와 같다. 
 
 
Ⅳ.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한계와 과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서 도입하는 근로자이사제가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법률적 장치의 부재로 인한 제도의 왜곡과 안정성의 결여, △노조 교섭구조와의 역할중복, △‘경영협의회’에 대한 논의의 미진, 그리고 △지배구조의 개선에서 갖는 한계 등이 포함된다. 
첫째, 법률적인 제약으로 인해 내용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명칭을 노동이사가 아닌 근로자이사로 정한다든지 근로자이사는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종업원 투표에서 다득표한 사람이 최종 임명과정에서 탈락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법제도적인 한계는 근로자이사의 도입기관이 사실상 서울의 투자·출연기관으로 제한된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진정한 힘은 법적인 힘을 의미한다”면 (가칭)「공공기관 경영참여법」의 제정은 제도의 확산은 물론 안정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둘째, 근로자이사제는 기업별 노사관계, 특히 기업 차원의 단체교섭과 역할이 중첩됨으로써 양자 사이에 긴장이나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근로자이사제 나아가 공동결정제도는 산별체제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기업 차원의 노사관계가 경영참가와 결합할 경우 경영진과 노조가 담합하여 내부기득권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근로자이사제에 집중하느라 공동결정제도의 또 다른 축인 ‘경영협의회’의 설치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근로자이사제는 애초 노사협의회의 기능을 강화한 ‘경영협의회’와 함께 설계됐다. 서울시는 이 둘을 뭉뚱그려 ‘참여형 노사관계’라고 불렀다. 근로자이사제가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라면, 경영협의회는 일상적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에 해당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이 갖는 한계는 차치하더라도 현행법 내에서 노사협의회의 경영참가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개별기업을 뛰어넘는 노사협의회도 구성할 수 있다. 경영협의회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노사 협의사항의 일부를 합의사항으로 변경함으로써 노사협의회의 기능을 강화한다, △‘근로자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그리고 활동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합의사항의 구속력을 높인다, 그리고 △합의사항을 의결하지 못하거나 의결된 사항의 해석이나 이행방법 등에 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아니할 때는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의 중재를 받는다 등이다.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된 만큼 노사 및 서울시는 경영협의회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기업의 지배구조가 갖는 문제는 중앙정부의 그물망 같은 통제와 빈번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임면을 포함한 이사회 기능의 실질적인 활성화와 경영평가제도의 개선,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독립성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 출자·출연기관과 투자기관(공사·공단)을 통합 관장하는 (가칭)‘서울시 공공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거기에 노동계 인사가 참여하는 등 외부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임추위에 당해 기관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도입되는 근로자이사제는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은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이 갖는 의미를 덮기보다는 추후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중앙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에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이 가능하도록 법률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일이나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개선, 그리고 경영협의회의 도입(노사협의회의 기능강화)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에 속한다.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비롯되는 경제주의적인 편향이나 공공성의 결여도 넘어서야 하겠지만 산별체제로 이행하려는 노력 역시 공동결정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제이다. 
 
 
Ⅴ. 맺음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대해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규정한 조례는 지난 9월9일 시의회를 통과해 같은 달 29일 서울시장이 공포했다. 후속절차는 해당기관이 조례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고 근로자이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다.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었으며 이정표가 될 만한 참고자료도 없어 ‘맨땅에 헤딩하듯’ 헤쳐 나간 길이기도 했다.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이 서울시 노동행정에서 갖는 의미는 그 초점이 시혜에서 참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참여란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가 주체로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참여형 노사관계’는 그것이 노동포용적(labor-inclusive)이라는 점에서 노동배제적(labor-exclusive)인 공공개혁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대비된다.
참여형 노사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한국 노사관계 모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은 전국 차원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산별 차원에서는 단체교섭을, 그리고 기업이나 작업장 차원에서는 경영참여를 축으로 한다. 사회적 대화와 산별교섭은 비록 그것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끊임없이 추구되어 왔다. 한국형 노사관계모형을 설계하면서 유일하게 실험조차 되지 않았던 영역이 바로 기업 차원의 경영참여, 즉 공동결정제도였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투자·출연기관에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단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험이 아니라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해당된다. 
서울시의 실험이 실패하면 서울시와 서울시 공공기관 노사의 실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참가에 대한 논의 자체를 오랫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순항 중이다. 
 
 
[참고문헌]
배규식 외, 2015.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 도입방안 연구』.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기획조정실, 2016.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근로자이사제 세부운영지침(안)」 .
Dahl. R., 1985. A Preface to Economic Democracy, Berk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배관표 옮김, 『경제민주주의에 관하여』, 후마니타스, 2011). 
Jackson, G., 2005. Employee Representation in the Board Compared: A Fuzzy Sets of Analysis of Corporate Governance, Unionism and Political Institutions, Industrielle Beziehungen 12:3.(9.30). 
Waddington, J. and Conchon, A., 2016. Board-level Employee Representation in Europe: Prioirties, Power and Articulation, Abingdon: Routledge.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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