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4차 산업과 플랫폼 노동 길들이기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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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01:22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1회 연재되고 있는 <새상읽기>의 필자의 11월 17일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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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차 산업과 플랫폼 노동 길들이기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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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로봇은 내 일을 대신 할까. 기계는 어디까지 우리 일자리를 가져갈까. 쉽게 답변하기 어렵지만 일자리 상실의 두려움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마트 곳곳을 누비며 재고를 파악하고 물건을 옮기는 로봇,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 주차 안내와 경비 로봇, 전화상담 로봇과 운전사 없는 택시까지. 기계는 이제 우리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은 그 표현에서 드러나듯 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요즘 서점에 가면 4차 산업혁명 서적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때 출판계의 불황에도 4차 산업혁명 책들은 30% 이상의 판매 증가를 보였다. 아마도 언론 매체들의 과잉 기사들이 위기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기업과 학계의 묻지마 강좌나 토론도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개념적으로는 산업4.0이 맞다. 그 어원은 2000년대 초 독일 정부의 제조업 강화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산업4.0’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공론화되었고, 이듬해 정부에 권고안이 제출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애초 취지와 무관하게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이 4차 산업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전반에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언론은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제시했다. 일부 언론은 세상이 뒤바뀔 것이라고, 위협적인 분위기까지 조장했다. 그 후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낯선 단어가 일상을 휩쓸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내 일을 대체할 것이고, 인간과 로봇의 일자리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문구까지 나왔다. 4차 산업 관련 비즈니스 환경은 매우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공유경제나 디지털 경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아마존과 배달앱이다. 아마존(Amazon)은 점원도 계산대도 없는 매장(Go), 메뉴 없는 바(Bar), 서점(Books)까지 끊임없는 실험들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실험 단계들이다. 그러나 자동화나 디지털화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지 오래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이 정보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산업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대리나 요기요처럼 온라인으로 일을 수행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플랫폼 노동이 대표적이다.
빠름과 편리함은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우리 사회 전반에 향유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4차 산업은 기존의 노동자 보호규정을 밀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들을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전통적이고 표준화된 일자리들은 도전에 직면한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노동은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을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들로 대체하고 있다. 일하는 모습만 보아서는 플랫폼 노동자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직업도 같고, 작업방식, 기술수준도 다르지 않다. 오로지 계약관계가 다르고, 그로 인해서 사회적 관계가 달라질 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 형태인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은 노동법이나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4차 산업은 서비스, 지식, 노동 등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본 편향적 기술발전은 사용자 없는 고용과 편향적 ‘부’를 초래한다. 그래서 신기술의 혜택은 우리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로봇의 이득을 나누고, 플랫폼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목소리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의 개념과 규제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 독일은 ‘노동4.0’을, 프랑스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들 모두 노동의 관점에서 4차 산업을 접근한다. 대체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해법들이다.
이제 우리도 노동의 인간화를 위해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사회적 대화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61047011&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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