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나 아마존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유럽과 일본 같은 곳에서도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1월23일 지자체 최초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발표했다.
서울시 노동시간 단축은 ‘주40시간 상한제’와 ‘초과근로 제한’ 그리고 ‘최소 휴식시간과 휴가 보장’이다. 올해 3개 기관 시범운영을 통해 전 기관으로 확산된다고 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1800시간대가 목표다. 현재 2485시간인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경우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에게 1년에 무려 75일의 삶의 여유가 주어진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인력(60명)과 예산을 지원한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하고 있다. 2005년 주5일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주6일 이상 일하는 직장인이 663만명(34.2%)이나 된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년에 347시간이나 노동시간이 긴 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 해에 40일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1주일에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비율도 18%(345만명)에 가깝다.
사실 직장인들에게 ‘저녁은 야근하는 시간’일 뿐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모두 보장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라고도 한다. 1주일 휴가조차 맘 편히 사용하기 힘든 조직문화가 일상화된 지도 오래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유급휴가를 가지 못한다. 비정규직 10명 중 7명 이상은 유급휴가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일이 삶을 압도해버린 오늘날, 불평등한 시간배분이나 숨겨진 노동시간은 우리 모두의 삶조차 앗아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국민들은 이런 시간을 견뎌야만 할까.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60년 동안 국가는 근본적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를 ‘시간부족’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제는 우리 삶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1년에 한 달의 휴가를 보장하는 독일, 하루 휴게시간이 2시간가량 되는 프랑스, 1주일 근무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한 덴마크와 핀란드. 이들 나라 모두 국민들에게 자신의 삶을 결정짓는 시간을 참고,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진행했다. 최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는 지난 2년 동안 1일 6시간 근무제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첫 번째 협약이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협약’이었고, ‘괜찮은 노동시간’을 제시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눈치 안 보고 퇴근하고, 여름이나 겨울에 최소 1주일 이상은 휴가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삶은 누려야 할 것 아닌가. ILO는 노동자에게 최소 2주의 연속 휴가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4주 이상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유급연차는 20일 이상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노동시간 단축 모델은 지자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의미가 적지 않다. 향후 민간위탁 등 소규모 사업장에 주4일제나 1일 7시간 근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논의한다고 한다. 이제 서울시가 우리 사회의 노동시간 단축 그 첫발을 내디뎠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시간의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 이 칼럼은 2월 6일자 경향신문(기고)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