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겨레 '왜냐면' 2021.8.10 게제된 필자의 기고문입니다.
- 아래 -
[왜냐면]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어느덧 ‘청년기본법’ 시행 1년이다. 2020년 8월5일 시행 이후 청년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난 10년간 주요 언론사 24곳의 뉴스에는 “청년”을 키워드로 39만2865건, “청년정책”으로 4161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2014년부터 언론에 청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청년정책은 2016년부터다. 서울, 광주, 경기를 비롯한 지역 청년정책 추진과, 청년 당사자들의 정책 거버넌스 참여 시점과 맞물린다. 사실 청년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사이 청년층의 주된 변화는 정책대상의 변화다. 생산인구 감소에도 ‘취업준비’, ‘그냥 쉼’, ‘심신장애’ 청년이 증가했다. 졸업 후 취업준비와 같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것인데, 무려 147만명이나 된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기본법 제정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법에는 청년의 삶의 실현, 청년의 참여 촉진, 평등한 기회 제공, 사회적·경제적 환경 마련이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청년정책 기본계획(20년 12월)과 시행계획(21년 3월)을 발표한 바 있다.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권리참여 5개 영역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까지 포함해 총 1566개 과제(26조원)가 수립되었다. 정책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지난 1년의 성과와 의미가 확인된다. 무엇보다 기존과 달리 정책 수립 과정에 청년 당사자가 참여한 것은 의미가 있다. 취·창업, 교육, 복지만이 아닌 일터 안전망과 권익 분야 18개 과제는 청년 당사자 요구 때문에 가능했다. 내일채움공제나 국민취업지원제도 확대, 마음건강과 고졸 청년 취업 지원이 새롭게 시작되거나 확대된 것도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 중 하나다.
결국 핵심은 청년기본법에 조응하는 정책과 사업을 수립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다. 이미 청년정책의 고민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시행되어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 90% 이상에서 조례 제정, 행정조직 설치, 정책 수립, 거버넌스 운영의 틀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청년기본법 시행 1년이 밝은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 심의·자문 위원회와 행정조직이 확대되었다고 ‘청년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 특히 자산, 교육, 노동시장 불평등과 격차 해소 문제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 있다. 빠른 산업구조 변화와 자본 편향적 기술발전은 청년세대를 더 경쟁으로 내몰 것 같다.
이 때문에 이제 청년정책은 근본적 모색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전 부처에서 정책의 세대 인지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 152개 위원회에 340명의 청년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관료적 칸막이 행정을 넘어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청년의 정책 참여가 더 필요하다. 청년에게 ‘목소리를 내라기보다’는 정책 결정자들 스스로 ‘듣는 과정’에 익숙해지고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충격을 가했다. 고용을 파괴하여 소득 손실을 가중하였고, 학업과 교육훈련과 같은 학습도 중단시켰고,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이동하려는 사람까지 방해했다. 전환기 청년정책은 기존의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래된 습관처럼 나열식 정책만 또 생산될 것이다. 정책은 무수히 많은데, 당사자들은 정책을 알지 못한다. 청년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상상력과 혁신은 무엇일까. 청년의 일자리는 녹색 일자리에서, 부당한 일터의 현실에 구속받지 않는 자기 모색의 디딤돌은 자발적 실업급여와 개인활동 계좌제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 2020년 핀란드는 청년정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청년보장제, 민주적 사회 참여, 사회 신뢰 강화인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청년을 호명하지만 의존적 청년이 아닌, 독립적 청년이 주체로 인정될 때 의미가 있다.
[원문]
‘청년’ 찾기 아닌, 공감과 참여의 시작을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