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노동기본권 확장과 플랫폼노동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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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노동기본권 확장과 플랫폼노동 보호

김종진 0 3,526 2021.02.26 12:20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에 게제된 필자 칼럼(2021.2.2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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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동기본권 확장과 플랫폼노동 보호>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영화 <더 이퀄라이저2>에서는 리프트(Lyft) 운전기사가, <미안해요 리키>에서는 택배기사가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플랫폼노동자다.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는 플랫폼노동의 특성 두 가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객에게 어떤 평점(별점)을 받느냐가 소득과 일자리 유지와 연결된다는 것.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것. 그렇다 보니 업무 차량이나 비품은 자신이 지불해야 하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

 

플랫폼노동은 배달이나 운전기사만이 아니라 번역이나 디자인 같은 일부터 데이터 입력과 같은 작업도 많다. 전자는 오프라인 형태로, 후자는 온라인 형태로 일을 한다. 온라인 플랫폼노동은 프리랜서 성격도 많다. 이런 이유로 작업과정의 변경(20.1%)이나 잦은 수정(17.7%) 및 계약조건 이외의 작업 요구(16.9%)들이 부당한 사례로 확인된다. 국내 플랫폼노동자는 179만명에 달한다. 절반은 주업이고, 5명 중 1명은 20대 청년이다. 문제는 규모 자체가 아니라 일자리 성격이다. 10명 중 4명은 바로 직전에 노동자였고, 정규직이 22.3%나 된다. 그만큼 고용유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 플랫폼노동자 보호대책이 발표된 이유일지 모른다.

 

사실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주문형 플랫폼 중 하나인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경이로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강력함만을 보고 감탄할 수만은 없다. 터크 참여자 혹은 작업자가 하는 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향후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입력하는 단순 작업이다. 이는 노동의 파편화와 취약성을 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플랫폼기업 뒤에 수십만명의 클릭 노동자가 숨어서 시간당 고작 몇십원 받고, 미세 작업(micro-task)을 수행한다. 이와 비슷한 기업들 다수가 우리가 최근 익히 접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다.

 

고용관계의 플랫폼화는 자본과 기업의 전통적인 아웃소싱 관행을 재편시키고 있다. 기존 간접고용 비정규직과는 또 다른 형태인데 불안정 고용의 재활성화 양상들이다. 플랫폼노동의 확산은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보호를 약화시킨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플랫폼기업은 전통적인 기업들보다 비교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공정한 보상도 없다. 웹기반 플랫폼기업의 과다한 수수료(20~30%)는 더 심각하다. 오로지 숨겨진 인간의 노동으로 실행된 결과인데 가히 약탈적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알고리즘을 위해 인간이 단순 반복 작업을 하도록 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보다 공정한 마이크로 워크를 위한 18가지 기준사회적 보호 체계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노동자가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되면 안 되며, 노조 할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 밖에도 이의제기나 행동강령, 고객과 플랫폼노동자 간 상호 평가체계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SNS상 혐오 발언, 폭력, 포르노 검열과 같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업무는 플랫폼 운영자가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했다.

 

최근 독일도 플랫폼경제에서 공정한 노동을 모토로 보호 정책을 발표(2020·11)했다. 사용자 책임과 사회적 보호 강화, 노동자 입증책임, 공정한 활동 보장, 계약조건에 대한 통제 등이다. 우리도 최근 플랫폼노동자 보호 입법이 논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디지털노동기본권(알권리, 참여할 권리, 행동할 권리)은 평등대우나 노동안전은 물론 사회안전망, 교육훈련과 함께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로서 포함되면 좋겠다. 제도의 확장이 플랫폼 적정 수수료디지털 플랫폼세도입 논의로까지 발전되길 기대해 본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260300085&code=990100#csidx780f156d6a440b38c085d74422cc544 onebyone.gif?action_id=780f156d6a440b38c085d74422cc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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