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헬조선의 청년들, 지자체와 만나다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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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11:25
* 이 글은 2017년 6월 23일(금) 경향신문의 필자 연재 <세상읽기> 칼럼 내용입니다.
[세상읽기] 헬조선의 청년들, 지자체와 만나다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연구위원)
‘청년’을 33번이나 거론한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연설. 2017년도 추경 예산이 통과되길 바라면서 강조한 말이다.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고, 그 핵심에 청년이 있다. 엊그제 국가일자리위원회가 첫발을 내디뎠다. 일자리위원회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청년정책이 ‘청년구직촉진수당’으로 대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고용, 주거, 문화, 복지 등 여럿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자리만 강조되는 모양새다.
사실 지난 한 해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날선 공방을 벌였고, 정치권에서도 쟁점이었다. 청년수당이 중앙정부와의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반대했던 보건복지부도 동의 통보를 했다. 평균 연령 27.7세, 여성 52.5%, 3분의 2 대졸 이상 학력. 바로 2017년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신청 청년들이다. 문제는 미취업 기간이다. 신청자들의 미취업 기간이 20.8개월이나 된다. 전체 청년 구직기간의 두 배로 장기실업 상태가 다수였다.
지금 청년들에게는 당장 버틸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필요하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신청자 8329명의 사연에서 하나같이 청년들의 절박하고 아픈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주변 사람조차 사라진 지 오래인 청년들.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청년들. 사회조차 외면했던 청년들의 삶. 아픈 부모를 간병하며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부터 장애 청년까지. 학교 밖 사회로 나와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의 삶은 ‘인간 존엄의 상실’ 그 자체였다. 청년활동지원센터 실무자들은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족한 서류 때문에 탈락되면 안되니까.
물론 청년활동 신청자들의 활동계획에서는 희망도 확인된다. 그들은 “작년에 단 한번이었지만 그 기회에 꿈을 꿔볼 수 있었다”, “이렇게 계획을 이야기할 기회라도 있어서 고맙다”는 말들을 남겼다. 센터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마음속 작은 이야기라도 꺼낼 수 있는 공동체라도 만들어 보고자 했다. 자신의 마음 한 번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동네에서 그냥 만나는 ‘어슬렁 반상회’를 시작했다. 이 모임은 여섯 명에서 여덟 명 정도로 꾸려진다. 자기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미약하지만 서울시와 같은 사업은 이행기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이미 서울시 청년수당을 계기로 경기, 대전, 광주 등 광역지자체 절반에서 검토 중이다. 광주는 ‘청년드림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드림사업 1기 131명(여성 78명)이 84개 사업장에서 다양한 진로역량을 쌓는 경험을 한다. 청년활동,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등 청년특성과 욕구에 적합한 5개 유형별 사업이다. 1주일 25시간 내외 참여와 활동으로 자기모색과 일 경험을 한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취업이나 자격증, 교육 등에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다. 게다가 광주는 드림사업 참여자들에게는 지자체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촛불로 시작한 새 정부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까. 청년들을 취업에 대한 강요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2010년부터 국제기구들은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게 새로운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2013년 유럽연합은 고용과 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보장제도(Youth Guarantee)를 회원국들에 권고한 바 있다. 유럽연합도 몇몇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예산도 중앙과 지역이 일정 비율의 매칭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 우리보다 앞선 정책을 시행했던 나라들의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확인할 때이다. 특히 청년정책은 일자리 제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과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더 나은 진로를 모색할 시간과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정책과 포괄적 지원서비스도 필요하다. 서울이나 광주의 정책들은 청년들이 부딪혔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다. 무릇 정부가 어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좋은 모델’을 확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2204704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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