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바람직한 임금체계 모색

노동사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바람직한 임금체계 모색

0 8,057 2018.01.31 12:28

발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토론: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

        신 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정승국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표]

 

노광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여러 노동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입니다. 공공기관별로 정규직 전환 기준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를 전환 대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환 이후의 임금수준, 임금체계, 복리후생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오늘 노동포럼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후 바람직한 임금체계의 모습이 어떤 방향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와 관련된 연구작업을 진행한 배규식 선임연구위원님의 발표를 듣고, 현장에서 오신 노조 간부님들과 정승국 교수님과 함께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배규식: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사실 어느 쪽도 충분히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어떻게 하는가는 향후 노동시장의 질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질서를 중기적으로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바람직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런 측면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가 역할 변화와 공공부문 고용의 증대 추세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고용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비율은 21.1%(2013년)이고, 우리나라는 2017년 통계로 8.1% 밖에 안 됩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고용이 2,673만 명이고 공공부문은 217만 명 정도 됩니다. 요컨대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은 전체의 약 8.1%가 된다는 이야기죠. 또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노동자만 보면 2017년 8월 기준으로 1,988만 명이니까, 공공부문 비중은 10.9%가량이 됩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에는 정규직이 175만 명(무기계약직 21만 2천 명 포함)이고, 비정규직이 41만 6천 명(기간제 24만 6천 명, 파견 17만 명)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6년 말 조사에서는 30만 1천 명이었는데 2017년 9월 조사에서는 그보다 10만 명 정도 늘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공공부문 전체 고용의 19.2% 정도입니다. 또한 공공부문으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국가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노동자들이 △사립학교 교직원 15만 5천 명 △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 등 전문직원 29만 명 △국공립을 제외한 어린이집 직원 29만 명 △장애인시설 근무자 3만 명 등 약 77만 명이 존재합니다. 이것까지 합치면 공공부문 노동자를 288만 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어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공공부문 고용을 늘린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옛날에는 치매 등 고령자에 대한 요양, 육아 등 가족 단위에서 해결하던 것을 지금은 국가가 떠맡고 있습니다. 국가가 철도, 도로, 통신 등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들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던 데서 벗어나, 이제는 사회서비스(의료서비스, 육아서비스, 요양서비스, 치안/소방, 교육서비스,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주된 역할이 변화했습니다. 다양하고 많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기 위해 국가에서 고용해야 하는 공공부문의 고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의 고용과 예산의 증가를 묶어놨죠. 그러다 보니 외주용역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니깐 사회서비스 제공을 늘리긴 늘려야 하는데, 공공부문의 예산이나 이런 것들을 묶어 놓았으니까 비정규직이나 외주용역에게 맡긴 거죠. 그러나 보니 사회서비스의 질도 상대적으로 나빠졌습니다.

 

같은 고용형태와 직종, 다른 노동조건과 처우

 

그렇긴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공공부문 고용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정원이나 예산에 대한 통제 때문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을 처음에는 주로 기간제 비정규직이나 외주용역으로 썼지만,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을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러한 추세 속에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2017년 9월 기준으로 21만 2천 명이 됐어요.

그런데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의 상당수는 제대로 관리가 된 것이 아니라 방치되었거나 임기응변으로 관리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공무직’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사실상 ‘정규직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일반직 공무원들이 받는 각종 수당과 보너스를 대부분 받고 있고, 더구나 호봉제를 적용받습니다. 반대로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 행정기관의 무기계약직들은 과거의 기간제 노동자로 일할 때와 노동조건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수당을 1∼2개 더 받는 수준이고, 경험이 쌓여도 임금이 올라가지 않는 단일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름만 같은 무기계약직이지 지방자치단체가 고용한 무기계약직과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 무기계약직들은 동일 직무 동일 경력일 경우에도 처우에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이번에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전체 비정규직 41만 6천 명 중에 대략 20만 5천 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21만 명 정도는 △임시·간헐적 업무 △60대 이상 △교·강사 △산업수요 변화에 의한 일자리 △민간의 전문성 활용 △중소기업 진흥직군 소속 등 전환 예외 사유를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20만 5천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거예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주요 직종들은, △청소 3만 4천 명 △시설관리 2만 3천 명 △사무보조 1만 8천 명 △연구보조 8천7백 명 △의료업무 종사자 6천8백 명 △조리 6천5백 명 △경마 5천5백 명 등입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디딤돌로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우리나라에서 1차 노동시장에 속해 있다고 할 수가 있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의 정규직들은 약 459만 명쯤 돼요. 전체 근로자의 23.4%, 취업자의 17.5% 정도입니다. 여기에 속한 일자리는 대체로 좋은 일자리입니다. 소위 ‘99-88(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노동자 중 88%가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이야기예요. 이는 사업체통계에 기초하여 ‘사업체’와 ‘기업’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서 나타난 오류입니다. 한편,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에 속해 있는 사람은 1천5백만 명 정도 되는데, 이는 △민간 중소기업 정규직 858만 3천 명 △민간 대기업 비정규직 190만 명 △민간 중소기업 비정규직 412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 6천 명 등으로 구성됩니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노동조건 간격은 크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월 평균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60% 가량 됩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40%에서 최근에는 37.7%로 떨어졌고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서 이렇게 큰 격차가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이번에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의 목적 중에 하나는 이렇게 벌어져 있는 노동자 간 격차를 공공부문에서부터 줄여나가 보자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디딤돌로 삼자는 것이지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는 길, 산업 차원 표준모델 도입

 

저는 이번 계기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실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은 기업이나 조직 단위로만 설정되어 있어요. 기업을 넘어서는 순간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개념이 됩니다. 저는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개별 공공기관을 단위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기관 전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기관 단위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면, 크고 돈 많이 버는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혜택을 봐요. 그런데 더 많은 인원이 정부의 예산을 받아서 사업을 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들에 속해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되더라도 별다른 혜택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이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보다 포괄적인 범위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이건 노동운동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입니다. 저의 기본 입장은 공공기관 어디에 속해 있건 같은 노동을 하면 같은 임금이나 같은 처우를 받는 원칙이 구현되도록 이번 기회에 기본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직업에 따른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회사나 조직을 달리하더라도 직종이나 직무별로 임금수준이나 처우가 유사합니다. 노동조합도 이런 노동시장 구조에 기초해서 산별 및 지역별 단체교섭을 통해서 임금체계나 수준을 규율합니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산별교섭도 가능했던 거죠. 이러한 기본적인 노동시장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산별교섭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는 이번에 공공부문에서 동일직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공공부문 노동시장에서 부당한 격차와 불평등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산별교섭이 좀 더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별교섭은 산업 수준에서 직종별, 직무별로 직무등급체계 등을 통일하고,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그리고 노동시간 등을 표준화할 수 있을 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산별교섭에서 벗어나 기업별로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 것을 “임금의 표류화(wage drift)”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임금의 표준화가 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일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표준화시키고 통일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따른 직무등급도 표준화해야 돼요. 이게 바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기반을 만드는 겁니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반영하는 임금체계

 

그 가운데서 짚어야 하는 것이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차이에는 ‘차별로서의 차이’와 ‘차별이 아닌 것으로서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차이와 차별을 혼동하거나 모든 차이를 차별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에게 획일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처우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숙련도나 책임성, 난이도, 위험도 등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임금과 처우에 합리적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죠. 일을 힘들게 하는 사람하고 편하게 하는 사람하고, 숙련도가 높은 사람하고 열심히 배워야 하는 사람하고 똑같이 줄 순 없다는 거예요.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뭐냐? 같은 노동을 하는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민간부문 노동자보다 더 받는 것이 공정한가? 같은 노동을 하는데 근속년수가 늘어남에 따라 임금이 처음에 들어 온 사람 보다 두 세배 늘어나는 연공주의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호봉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렇고 또 어디까지 위배되지 않는가? 어디부터 위배되는가? 이런 질문들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답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불거진 쟁점들 중 하나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이, 소속 조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을 그대로 둘 것인가 하는 점이에요. 가령 인천공항의 노동자들은 좀 더 받아요. 인천공항이 더 받는 것이 당연한가? 다른 곳이 못 받는 것이 당연한가? 이걸 통일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가 던져야 됩니다.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저는 이런 문제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질서하고 불공정하며 비합리적인

 

현재 공공부문의 무기계약직들은 제대로 된 기준과 원칙 없이 임금체계, 임금수준, 직무등급 등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구작업을 하면서 12개 공공기관의 시설관리 분야 무기계약직들의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봤어요. 결론적으로 굉장히 비합리적이에요. 예를 들어, A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청소부들 중에 누구는 기간제이고 누구는 공무직이에요. 이 기관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공무직이 되면 연봉이 1,459만 원가량이 올라서 대략 3천7백만 원이 돼요. 그런가 하면 기획재정부 산하의 어떤 공공기관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도 달라지는 게 별로 없어요. 근속연수가 쌓여도 임금이 같아요. 10년 된 사람이나 막 무기계약직이 된 사람이나 같아요.

그런데 3천7백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상대적으로 저숙련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또 문제는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 중에 60대 이상은 전환이 안돼요. 경비와 청소는 전환되지만 시설관리직은 전환이 안 돼요.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남아 있는 비정규 시설관리직과 전환된 시설관리직의 임금이 차이가 나면 인건 또 기간제법에 정면으로 위반돼요. 그러니까 그런 지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여러 가지 혼란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리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에서도 무기계약직 직종별로 임금수준과 호봉 격차가 확인됩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굉장히 무질서하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에게 25∼30호봉에 이르는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숙련도나 지식, 경험이 늘어나는 측면을 고려하여 연공주의를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숙련 정도를 고려하여 그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가령 청소보다 시설관리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조금 높거든요. 무기계약직의 숙련을 어느 정도 범위에서는 인정할 수 있지만, 호봉이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까지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연공주의는 일부 인정 할 수가 있다는 거죠.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산별교섭 틀을 짤 절호의 기회

 

제가 속한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이번에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사무보조, 조리직종 등 5개 직종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및 직무등급체계를 설계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제부터 연구결과의 개요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현실에 적용하려면 향후 정부 내 부처 간의 협의, 노정협의 등을 거쳐서 할 건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저희들이 5개 직종에 대해서 제시한 임금체계 및 직무등급체계 설계를 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연공주의를 약간씩 도입했고, 또 각 직종을 세부 직무들로 구분해서 단계를 매겼어요. 가령 청소는 △일반청소 △전문청소로, 경비는 △일반경비 △전문경비, 사무보조는 △단순사무보조 △일반사무보조 △행정사무보조로 구분했죠. 시설관리의 경우에는 △단순노무 △일반시설관리 △종합시설관리 △전문시설관리 등으로 나눴습니다. 이 방안을 정부가 수용할지 반대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시설관리직종과 사무보조직종 같은 경우 기관별로 업무가 다르다 보니까 수십 개의 직무들을 포괄해야 해요. 그래서 누가 단순사무보조고 누가 행정사무보조고 하는 것을 현장에서 직무분석을 해서 구별해야 해요.

한편, 문제는 현재 비정규직인데도 표준모델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보다 더 많이 받는 분들이 현실에 있다는 점이에요. 아마도 노동계가 결단해야 하는 문제일 텐데, 표준모델을 도입하려면 표준안보다 많이 받는 분들은 당분간 최악은 동결,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3% 올라갈 때 본인은 1%올라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 받는 임금을 깎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차등적인 임금인상을 통해서 5-7년 정도 안에 임금수준과 임금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을 하려면 노동계도 상당한 정도로 내부 조정을 해야 해요. 현재 표준화된 임금체계에서 제시된 임금수준보다 더 많이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왜 우리는 조금밖에 인상되지 않느냐’ 항의할 것 아니에요? 그 외에도 노동계 내에서 숱하게 논란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을 넘어서지 않으면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원칙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서 일하시는 분들은 법정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분들은 이번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135만 원에서 157만 원으로 월 평균임금이 22만 원 올랐어요. 또한 이번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분들에게 정부가 식대 월 13만 원, 명절 상여금 연 100만 원, 그리고 복지포인트를 연 40만 원 등을 주기로 했어요. 이러한 인상액에 앞서 말씀드린 최저임금 인상분 22만 원을 합하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이 181.7만 원으로 돼요. 현재보다 46만 8천 원(34.6%)이 인상되는 거죠.

이렇게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거의 모두 오르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직종과 직무에 따라 임금체계 및 수준, 직무등급체계를 표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공공부문 전체에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실현하고, 산별교섭 틀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계기라는 겁니다.

 

불공정과 차별 해소를 위해 어렵지만 가야할 길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 다음에 산별교섭 실제로 하게 되면 사용자가 그렇게 악용할 수가 없어요. 노동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공공부문에 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제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www.alio.go.kr) 공시자료 보고 놀랐어요. 지금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에 1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300만 명,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은 100만 명밖에 안돼요. 10년 이상 근무 한 사람이 전체의 19.7%밖에 안 돼요. 그런데 그 중에 공공부문이 7.7%포인트예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월 평균임금은 높지 않더라도 정년 때까지 다 받으니까 생애소득으로는 웬만한 민간부문 노동자보다 높을 수 있어요. 그래서 공공부문 가운데 높은 임금을 받는 기관들은 임금인상을 동결을 하거나 천천히 올리도록 하고, 대신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을 더 많이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많은 쪽은 동결하거나 좀 천천히 올려야 밑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많이 올릴 여지가 생긴다는 거죠.

이번에 주요 5개 직종의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체계를 설계하면서 독일 등 외국 공공부문의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체계를 참조했습니다. 이번에 저희들이 제시하는 표준모델안이 충분히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향후에 더욱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5개 직종뿐이지만, 다른 직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기능직뿐만 아니라 사무직으로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공공부문 임금체계 및 직무등급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아마도 10년 정도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노동부나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까지 모든 기관들이 범정부적으로 힘과 의지를 모으지 않으면 진전시키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어설프게 하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워낙 민감한 문제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수반될 수가 있어요. 특히 지금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강하게 항의를 하겠죠. 그 외에도 수많은 장애와 어려움, 갈등 등이 있을 겁니다. 정부와 노동계가 때로 갈등하더라도 같이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이런 어려운 길을 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표준모델을 제대로 안착시키면 노동계가 전략적 목표로 내걸었던 불공정과 차별의 해소가 상당부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지정토론]

 

배동산: 발표자가 지난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공공서비스 영역의 고용은 계속 확대되었다고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합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특히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해 메워온 게 현실이었습니다. 대학을 뺀 초중등교육기관 학교현장에 총 9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약 38만 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이 중 12만 명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고, 26만 명 정도는 직접고용 기간제 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입니다.

저희는 무기계약직도 비정규직으로 분류합니다. ‘무기한 비정규직’이라는 거죠. 학교현장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매년 또는 학기단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기간제 노동자와 동일하게 처우를 받습니다. 한편, ‘무기계약직’이라는 존재는 교사와 공무원 등의 정규직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 존재하는 차별을 정당화해주는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및 직무등급체계 표준모델을 도입했을 때는 그런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학교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교사와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과 비교하도록 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합법적으로 피해가도록 해주는 거죠.

 

비정규직은 왜 별도 임금체계를 적용받아야 하나

 

임금체계 표준모델과 관련해서 저희가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왜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다른 복잡한 임금체계를 적용받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들, 예컨대 공무원들의 임금체계는 단순명료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도 약간의 차이는 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은 거의 유사합니다.

또한 공공기관 정규직의 임금수준이 높은 것이라는 발표자의 지적에 저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1년차 총 연봉 기준으로 월 평균 200만 원 정도를 받고, 10년차에 300만 원, 20년차에 대략 370만 원을 받습니다.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의 월 평균 임금액이 355만 원인데, 이걸 따지면 공무원 9급의 15년차 급여입니다. 이 정도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큼의 높은 임금수준인가?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중 가장 하위수준인 9급 공무원 수준도 받으면 안 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공무원은 임용시험 절차를 거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노동자들이니,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들에게 동일한 노동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사회적으로 벽이 그렇게 높다면,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공무원 9급 80%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음에도 비정규직에게만 별도의 임금체계를 왜 그렇게 고집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같은 경우, 물론 가급, 나급 기준이 있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정규직의 88%로 맞춰놓고 있습니다. 복리후생 등은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게 실제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숙련은 왜 저평가돼야 하는가

 

다음으로, ‘동일·유사노동’이라는 판단이 왜 이렇게 비정규직에게만 가혹해야 하는 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학교현장에는 급식실에 영양사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영양사가 있고 정규직 영양교사 있습니다. 정규직 공무원 조리사가 있고 비정규직 조리사가 있습니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행정직원이 있고 비정규직 행정직원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혼자 근무하는 사서교사가 있고 다른 학교에는 비정규직 사서가 있습니다. 전문상담 교사가 있고 전문상담사라는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정규직 영양교사의 식단과 비정규직 영양사의 식단이나 음식의 질이 다르지 않습니다. 다르면 오히려 문제겠죠. 그런데 임금수준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크게 차이가 납니다. 동일노동 또는 유사노동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발표문에서도 숙련을 판단하는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왜 비정규직의 숙련의 가치가 이렇게 저평가되어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발표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의 숙련의 가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표준모델 방안을 보면, 숙련의 가치를 2년 또는 4년당 3만 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비정규직에게만 평가가 가혹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호봉제는 숙련에 대한 보상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생애주기에 따른 노동력 재생산 가치의 차이가 반영돼 있는 임금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단계에 일정수준의 저임금을 감수하도록 요구하는 임금체계라고 봅니다. 그런데 발표문은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저임금 기간 임금수준보다 절대적으로 높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의 숙련을 정규직들의 숙련에 비해 저평가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의 미래 보장 문제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왜 비정규직은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임금을 계속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가 우선되어야

 

법정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당연한 겁니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해서 복리후생이나 성과급에 있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들 따른 조치들, 그로 인해 월 급여 40여만 원 것을 마치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 해소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은 비정규직에 대해서 각종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규직 전환에 따른 정부의 노동조건 개선 조치는 부분적으로 적용됩니다. 식대만 13만 원이고, 맞춤형 복지비든, 명절 휴가비 등은 제한적인 적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비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직무급제 표준제도는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시키는 제도라고 평가합니다. 직무급은 각 나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초기업적인 노동시장과 초기업적인 노사관계 등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전제적인 조건이 형성돼 있습니까? 우리는 초기업적 노사관계로 재편과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표준모델의 도입은 노동조건 개선을 제한하는 상한선으로 작동할 것이라 판단합니다. 일부 기관들에서 그나마 행해지고 있는 전향적인 노동조건 개선 노력들을 오히려 멈추게 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정규직과의 비정규직의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방안입니다. 표준모델 제시가 아니라 초기업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한, 산별교섭을 만들기 위한 뒷받침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고, 임금표준모델 제시는 후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산별교섭과 노정협의 틀을 만든 후,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신철: 표준임금 모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게 해야 하고, 점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산별교섭이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했다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냐, 산별교섭하고 있는 공공기관 노동자는 얼마나 되는 거냐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때문에 표준모델을 도입하기 전에 산별교섭과 노정협의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몇 십 년간 군사독재의 유물인 기업별노조체제를 강제당해 왔습니다. 기업별노조체제가 우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구태의연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노조 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먼저 제시하고, 산별노조의 활성화와 산별교섭의 제도화를 어떻게 확산되도록 할 것이냐를 명확히 하는 것이, 표준임금모델이 점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관과 업종 특수성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차이와 차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배동산 국장님이 정규직과 우리가 왜 차별받아야 하느냐 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의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발표자는 주로 기능직과 관리직 사이의 차이만 이야기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같은 직종이라도 기관의 성격이라든지 대민접촉성의 빈도라든지, 업무 특성과 역사에 따라 직무가 매우 다양하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표문에서 제시한 2-4개의 범주로 이걸 쓸어 넣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직무 구분이 좀 더 연구되고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숙련 평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인천공항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해도 7급이고 15년을 일해도 7급입니다. 임금이 모두 똑같아요. 이것이 타당한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발표문은 환경미화 노동자의 숙련을 상당히 낮게 평가하고 있는데, 표준모델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러한 평가를 노동자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음으로 기관별 특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에는 출퇴근이 불편해서 받는 교통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총액을 가지고 인천공항이 다른 곳에 비해 임금이 높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인천공항 특성상 365일 돌아가야 하고, 3조 2교대를 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60%에 이릅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주 6일을 일하고 있고, 환경미화 노동자들 중 3분의 1가량은 일주일 중에 자기가 쉬는 하루 빼고는 야간 일만 합니다. 임금에서 초과근로수당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겠죠. 이런 걸 가지고 인천공항 임금이 높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기관과 임금수준을 통일하는 표준안을 도입하면 큰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런 부분이 강제되거나 왜곡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권은 5년 가는 거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또한 정권 후반기에 가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가 재정 문제 등에 대한 강하게 정치적 압박해 올 텐데, 거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정교섭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과 권위를 가질 때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미흡한 지금 상황에서는 다양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소통과 점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승국: 이번 시도는 공공부문에서 직무급적인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도입하려는 최초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서 노동조합에서 오신 토론자들께서 직무급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임금체계에 대해서 연구를 해 온 입장에서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연대의식을 잠식한다!

 

연공급은 굉장히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현재와 같은 호봉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1990년대 버블붕괴 이후에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기존 호봉제를 없애거나 축소시키고 새 임금체계를 도입했습니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호봉 승급할 때 대개 인사평가를 거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냥 자동적으로 호봉이 상승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예외적인 임금체계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호봉제는 고성장 시기 제조업 대기업에 적합하게 설계된 특수한 임금체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한 임금체계가 어쩌다 공공기관으로 흘러들어온 것이죠. 그러니까 이걸 보편적인 것으로 여기면 안 됩니다. 연공급체계를 기초로 노조운동이 전개되니까 성차별의 문제나 비정규직 확대 등의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연공제적 질서 아래에서는 기업단위를 넘어서는 노동조합운동 성장과 확장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연공급 아래에서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사업장 바깥으로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업장에 있는 동일 직무의 노동자들과 연대의식을 공유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죠. 현재의 연공급 질서 아래에서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노동자는 사용자의 지불능력에 의존해서 평균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게 되어있고 중소기업, 영세기업, 비정규직은 계속해서 저임금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리를 가지고 있는 임금체계는 직무급이 유일합니다. 직무급이 처음 출현한 것은 1940년대입니다. 이후 1950년대 초반 독일 금속노조가 적극적으로 자기의 임금정책으로 통합했고, 1960년대 미국의 자동차산업노조(UAW)가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게 됩니다. 이들은 연공급체계를 바탕으로 산별적 연대를 구성하고, 복지국가를 확장한 겁니다. 직무급은 노동운동에서 굉장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임금체계에요.

물론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갑자기 직무급적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무급적 질서가 최초로 공공부문에 도입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제공된 거예요. 저는 이점에 대해서 좀 더 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외주화 제어 위해 저임금 수용한 독일 공공노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현재 보상체계에 대해서 발표자께서 강한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어떤 기관에서는 무기계약직의 호봉 개수가 30개가 넘는 등 사실상 준공무원화 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공무원이 받고 있는 것과 거의 유사한 연공주의적 보상을 제공할 경우, 그러한 제도가 도입될 당시 시점에서 그야말로 운 좋게 공공부문에 들어온 집단만 특혜를 누리는 상황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정치권력이 바뀌면 그 부분이 다시 외주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세금에 의존하는 이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구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항상 공공부문 보상평가의 기준은 민간 시장과의 비교가능성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공공부문에서는 새로운 임금체계가 2005년에 만들어진 이후 십 수 년의 논의를 거쳐서 최근에 확정이 됐습니다. 이전 임금체계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새로운 임금등급인 ‘E1 등급’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임금체계의 가장 낮은 등급이 ‘1등급’의 임금수준이 시장임금의 수준보다 높으니까 공기업들이 청소 등의 직종을 외주화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노사합의를 통해서 1등급을 하향조정해서 저숙련 직종의 시장임금에 맞춰 E1 등급을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외주화 추세를 멈추고 그게 다시 공공부문 고용질서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이 이뤄진 노측을 대표해서 교섭에 참여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비스부문 산별노조인 베르디(Ver.di)입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이죠. 발표자가 제시한 독일 공공부문 임금체계 설계 기본적인 틀은 베르디에서 만들었습니다. 직무급체계의 설계에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입장이 크게 반영돼 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어쨌든 직무급을 통한 임금체계의 표준화가 현실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정부가 어떤 생각과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서 유동적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조금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는다면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장에서 업종단위로 노동조합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연공급 질서에서는 상급단체가 하는 일이라고는 임금교섭 시기에 지원하는 것밖에 없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직무급 질서에서는 노조가 전국적인 수준에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독일이나 영국, 미국의 직무급적 임금체계를 검토해보면, 직무평가 요소, 가중치 크기, 직무급 등급의 개수, 승급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직무급체계에 존재하는 승급(step)은 호봉과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론하신 분들이 직무급체계가 호봉 및 근속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으셨는데,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어쨌든 오늘 제기된 의문들과 지적들을 고려하여 향후에 재검토와 보완작업을 할 때 좀 더 다양한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노동조합에서 공무원 임금체계의 연공성을 근거로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 역시 그러한 방향을 가야 하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들은 연구자로서 기존 공무원 임금체계의 연공성 역시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점에서는 앞으로 정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에서 토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노광표: 공공부문 임금체계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2017년 11월 중순 발표된다고 해서 저희가 오늘 포럼을 준비했는데, 아직 관계부처나 노조와의 협의가 안 이루어져서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서로의 의견에 대해 과대 해석하거나 오해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2017년은 IMF 경제위기를 겪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에 자리 잡은 비정규직과 외주화의 남용 등의 해악적인 구조를 바꾸어내야 한다는 데는 오늘 모이신 분들의 의견이 같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의견들이 다른데,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노조운동은 지금 대기업 공공부문 고임금 구조와 다수의 저임금 구조 간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해야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이와 관련된 치열한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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